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을 모험으로 이끌다
별은 나를 모험으로 이끌었다.
이십여 년 전 초등학교 때부터 밤하늘의 별은 신비로웠고, 나의 청소년기를 사로잡았다. 월간 Newton 과학 전문 잡지를 매월 구매하며, 별자리, 은하수, 블랙홀 사진들을 책상 벽면에 가득 채워 붙여 놓았다. 특히 뉴턴 특별판에서 나온 고화질 별자리 사진들은 따로 코팅을 해서 책상 위 가장 좋은 자리에 걸어두곤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충청도 사조마을에서 열린 이태형의 천문 캠프에 참여했다. 그 당시 부산에서 참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혼자서 부산을 벗어나 본 적이 없던 나에게 있어서 큰 모험이었다. 모범생이어서 담임 선생님은 천문 캠프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여름 방학 자율학습에서 빼주었다. 가족들은 다 반대를 했지만 아버지가 허락을 해 주어서 참여할 수 있었다. 3박 4일간의 천문 캠프는 나에게 뜻깊게 남아 있는데, 그 이유는 전국에서 온 고등학생들과 조를 짜고, 물 로켓도 만들고 여러 활동들을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본 다른 학생들과의 만남이 낯설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함께 별자리 지도를 보며 반사식 망원경으로 달, 화성, 목성, 명왕성 등을 보며 서로가 가진 지식을 나누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고등학교 천문 동아리의 창단 멤버였고, 과학 선생님이 동아리를 위해 사준 120mm 망원경으로 주말마다 학교에 모여서 별들을 보며 별자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소년기를 사로잡은 별은 항공우주공학으로, 공군으로, 유학으로 나를 이끌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김해 천문대는 수시로 갔었고, 시카고의 애들러 천문대(Adler Planetarium), 샌프란시스코의 모리슨 천문대(Morrison Planetarium), L.A. 의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batory),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을 방문할 정도로 별은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었다.
어느덧 나이 마흔에 청소년 때 나를 사로잡았던 별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유는 다시금 꿈을 꾸기 위해서다. 꿈을 꾸고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그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열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필요한 것이 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열정을 가지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감흥이 점점 줄어들기도 하거니와 모든 일의 결과를 돈으로 수치화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그 과정 속에 담긴 생동감을 망각해 버린 채로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성장을 위한 꿈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이자, 자신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모험으로 이끈다.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은하수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별은 나를 자유롭게 하고 꿈꾸게 한다. 그 꿈을 다시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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