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은 사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ncere Baek Feb 27. 2021

사랑하는 이들과 ‘잘’ 사랑하는 방법

서로의 사랑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정할 때

주변에서 또는 방송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존재가 함께 있기만 해도 힘든 존재가 되는 걸 많이 본다.


소중한 존재지만 가장 편한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에, 말을 쉽게 내뱉고, 쉽게 상처를 주고 있진 않을까?

가까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진 않을까?


어느 가족이나 잘 들여다보면 아픈 부분이 있고, 우리 가족도 물론 그렇다. 세상에 어떤 가족이 완벽하게 행복하고 즐겁기만 할까?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든든하고 서로의 편이어야 할 존재가 오히려 서로를 힘들게 한다는 건 정말 마음 아픈 일이다. 마음으로는 서로 사랑하는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할머니는 우리가 갈 때마다 매번 음식을 만들어뒀다가 챙겨주신다. 예전과 다르게 몸이 많이 안 좋으신데도 음식을 챙겨주지 못할 상황이면 우리가 보고 싶으실 텐데도 오지 말라고 하실 정도다. 아마 할머니의 사랑의 표현 방식일 거다. 우리가 아무리 이번엔 절대 음식 하지 마세요! 말해도 절대 그만두지 않으신다.


-

엄마는 어릴 때 나를 집안일 등은 절대 못하게 하셨다.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걸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어릴 때 형제가 많아서 혼자 방을 쓰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겐 내 방을 일찍부터 만들어주고 공부 환경을 열심히 만들어주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선천적인 면과 후천적인 어떤 경험에 의해 결핍과 욕구가 제각각 다르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뭉뚱그려 말하지만 그 방식은 아주 제각각 나타난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임용고시 후 발령을 받으면서 거의 8년 만에 부모님과 함께 지내게 됐다. 떨어져 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함께 살다 보니 당연히 부딪치게 됐다. 그러면서 엄마는 분명 내게 사랑으로 하는 말들이 내게는 듣기 힘든 말들이 많았다.



5가지 사랑의 언어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은 내게 엄마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사랑의 언어에는 5가지가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스킨십, 봉사이다. 모든 사람이 각 언어마다 사랑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칭찬(인정)하는 말을 해 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등에 손을 얹는다던지 하는 작은 스킨십을 통해서 사랑을 느낀다. 사람마다 자신의 제1언어가 있다.


내가 먼저 다 읽고 난 후 짧은 쪽지와 함께 엄마에게 <5가지 사랑의 언어>를 건넸다. 엄마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체크리스트를 통해 엄마의 제1 언어가 ‘함께하는 시간’이란 걸 알게 됐다. 그제야 엄마의 행동들이 이해가 갔다. 엄마는 저녁 준비를 할 때 자주 내게 “실아 와서 이것 좀 봐봐~” “이리 와봐~” 이런 말을 자주 하셨던 것 같다. 엄마는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고 함께 할 때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나의 제1 언어는 ‘인정하는 말’이다. 그래서 엄마가 방 정리를 할 때 자주 내게 잔소리를 하는데(친구들과 대화해보면 엄마와 딸이 함께 살면 아주 흔히 있는 일이지만) 평소에 잘하는 것은 말해주지 않다가 부족한 면만 지적하는 것처럼 느껴져 서운했다. 실제로 내가 정리하는 데 부족한 걸 알고 있지만 그런 순간 인정하지 않고 나도 짜증을 냈었다.


가족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요구하고 고치려 하는 게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게 먼저다. 이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참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언어가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한국인처럼 말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언어가 다르면 내 언어를 강요하면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상대가 가진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추어 소통해야 한다.


우리 할머니의 사랑의 언어는 아마 ‘선물’이 아닐까? 책에 의하면 그 선물은 꼭 돈이나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된다. 상대방이 나를 위한 마음으로 무언가 준비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느낀다. 할머니의 행동들도 스쳐지나갔다. 대학생 때 할머니 댁에서 한 달간 지낸 적이 있는데 할머니는 내가 요거트를 좋아한단 걸 알고는 정말 한달 내내 쌓아두고 먹이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우리가 직장을 갖고 돈을 벌고나서는 용돈을 조금이라도 보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신다. 여러 모습이 생각나며 할머니의 사랑의 언어가 선물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사랑해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면 올바르게 사랑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오해와 상처가 쌓이는 건 어쩌면 서로의 언어를 알아채지 못해서 일 지 모른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소통’ 하지 못해서.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더 잘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느낀다.

사랑도 배워야 ‘잘’ 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