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FTY 프로젝트 part.2 회광반조

그 날이 플랜투비 최고의 날이었다

by 이승준

드디어 11월이 왔다.


이 날이 오긴 오는구나 하면서 전시를 준비했다. 가벽 하나에는 자유롭게 낙서한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응원의 벽을 만들었다. 여기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스타가 있으면 다음 섭외 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스타들의 그림을 걸고 오프닝 리셉션을 마련했다. 그림을 그려준 스타들과 도와주신 분들, 소속사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전시장 안에서 만들었던 소소한 어쿠스틱 공연은 신선했다. 그렇게 GIFTY의 막이 올랐다.


누군가 마케팅을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참여한 스타들의 SNS 팔로워 숫자를 보여주었다. 100명의 스타들이 인증해준 SNS 팔로워와 네이버 배너의 힘을 얻은 우리의 공식 홈페이지는 순식간에 100만 명이 모였다. 중간중간 트래픽이 터져서 서버를 추가 결제해야 했다. 페이스북 10만 팔로워로 엉덩이가 들썩거렸던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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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행복해 하던 GIFTY 프로젝트

비슷한 시기에 우리의 책도 출판되었다. 이전에 출판사 간사에게 속아 망연자실해 있던 우리에게 같이 해보자며 손을 내밀어준 출판사가 있었다. 우리는 국내외로 모든 이미지 저작권을 해결하고 인터뷰를 추가하며 원고를 꾸렸고 그럴듯한 책이 완성될 것 같았다. ‘제목만 정하면 될 것 같은데, 이 책의 컨셉은 뭔가요?’라고 언젠가 물어보셨을 때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뜨거운 이야기도 아니고 절절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읽는 사람들이 1도씨라도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작은 온도지만 이게 많은 사람들에게 모이면 세상을 바꿀 만큼 큰 온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여기서 탄생한 책의 제목은 맨 아래 나와있는 책, '1도씨 인문학’이다.


이후 서점 여기저기 깔리기 시작했고 서점에 갈 때마다 괜히 우리 책을 집어 들어 잘 보이는 곳에 몰래 놓고 오고는 했다. 우리를 통해 책을 구매하는 분들에게 작은 하트 모양 손난로를 보내드렸고, 열심히 홍보하며 다녔다. 첫 분기에 만 권정도 판매된 우리의 책은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올라갔다.


출판이 되고 이제 더이상 추가 인쇄를 할 일 없는 이 책은 아직도 가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좋은 후기들이 많이 남아있고 올라오기도 한다. 그걸 보면서 가슴 뭉클하기도 하고, 뭔가 아쉬운 마음도 자꾸 든다.


1도씨 인문학.JPG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수 많은 인증 사진들.


GIFTY는 3주 정도 진행되었다. 연일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고 경매도 매우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스타들의 인증으로 연이어 조명되었고 우리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수많은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방송사에서 취재도 나왔다. 아주 적은 분량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공중파 인터뷰라는 사실이 기뻤다. 시골 분교 학생들을 데려와 전시장에서 아트 클래스도 열어보고 마지막은 DJ 파티로 마무리했다. 평일 날을 잘못 잡아 그 추위에 사람도 몇 없었지만 그날은 꼭 영원히 살 것 같은 기분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yaAh2B0gIE

스타들의 사회공헌 캔버스 프로젝트. GIFTY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가며 한국의 아트테이너라는 분야에 한 축을 만들자고 했다. 그동안의 고생 끝에 얻어진 작은 비전은 행복이 되었고 우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단 예비 사회적 기업에 또 떨어질 때까지만.


또 떨어졌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식비 때문이었다. 급여에 식비는 포함되지 않아서 이를 제외한 금액이 최저시급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우리 회사와 기장 계약 한 회계법인에서도, 1차적으로 서류 확인을 해주는 위탁운영기관에서도 몰랐고 이건 그냥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도의 사과가 돌아왔을 뿐이다. 아무리 내 손이 떨리고 정신이 나가도 어쨌든 내 책임이었다. 왜 더 세부적이지 못했는가 하는 책망, 더 발로 뛰지 못했는가에 대한 원망은 오로지 내가 나에게 밖에 할 수 없었다.


4개월쯤 더 버틸 수 있어


어느새 돈이 떨어졌다. 잔고를 확인하고 필요 예산을 확인하던 나는 조용히 Y를 탕비실로 불렀다. 마케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도록과 엽서 재고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다음에 예비 사회적 기업 안 되면 미래가 없어. 그런데 그나마도 그때까지 버티려면.’ 옆 회의실에서 웃음소리가 내 말을 잘랐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저분들 월급은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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