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내 마음의 까치밥

by 싱클레어
IMG_0849.JPG
IMG_0850.JPG


내 마음의 까치밥


양중규



가을걷이가 끝난 옥수수 밭을 걸어갑니다.

끝없는 밭을 걸어가다 수북이 쌓인 옥수수 알갱이 더미를 발견합니다.


까치의 겨울나기를 위해 감나무에 홍시를 남겨 놓은 것처럼

캐나다의 농부들은 겨울을 나는 새들을 위해 옥수수 알갱이를 남겨 놓았습니다.


모든 것이 눈으로 덮여 먹이 찾기가 극히 힘든 상황에서

그 알갱이는 단순한 먹이가 아니라 생명줄입니다.


혹한의 날씨로 날갯짓할 힘이 없을 때 쉬이 구할 수 있는 쉬이(*)는 은혜입니다.

은혜는 값없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은혜로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무리를 지킵니다.

내년 봄이 되면 옥수수 밭 위를 수놓는 새들을 보며 농부들은 미소를 짓겠지요.


농부들의 마음은 세계 어딜 가나 같은 마음 같습니다.

그 누가 농부에게 이 처럼 새들을, 동물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심어 놓았을까요?


농부처럼 나 자신에게 까치밥을 남겨 둡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의 다정한 미소와 말들을 말입니다.


어둡고 이가 시리도록 춥고 외로운 날, 마음 한 구석에 남겨 놓은 까치밥으로

그날을 살아 훗날 다른 이들에게 까치밥을 전해보렵니다.





캐나다 퀘벡주 L'Avenir의 옥수수 밭을 걷다가.

*쉬이: 함경도 방언으로 옥수수



매거진의 이전글[시詩] 사랑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