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했다

by 싱클레어

라섹 수술을 한 후 회복을 하면서 한 달 조금 넘게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조금씩 다독여줄 수 있어서 좋았는데, 글을 쓰지 않은 시간동안은 무언가 마음 속에 응어리가 진 기분이었다.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다. 하지만 조만간, 얼마 있지 않아 나는 이 회사를 나갈 것이다.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가장 소중해서'이다.


애초에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하느라 고생이란 고생은 모조리 했고, 신규직원 때 했어야 할 퇴사를 하지못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나의 책임도 있겠다. 외교면 외교, 언론사면 언론사. 내가 중고등학생 때 '못 먹어도 고'를 외치자고,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자고, 쉽게 나의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결심했던 것처럼 뚝심있게 밀고나갔다면 지금의 난 조금 다른 삶을 살고있을까.


마트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도 있었고, 가끔이나마 즐거운 시간도 있었지만,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깎아내리면서까지 이 회사에 붙어있고 싶지 않다. 글을 쓰지 않던 한달가량 나는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이 회사는, 이 조직은 바뀌지 않는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언젠가는, 무언가는 바뀔거라 기대했던 내가 바보일지도 모르지. 나는 맞지도 않는 자리에 몸을 밀어넣으려고 애쓰는 퍼즐조각 같다.


이 회사는 나를 보호해주지 않고,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구조를 용인하며, 책임자들조차 '나만 아니면 돼'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빽이 있어야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일을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수많은 부조리와 위에서 내려오는 말같지도 않은 오더들과 갑질, 비리들을 난 알고있다. 하지만 아직은 회사에 몸을 담그고 있기에 이곳에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할수록 울화통이 치밀기에 더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최근 몸에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 가만히 있을 때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다. 퇴근길엔 머리가 뜨거웠고, 열이 올랐다. 심지어 불면증까지 찾아왔다. 나는 불면증으로 고생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몇일, 아니 몇주째 3~4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있다. 두통과 심해진 생리통도 마찬가지다.


나는 외면했다. 그 모든 것들을 참으면 되겠지. 그러면 언젠가는 괜찮아질거야. 그런 생각으로. 하지만 내가 바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으면 안 될 일을 참을 필요가 없는 거였다. 모두에게 착할 필요도 없고, 내가 아니다 싶으면 끊어낼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병이 찾아오는 걸 난 외면하고 있었다. 일을 하지 않는 무기계약직들과 70년대에 머물러있는 상사들, 그리고 평생 바뀌지 않을 이 회사의 불합리한 구조들. 나는 이 집단에서 사실 단 1시간도 있고 싶지않다. 탈출하고 싶다.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 공채동기 한 명이 말했다. "원래 이런거야. 복지랑 연봉 좋으면 됐지, 다른 걸 바라지말고 그거만 보고 다니면 돼." 나는 이런 말을 이 회사에서 수도 없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안되던걸? 복지랑 연봉이 좋아도 내 정신건강이 망가지고 처음으로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가, 나 스스로도 두려웠다.


나는 이번년도에 결혼을 한다. 아직은 돈이 먼저 필요한 내가 이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 것은 이번년도가 끝일 것이다. 사실 남은 6개월도 끔찍하다. 정신과에 가야할까라는 생각까지 드는 지경이니까. 내가 나에게 준 기간이다. 딱 6개월 후에 퇴사하자고. 이젠 이 회사와 이별할 준비를 할 것이다.


나도 이제 내 인생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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