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우리 집으로 갈 때면 항상 성공회 뒤로 가달라고 말한다.
성공회.
종교 같은 건 잘 모르는 나에겐 아직도 생소한 이름의 이곳.
우리집은 꽤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위치를 설명하기 애매하다. 언젠가 이사하고 나서 내가 처음으로 집에 내려왔을 때 택시는 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집에 전화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성공회 뒤편으로 가주세요 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성공회가 대체 뭔지 궁금했다. 상공회의소도 아니고 정말 그 단어 성공회가 맞나 싶어서 기사님에게 들은 발음 그대로 성공회 뒤편으로 가주세요, 하고 과감하게 말해보았다. 그랬더니 웬걸, 정말 집 앞으로 가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이후로도 성공회가 뭐하는 곳인지 몰랐다. 발음만 대충 알고 뱉으면 집에 가던 그때 이후 별 의미 없이 그저 집에 갈 때 택시 타고 가달라고 하는 이정표 같은 곳이었다. 정말로 이름이 성공회라는 걸 알았을 때도 굳이 궁금증이 생기진 않았다. 이름에 왜 하필 성공이 붙었을까 하고 말았다.
이 곳이 종교 건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최근이다.
여느 때처럼 택시를 타고 성공회 뒤편으로 가달라고 하니 기사님이 갑자기 감탄사를 뱉으시며 성공회가 충주에서 정말 오래된 종교건물이라는 사실을 아냐고 물어보셨다.
요는 이렇다. 1920년쯤에 성공회가 처음 충주에 전파되었는데, 그때 세워진 건물이 성공회이고 아직까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요즘엔 조금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지만 나름 역사 있고 꽤 오랫동안 자리 잡은 종교라며 신나게 설명해주셨다.
그러고 보니 십자가가 있었는데, 성모상이 있었는데 정말 무심하게도 지나갔나 보다. 마당까지 들어가지는 못하고 천천히 살펴본다. 나눔의 집도 보이고 아무도 없는 빈 터인 줄 알았는데 강아지도 보이고 차도 보인다. 성당 물건을 가져가지 말아 달라는 현수막도 보이고 공터 구석에 성모상도 보인다.
마당 곳곳에 심어진 나무도 예쁘다.
지난여름, 이 골목 마지막 여름꽃이 이곳 마당 꽃나무에 피었던 꽃이었구나.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모르면 모르는 만큼 지나가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