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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May 28. 2022

인터뷰는 어렵다.

왜에요? 왜 아직도 힘들어요?

5월의 넷째 주를 아주 상큼하게 인터뷰로 시작했다.

정말 심장이 무슨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토할 뻔했다. 서둘러 약을 먹고 정신을 챙기면서도, 아니 왜 몇 년이 지나도록 이놈의 인터뷰는 나를 이렇게 사시나무 떨듯 떨게 하는가.


그 전주의 주말 내내 떨었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개가 훨씬 느긋하겠다.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긴장되었는지, 약을 아무리 먹고 먹어도,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약물도 이겨내는 나의 긴장감과 불안감이란.


인터뷰는 10년을 넘게 하는데도 아직도 어렵다.


대학교 입학할 때도, 중국어로 나를 팔아, 힘들게 들어갔고, 대학교 졸업 때는 별 관심도 없는 졸업논문 주제를 열과 성을 다해서 포장하고, 그걸 교수들 앞에서 까이면서도 꿋꿋이 졸업했다.

취업을 하려니, 장학금 받고, 중국애들 제치고 A 받는 리포트는 아무짝에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다시 자소설이라는 나만의 소설을 써내면서, 이렇게 저렇게 포장하며 나를 팔았다.

정말 나를 팔았다.
나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몸도 튼튼하고, 말도 잘 들어요.



내가 나임에도, 내가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못하기는 하는데 딱히 회사생활, 조직생활에는 흠이 가지 않는 그런 단점이 있는지 없는지, 없다면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는지....... 그게 이렇게나 힘들다. 내가 나인데도.




나의 직종은 다른 것도 아니고 Product Design이다. 정말 그야말로 Product를 Design 하는 사람이다. 그냥 그래픽 디자인 말고, 정말 개발자에게 파일을 날르기전에 개발자가 그걸 코딩으로 바꾸기 전에 그리고 바꾸고 나서의 그 모든 일을 전반적으로 하는 게 나다. 내가 해야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직종에서 자기가 일했던, 일하고 있는, 앞으로 일할 것에 대해서, 설명도, 포장도, 쇼케이스도 못하면 직종을 바꿔야 한다. 


직종은 이미 바꿨고... 그리고 이 일이 내일이다. 나의 Calling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 더 이상의 후퇴나, 후회, 뒤돌아봄은 없다. 해내야 한다.




내가 6개월간을 매일매일 이 사람 저 사람 매달려가면서 열심히 Design 한 프로젝트.

도대체가 나는 왜 이걸 서술하지 못하는가. 왜 써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헷갈리는 느낌이지. 분명히 내 머리로, 내손으로 내 가슴으로 내가 했다. 내가 앉아서 하루 꼬박 쓰고 또 쓰고, 지우고 또 지우고, 발표하고 또 발표하면서 열심히 빌딩 한 프로덕트인데...... 마치 딴사람이 휘갈겨 놓은걸 글씨로 풀어놓는 거 마냥, 첫 인트로 서술부터 틀려먹었다.


어찌어찌 포폴은 올렸는데, 아.... 이걸 또 1시간짜리 프레젠테이션으로 만들라내? 질답도 해야 되고, 발표도 하고, 이쁘게 Deck도 디자인해야 되는구나. 


일이 끝나고 나서도, 끝나지 않는 나의 일은 이렇게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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