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으면 어때
그렇게 간절했던 프로젝트는 언젠가 영국의 사례로 보았던 Stars on canvas 프로젝트였다. Willow재단에서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격년 단위로 영국의 각 분야에서 팬을 데리고 있는 스타들, 가수, 배우, 운동선수, 디자이너 등에게 작은 캔버스를 보내 그림을 그리게 하고, 이를 모아서 전시, 경매를 통해 판매하여 기부금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나는 보자마자 이건 한국에서 먹히겠다고 생각했다. 모두의 동의를 얻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은 Willow재단 PM에게 연락하여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올해 연말에 우리는 100명의 스타들을 모을 거예요. 그리고 전시한 다음에 경매에 올리고 기부금을 만들 겁니다.’ 그때 누군가가 물어보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이고 지금은 5월인데 무슨 수로 연말까지 스타들을 모아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빌 게이츠 사위를 만들 거예요.’
오래된 외국 농담이 하나 있다. 자기 아들을 빌 게이츠 사위로 만드는 법. 우선 빌 게이츠를 찾아가서 자기 아들을 사위로 삼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대체 뭘 보고 그런 소리를 하냐 하면 자기 아들이 월드뱅크의 사장이라고 한다. 월드뱅크 회장을 찾아가 자기 아들을 사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요청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면 자기 아들이 빌 게이츠의 사위라고 한다. 그렇게 오가며 설득하다 보면 아들은 어느새 빌 게이츠의 사위이자 월드뱅크의 사장이 된다는 오래된 농담. 나는 이 농담을 우리의 비즈니스에 활용하기로 했다.
‘일단 등에 업을 이름이 하나 필요한데...’ 우선은 Willow재단에서 라이선스를 허락받고 영국의 프로젝트를 한국에 론칭한다는 명분을 얻었다. 그리고 네이버에 바로 연락했다. 당시 20 pick이라는 서비스에 에디터 자리를 가지고 있던 우리는 그 연결고리로 웹툰 부서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20 pick에는 콘텐츠를 올리는 조건으로 흔쾌히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했고 다른 부서는 협조가 더 필요하다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 네이버와 20 pick의 로고 활용을 허락받는 것. 그걸로 우리는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
연예인 리스트를 작성했다. 소속사에 무작정 전화해서 각 연예인의 매니저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그들에게 네이버 20 pick과 함께 영국의 이런 프로젝트를 한국에 론칭하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해당 연예인이 꼭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일단 네이버의 이름이 나오니 일단 전화는 끊지 않았고 해외의 프로젝트를 론칭한다고 하니 귀를 기울였다. 이쯤 되면 당연히 바로 거절하지 않고 검토해보겠다, 혹은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그러면 다음 연예인에게 전화할 때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 참여가 확정되지 않아서 말씀드리기 어렵기는 한데... ’ 하면서 지금 협의 중의라며 슬쩍 연락했던 연예인의 이름을 흘렸다. 소문은 퍼지리라, 딱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면서 그 이름들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전시 장소를 섭외했다. ‘한국에서 가장 핫한 곳이 어딜까요?’라는 물음에 직원들이 저마다 장소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중에 커먼그라운드를 짚었다. 바로 연락해서 미팅을 잡았고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는 연예인들의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대관료가 절반이 되었다. 이쯤 되니 다른 카테고리의 스타들도 수월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뮤지션, 배우 같은 전통 매체의 스타들 외에도 SNS 스타 작가들을 섭외했고 웹툰 작가들도 섭외했다. 외국에서 활동 중인 뮤지컬 연출가나 모델들도 섭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기부처를 어려운 아티스트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서울문화재단을 잡았다. 물론 ‘서울’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신력을 기대한 부분도 있었다. 슬슬 기간이 촉박해지고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자 생각해보겠다고 했던 사람들에게 재차 연락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저희가 100명을 섭외하려고 하는데 자리가 부족해서요. 빨리 결정을 주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덧 붙였다. 섭외는 말도 안 되게 빨랐다. 추가로 우리는 홍대 버스킹 뮤지션에게 전시장에서 어쿠스틱 공연을 요청했고, 레드불에는 전시 마지막 날 DJ 파티 협찬을 요청했다. 네이버 20 pick에서는 메인 배너를 약속했고 우리는 유저들을 레드불 DJ파티에 초대하기로 했다. 경매는 옥션이 맡아주기로 했다. 우리를 위해 따로 페이지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반년이 채 안되어서 이 모든 걸 준비했다.
이 프로젝트가 바로 내 평생의 두 번째 자랑, GIFTY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