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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lair Oct 11. 2016

열여덟 개의 물항아리

어떻게 하면 프로그래밍을 잘 할 수 있냐구요?




한번 헤아려 보죠,


나름 오랫동안 대기업과 대학에서 IT 강의를 하다 보니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혹시 따로 피부 관리 받으세요?"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쌤처럼 프로그래밍을 잘 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늘 하는 내 대답은...

"아, 일단 저는 그다지 잘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남다르긴 하죠. 그래도 대답을 원하시면... 프로그래밍을 잘하려면 우선 우리말인 국어를 잘 해야하죠. 영어랑 수학도 잘해야 하구요. 기초가 튼튼해야 오래갑니다. 그리고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프로그래머로 살아야합니다. 프로그래밍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알고리즘을 선택하고 작업 순서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대부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언어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매우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프로그래밍은 컴퓨터에게 작업을 거는 일이죠. 여자친구에게, 남자친구에게 작업을 걸려면 당연히 상대에 대해 잘 알아야 하듯이 컴퓨터에게 작업을 걸려면 컴퓨터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동작하는 지 명확히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부디 많이 경험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실수를 꼭 기억하세요. 지식에 경험이 쌓이면 지혜가 됩니다. 저보다 프로그래밍 잘하는 고수는 세상에 많습니다. 하지만 좋은 프로그래머는 드뭅니다. 부디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세요." 이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리를 뜨고 만다.

자신들이 원하던 하루아침에 고수가 되는 비법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서점에 가면 10일 완성, 21일 완성 류의 프로그래밍 책들이 넘쳐난다. 그 책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뻔하디 뻔한 소리들만 끄적끄적 거려 놓았다. 고등학교 문과 출신으로 공대에 들어와 스무살이 되어 프로그래밍을 처음 시작했던 시절 나도 그 책들에 목숨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결과는? 시망이었다. 책은 책일 뿐 따라하지 말자 다짐하고 다짐했었다. 순간을 모면할 수는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를 만날 때 마다 언제나 막다른 길로 막히는 모순 덩어리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때마다 내게 돌파구가 되었던 것은 오히려 틈틈히 보고 듣고 읽어 사고의 폭을 넓혀 주었던 국어사전과 문학작품들, 음악, 영화 등등 이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과연 이걸 언제 써먹을 수나 있을까 의구심을 품은 채 마지못해 배웠던 물리전자, 반도체의 성질들, 컴퓨터 구조의 기본, 논리 회로 등등 이제는 프로그래밍을 할 때 내가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야 글씨하면 한석봉 선생과 추사 김정희 선생을 치지만, 중국에선 당연히 서성(書聖)이라고 불리는 왕희지를 꼽는다고 한다.  




왕희지의 업적은 해서 ·행서 ·초서의 각 서체를 완성함으로써 서예를 단순히 글씨를 쓰는것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오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왕희지는 예서(隸書)를 잘 썼는데 아직 성숙되지 못했던 해서 ·행서 ·초서를 예술로 만들었다. 왕희지의 남은 필적들도 다 이 세가지로 되어있다. 그의 서풍(書風)은 전아(典雅)하고 힘차며, 귀족적인 기품이 높다.

미켈란젤로가 조각의 완성이자 끝판왕 격이라면, 왕희지는 서예(중국에선 서법, 일본에서는 서도로서 불린다.)의 완성이자 끝이라고 평가 받는다. '왕희지 체'의 특징은 유려하며, 기교적 측면에서 독보적이다. 현대에서도, 서예가가 자신의 서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왕희지의 서체를 기반으로 만들어가기 시작 할 정도로, 표준적인 모델이다. 물론, 예술의 범위에서 '왕희지 체'보다 '아무개 체'가 더 예술적, 심미적으로 좋다고 할 수도 있으나, '왕희지 체'는 이미 왈가왈부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격이 정립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서 ─

《악의론(樂毅論)》 활자로 찍어낸 것 같다.

《황정경(黃庭經)》

  

  나무위키에서 왕희지




이렇게 글씨의 성인이라 일컫는 왕희지의 일곱째 아들 헌지(獻之)는 제법 글씨를 잘 썼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아직 부족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 헌지는 날마다 ‘언제쯤이나 아버지께서 만족해하실까?’ 하고 고민했고 그 고민 끝에 그는 아버지를 찾아가 글씨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을 때 아버지 왕희지가 대답했다.


“글씨를 쓰는 기교와 방법은 바로 우리 집에 있는 열여덟 항아리의 물속에 있다. 네가 이 열여덟 항아리의 물을 다 사용해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글씨 쓰는 기교와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허, 이 얼마나 미련하고 엄청난 방법이란말인가?



하지만 그는 정말 몇 년을 연습하여 집 안에 있던 항아리들 중 세 항아리의 물을 썼다. 그쯤 되자 '스스로' 보기에도 그의 글씨에 큰 발전이 있었다. 이에 자신만만 헌지는 자신의 기량을 보여드리기 위해 글을 써서 아버지에게 올린 후 평가를 부탁했다.

 

왕희지는 아들이 쓴 글을 보던 중, ‘太[태]’자에서 점이 빠져 ‘大[대]’ 자가 된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 ‘大’ 자의 위가 갑갑하고 아래가 느슨하여 무언가 조예가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붓을 들어 점을 보충해 넣어 ‘太’자를 완성했다. 그후 아들을 불러 어머니에게 가서 보여 드리라고 했다.


‘아버지께서 왜 내 글씨가 좋은지 나쁜지 한 마디도 안 하시는 걸까?’


헌지는 근심에 쌓였지만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머니에게로 가 보여드렸다.


왕희지의 부인은 남편의 영향을 받아 서예를 감상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누구보다 남편의 글씨라면 단번에 알아보았다. 아들의 글씨를 찬찬히 살펴 보던 그녀는 남편의 것과 차이가 크다고 느꼈다.

다만 ‘太’ 자의 가운데 점이 필치가 고아하고 힘이 있어 꼭 남편의 필법과 같았다. 그러나 자신감으로 가득 찬 아들을 바라보면서 직접 아들을 지적하지 못하고 ‘太’ 자의 점을 칭찬했다.

 

“아들아, 세 항아리의 물을 다 썼는데도 유일하게 ‘점’ 만 아버지를 닮았구나,”


헌지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가 가리킨 그 점은 바로 아버지가 ‘大’ 자에 더해놓은 것이었다. 순간 그의 얼굴이 붉어졌고 매우 부끄러워하며 진정으로 학업과 예술의 경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길로 아버지에게 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교만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헌지는 열여덟 항아리의 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썼으며, 마침내 그의 서예 역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이왕(二王)’ 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버지와 이름을 나란히 하는 서예가가 되었다.

샤오춘성의 <敎子書>중에서





그래 맞다, 급한 불은 우선 꺼야한다.

하지만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을 그대로 두면 다음에 또 소를 잃고 만다.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오래간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세상은 시나브로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바꿀 수 있다.


고백하건데, 고등학교를 문과로 졸업하고 우여곡절 끝에 전자공학을 선택하게 된 문학소년이 머리털 나고 처음 짜게 된 프로그램, 당연히 쉽지 않았다. 매일 밤을 새워가며 하루에 프로그램 한개씩 짜 나갔다. 그때 내가 망가뜨린 컴퓨터만 줄을 세워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정도니, 전산실 담당 선배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렇게 프로그램 100개를 짜고 난 후에야 비로소 프로그래밍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진정 몰랐다 겨우 작은 언덕 하나 넘은 거였다는 걸, 그 뒤로 넘어야 할 많은 산들이 내 앞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작성한 코드를 보고 내게 묻고 있다.

"아, 어떻게 이런게 가능해요?"

"와,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셨어요?"
"다른 사람들의 오류는 어떻게 단번에 잡아 내세요?"

"그런 오류가 발생할 걸 어떻게 미리 아세요?"




그러면...

하나 하나 차근 차근 하다보니 잘 모르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어느 새 그렇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시나브로...

I don't wanna be the number one, but only one - Sinclair








子曰, 자왈

吾有知乎哉 無知也 오유지호재 무지야

有鄙夫 問於我 空空如也 유비부 문어아 공공여야

我叩其兩端而竭焉 아고기량단이갈언


공자께서 말했다.

“나한테 아는 것이 있겠는가?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러나 비천하고 무식한 사람이라도 나에게 정성으로 물어오면,

나는 내가 아는 것을 모두 털어내 알려주고자 한다.”


논어, 자한 제7장






노파심에 몇마디 덧붙이자면,

부디 비타민 씨도 많이 섭취하고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지 말고 가끔 계단을 오르거나 점심 식사 후엔 햇빛을 받으며 산책도 자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위대한 천재들은 산책을 좋아했다.


그리고 성공을 분석하기는 쉽지만 성공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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