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20만 팔린 에코백은 100개

과욕이 부른 참사

by 이승준

GIFTY에 단기 수익모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타들의 그림이 우리의 자산이었다. 우리는 이 그림들로 에코백, 파우치 같은 굿즈를 제작하고 이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받았던 인기만큼, 우리 매체의 팔로워들만큼 충분히 팔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상품화까지 저작권을 허락받지 않았던 우리는 상품으로 만들었을 때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작품들을 선정하여 작가들에게 따로 연락하고 계약을 맺었다.


예를 들면 이런 작품. Mr.Mustard 작가님의 피터의 초상.


프로젝트가 끝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더 참여가 쉽도록 참여 매뉴얼을 제작했고, 저작권에 대한 부분과 수익 기부에 대한 동의, 프로세스에 대한 기획을 더욱 세세하게 만들었다. 한 번만 매뉴얼을 받으면 참여까지 한 번에 모두가 이해하고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작가 한 명 한 명의 경매 수익을 정산하고 기부 명세서를 요청하여 전달하고 한 명 한 명 추후 관리까지 진행하는 것에 지쳐 만든 개선안이었다.


무려 117페이지에 달하는 피드백 보고서...


그렇게 계약을 따로 맺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파우치와 에코백을 만들었다. 굉장히 좋은 퀄리티로 제작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 스튜디오도 하나 빌려서 직원과 내 친구 한 명을 모델로 사진도 찍었다. 무조건 비주얼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 생각이었다. 해외의 제품 사진들을 참고하여 예쁜 소품을 배치하고 뒤에는 각 작품의 컨셉에 맞는 색지를 깔았다.


이뻐...

그럴듯하게 나온 사진들을 들고 온, 오프라인 편집샵에 입점하기 위한 제안서를 만들었다. 우리 자체적으로도 몰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파급력은 다른 곳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두어 곳의 유명 편집샵에 우리 판매 채널을 열 수 있었고 이제 팔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참담한 결과들을 볼 수 있었다. 100개 정도? 팔았던 것 같다.


우선 다른 제품들과 가격에서 경쟁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스타 작가의 작품이고 기부가 되고 퀄리티가 높다 해도 소위 말해서 가격을 후려치는 양산형 에코백과 파우치에 비해 경쟁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이미 식은 GIFTY의 인기를 업어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팔로워 숫자와 콘텐츠 조회수를 너무 믿었다.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속도에 비해 링크로 넘어오는 유저는 턱없이 적었고 구매 전환율은 절망적이었다.


옆에서 에코백을 2~3,000원에 파는데 경쟁이...


플리마켓을 조사하면서 그 추운 날에 에코백 무더기를 들고나가 보았지만 우리 에코백 보다 1/10은 저렴한 에코백들이 옆에 있으니 보이지도 않았다. 욕심이 과했다. 욕심보다 시장분석이 먼저였어야 했고 단가 측정이 더 세밀했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더 저렴한 제조처를 찾았어야 했다. 산처럼 쌓인 재고를 보고 있으니 어떤 직원이 ‘그래도 만들어 놓으면 언젠간 팔리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이게 다 빚인데... 하고 생각했다.


재고. 스타트업에게 이렇게 많은 재고는 발을 묶는 독이었다. 돈이 움직이지 않고 가치를 입증할 수 없었다. 특히나 이 걸로 수익을 내려했던 기획안이 모두 맞아떨어지지 않고 다음에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은데 톱니 하나가 거대하게 다른 톱니들을 막아버리는 꼴이었다.


굴러가지 않는다.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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