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개와 고양이의 신경전

by 이승준

우리 동네에는 길고양이가 많이 산다.


고양이라면 환장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환경이지만 우리 집 개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고양이만 지나가면 뭇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고 급기야 마당을 신경질적으로 뛰어다니며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그러지 말고 어디 가서 귀여운 새끼 고양이 한 마리만 물어오라고 잘 달래도 보지만 듣지 않는다.


길고양이는 아니지만 앞집 마당에는 거의 반쯤, 아니 80퍼센트는 길에서 사는 마당 고양이 나비가 산다. 나비는 아주 작은 삼색 얼룩 고양이지만 내가 본 출산만 두 번한, 아주 당당한 엄마 고양이이다.


운이 좋은 날에는 길에서 나비와 마주칠 수 있다. 나비는 애교가 하도 많아서 한 번 만나기라도 하면 10분 정도는 가져다 바쳐야 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귀여운 울음소리로 종종종 뛰어와 다리에 몸을 한껏 부비는데 그 몸짓을 뿌리칠 수 있을만한 사람은 몇 없으리라.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고양이와 마당에 갇혀 사는 개가 있다.


개는 환장할 노릇이다. 싫어하는 건지 같이 놀자고 하는 건지, 아니면 제보다 작은 털 뭉치가 종종거리니 신기한 건지 어떻게든 뭔가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반면에 고양이는 아주 여유롭다. 자기에게 닿지 않는 거리를 확인하면 고양이는 대놓고 개를 구경한다. 정확히는 그 안달 나서 발버둥 치는 행동 자체를 감상하는 듯싶다.


햇살이라도 좋으면 고양이는 한술 더 뜬다.


지붕 위로 올라가 햇살을 맞으며 드러누워 개를 놀린다. 아무리 짖고 으르렁 거리고 발버둥 쳐도 이 영악한 고양이는 그저 햇살과 함께 즐길만한 볼거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개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나면 혹시 귀여운 고양이가 오진 않았나 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본다. 그러고 난리를 피우는 개를 보며 네가 귀여운 새끼 고양이라도 한 마리 데리고 오면 좋겠는데, 하고 혼잣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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