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미술관

by 싱클레어

악기 다루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어떤 악기든 상관없이. 초등학생 때 쳤던 우리 악기 장구, 소고뿐만 아니라 서양악기인 플룻, 리코더, 피아노 등 음악을 연주하는 걸 정말 좋아했다.


복잡한 생각하지 않고 음악에 내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일까. 악기들이 내는 가지각색의 소리들이 너무 좋았고, 악기도 날 알아본 것인지(?) 그 어렵다는 플룻 불기도 한 번에 성공했고, 피아노는 거의 10년을 친 것 같다.


아주 어렸던 초등학생 시절, 엄마 손을 잡고 한 피아노학원에 등록했다. 아직도 처음 피아노학원에 데려가 준 그 시절의 젊었던 우리 엄마께 감사하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나는 더욱 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유없이 클래식 음악이 끌렸고, 그 많은 악보들을 달달 외워서 무대위에 올라갔을 땐 떨림 반 기대 반 행복함으로 가득찼던 것 같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꾸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피아노와 멀어지고, 피아노 학원 대신 수학 학원을 다녔다. 그렇게 어쩌면 내 인생 최초의 꿈이었던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은 사그라들었다.


최근에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서 취미 피아노를 배웠는데, 낮은 음자리표를 다 까먹어서 충격을 먹기도 했다. 물론 조금 익숙해지니 감이 잡히긴 했지만 말이다. 뭐든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경험이었다.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미술 또한 나의 마음을 간질간질 건드렸다.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감상하는 것은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유럽에서 사는 동안엔 예술의 천국을 누릴 수 있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루브르 박물관이, 피카소의 그림이, 클림프의 키스가 나를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유학을 갔던 동안 미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갖고 사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책으로만 보던 다비드상, 모나리자, 천지창조를 보았을 땐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몽글몽글 마음속에서 사랑이 피어났다. 마치 내 마음은 아직 덜 피운 꽃이었는데, 예술을 만나고 그 봉우리가 활짝 열리는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런 진품들을 자주 볼 수 없기에 한가람 미술관이나 다른 미술관에서 테마를 정해 진품을 들고 온다고 하면 무조건 갔던 것 같다. 최근에는 고흐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을 보고 정말 놀랐다. 그림책으로 봤을 땐 별로 특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질감과 색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그림에 한참을 빠져서 넋을 놓고 보았다.


'예술'은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특히나 음악과 미술이 그렇다. 가끔은 이런 예술들을 만들어낸 그들의 마음 속이 궁금하다. 라흐마니노프는 어떤 마음으로 곡을 썼을까, 뭉크는 뭐가 그렇게 슬펐을까. 그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이런 경험을 선사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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