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이 부른 참사
GIFTY에 단기 수익모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타들의 그림이 우리의 자산이었다. 우리는 이 그림들로 에코백, 파우치 같은 굿즈를 제작하고 이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받았던 인기만큼, 우리 매체의 팔로워들만큼 충분히 팔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상품화까지 저작권을 허락받지 않았던 우리는 상품으로 만들었을 때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작품들을 선정하여 작가들에게 따로 연락하고 계약을 맺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더 참여가 쉽도록 참여 매뉴얼을 제작했고, 저작권에 대한 부분과 수익 기부에 대한 동의, 프로세스에 대한 기획을 더욱 세세하게 만들었다. 한 번만 매뉴얼을 받으면 참여까지 한 번에 모두가 이해하고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작가 한 명 한 명의 경매 수익을 정산하고 기부 명세서를 요청하여 전달하고 한 명 한 명 추후 관리까지 진행하는 것에 지쳐 만든 개선안이었다.
그렇게 계약을 따로 맺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파우치와 에코백을 만들었다. 굉장히 좋은 퀄리티로 제작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 스튜디오도 하나 빌려서 직원과 내 친구 한 명을 모델로 사진도 찍었다. 무조건 비주얼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 생각이었다. 해외의 제품 사진들을 참고하여 예쁜 소품을 배치하고 뒤에는 각 작품의 컨셉에 맞는 색지를 깔았다.
그럴듯하게 나온 사진들을 들고 온, 오프라인 편집샵에 입점하기 위한 제안서를 만들었다. 우리 자체적으로도 몰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파급력은 다른 곳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두어 곳의 유명 편집샵에 우리 판매 채널을 열 수 있었고 이제 팔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참담한 결과들을 볼 수 있었다. 100개 정도? 팔았던 것 같다.
우선 다른 제품들과 가격에서 경쟁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스타 작가의 작품이고 기부가 되고 퀄리티가 높다 해도 소위 말해서 가격을 후려치는 양산형 에코백과 파우치에 비해 경쟁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이미 식은 GIFTY의 인기를 업어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팔로워 숫자와 콘텐츠 조회수를 너무 믿었다.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속도에 비해 링크로 넘어오는 유저는 턱없이 적었고 구매 전환율은 절망적이었다.
플리마켓을 조사하면서 그 추운 날에 에코백 무더기를 들고나가 보았지만 우리 에코백 보다 1/10은 저렴한 에코백들이 옆에 있으니 보이지도 않았다. 욕심이 과했다. 욕심보다 시장분석이 먼저였어야 했고 단가 측정이 더 세밀했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더 저렴한 제조처를 찾았어야 했다. 산처럼 쌓인 재고를 보고 있으니 어떤 직원이 ‘그래도 만들어 놓으면 언젠간 팔리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이게 다 빚인데... 하고 생각했다.
재고. 스타트업에게 이렇게 많은 재고는 발을 묶는 독이었다. 돈이 움직이지 않고 가치를 입증할 수 없었다. 특히나 이 걸로 수익을 내려했던 기획안이 모두 맞아떨어지지 않고 다음에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은데 톱니 하나가 거대하게 다른 톱니들을 막아버리는 꼴이었다.
굴러가지 않는다.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