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글이 나에게 찾아왔다

by 싱클레어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 내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좋았고, 글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또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어릴적 꿈꾸었던 수많은 꿈 중의 하나가 '작가'이기도 했다.


나의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적부터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했다고 하셨다. 어린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방에 들어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좋아하는 동화책을 읽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여전히 그렇다. 여전히 나는 독서를 사랑하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더 다양한 꿈들을 품게 되었던 나였지만,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글쓰기'는 항상 나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어 주었다. 학창시절엔 글쓰기상을 매년 받을 수 있게 해주었고, 대학입시땐 논술로 합격할 수 있게, 기자 준비를 할 땐 논술로는 상위권을 차지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대망의 취업 당시, 자신있게 쓴 논술로 지금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나에게 선물해준 글쓰기. 나는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당연한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잘하고 좋아하는 게 없어.라고 생각했던 오래전의 암울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남들보다 더 쉽게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게 뭘까?라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을 때 '글쓰기'만 생각나는 걸 보니, 나의 그런 능력은 알게 모르게 날 도와주고 있었나보다.


다이어리를 사서 힘들 때마다 일기를 쓰곤 했는데, '쓰기'라는 행동을 통해서 나는 나름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다른 친구들은 글쓰기가 싫다는데 나는 그게 신기했다. 나는 내 마음을 이렇게 깊게, 그리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왜 마다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푸른 하늘에 마음대로 하얗고 뽀얀 길을 남길 수 있는 파일럿이 된 기분이다. 어떤 규율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그 누구도 나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하얀 도화지를 채워갈 수 있다는 것. 나에겐 어린 시절 어린이날에 받은 선물만큼 가슴 설레고 사랑스러운 일이다.


놀랍다. 내가 그런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 나의 귀인은 나였던 것이다. 내 인생을 책임지고 바꾸는 건 나였다. 나의 숨겨진 능력이 나의 뒤에서 항상 나를 지탱하고 있었는데. 밝은 불빛을 내 앞으로 쬐어주고 있었는데. 좌절하는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주먹을 꽉 쥐고 있는 힘을 다해 날 도와줬는데. 결국 내가 날 도왔다.


어느날, 글이 나에게 찾아왔다. 29년만에 처음으로 그가 입을 열었다.

"너의 뒤에서 널 지켜줬어. 네가 눈물을 흘릴 때 나도 너무 슬퍼서 도움이 되고 싶었어. 펜끝으로 꾹꾹 눌러쓰는 너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주었어. 네가 기쁠 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솟아날 때, 너의 마음을 반짝이는 포장지로 싸서 너의 사람들에게 주었어. 그들의 함박웃음과 너의 뿌듯함을 난 보았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도와주고 싶었어.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가던 너, 그런 너를 위해 더 펜촉을 꼿꼿이 세웠어. 나를 부수적인 도움이라 생각해도 좋아. 내가 너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어도 좋아. 무엇이 되었든 나는 평생 너와 함께할게. 떠나지 않고, 너의 뒤에 서있을게. 너는 나니까."

이전 17화"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