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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

by 싱클레어


집으로 가는 길


집은 하루에 버스가 4대 밖에 다니지 않는 시골 마을에 있었다. 임진왜란 때 피난민들이 만든 마을이었고, 해발 100미터에 있는 마을이었다. 왜 나라 군사들도 찾기 힘든 깊은 산골이었다. 역사가 깊은 탓에 마을로 올라가는 도로들은 무덤을 끼고 만들어졌다. 곳곳에 보이는 무덤들, 그리고 공동묘지도 하나 있었다.


어릴 적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말했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거라. 귀신이 잡아 갈라.”


동네 형들도 말했다.

“무덤에서 귀신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고 1 때였다. 밤 12시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버스를 타고 아랫마을에서 내렸다. 아랫마을은 큰 도로를 끼고 있는 마을이라 늦게까지 버스가 다녔다. 아랫마을에서 마을로 난 산길 1.5 km를 걸어 올라가야 했다. 평소에는 아랫마을에 있는 할머니의 먼 친척 집에 맡겨 둔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데, 그 날은 오토바이 키를 아주머니에게 맡겨 두고 온 날이었다. 밤 12시에 그 집에 도착하니 불이 꺼져 있었다. 아주머니를 깨우기 미안해서 걸어가기로 결심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집으로 가는 산길로 발걸음을 떼었다. 평소에 오토바이를 타고 이 길을 지나갈 때도 최고의 속력으로 빨리 지나갔었는데,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니 시간이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렸다. 다행히도 달빛이 환하게 비추었다.


첫 번째 모퉁이에 있는 무덤을 지나 두 번째 모퉁이로 올라갈 때쯤이었다. 저 멀리 흰 소복이 흔들 흔들 거렸다. 귀신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100미터 달리기 한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되돌아 갈 수 없었다. 등을 돌리면 귀신이 뛰어올 것 같았다. 큰 소리로 애국가를 불렀다. 목이 터져라 불렀다. 하얀 소복이 같은 자리에서 계속 흔들거렸다. 죽으면 죽으리라. 진짜 귀신인지 부딪혀 보고자 한 걸음씩 다가갔다. 입에 침이 마르고 다리가 떨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눈에 보이는 하얀 소복 위에 시커먼 것이 보였다. 악! 나는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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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천에 묶여 있는 하얀 비닐이 나무에 걸려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우황청심환 두 알을 삼켰다.







커버이미지:https://pixabay.com/ko/illustrations/%EC%95%84%ED%8A%B8-%EA%B7%80%EC%8B%A0-%EB%AC%B4%EC%84%9C%EC%9A%B4-%EC%9C%A0%EB%A0%B9-%EA%B0%99%EC%9D%80-459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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