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 언덕 위는 다른 세상이었다.

by 이승준

어릴 때 자주 가던 언덕 위 공원이 있었다.


사실 공원을 가야지, 하고 가는 게 아니라 그냥 가는 길에 공원이 있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고 바닥에 블록 정도 깔리고 벤치 몇 개 깔려있던 게 다니까. 오래간만에 찾은 공원에는 뭔가 이것저것 많이도 생겼다. 운동기구도 보이고 바닥도 좀 더 신경 써서 깔아놓은 게 보였다.


이 공원은 언덕 위에 있으면서도 안쪽에 작은 언덕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어릴 때는 그저 이 언덕이 높아 보였다. 옆으로 돌아 들어가는 길로 가면 꼭 산을 오르는 기분이었고 키가 작았던 나는 조금만 돌아가면 공원이 안 보일 정도였으니까. 무서운 생각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가을이 되면 나는 이 언덕을 달려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다.


잠자리가 많았다.


가을이 되면 수많은 잠자리들이 이 언덕을 날아다녔다. 그 사이를 달리는 게 기분 좋았다. 가끔은 잠자리채를 사서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다니기도 했다. 엄마가 함께 오면 신기한 걸 보여준다며 잠자리 앞에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다가 잠자리를 잡아주셨다. 그걸 흉내 내겠다고 성급히 원을 그리면서 잡으려다가 놓쳐버리던 기억도 있다.


엄마는 토끼풀 꽃을 꺾어 팔찌를 만들어주시기도 했다. 꽃 아래 가지 부분을 손톱으로 꾹 눌러 구멍을 만든 다음에 다른 토끼풀 꽃을 끼워 넣어 팔에 묶어주셨다. 나는 그게 뭐라고 좋아서 팔도 못 흔들고 집에 갈 때까지 조심조심 걸었다. 지금도 가끔 토끼풀꽃이 보이면 팔찌를 만들어본다. 이제 손목이 두꺼워서 어지간히 자란 꽃이 아니면 잘 안 묶이는 건 약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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