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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 12월의 장미

by 이승준

장미가 피었다.

12월에.


언젠가 집 근처 골목에서 누군가 장미가 피었다며 감탄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보았다. 담벼락에 골목 방향으로 기울어진 한 장미나무 끝에 빨간 장미가 분명하게 매달려있었다. 눈 오고 서리 내리고 하는 이 겨울의 한 복판에 어울리지 않는 색으로 매달려있다.


12월의 장미.

어감은 다소 낭만적이지만 장미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식물을 키울 때 꽃을 강제로 피우는 방법을 몇 들은 바 있다. 그중 하나는 물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물이 너무 없어 식물이 위기에 처하면 꽃이 핀다는 이야기이다. 꼭 백조의 노래 같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계절과 안 어울리는 꽃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슬픈 마음도 반쯤은 가지게 되었다.


이 꽃은 왜 지금 피었을까.

왜 어울리지 않는 계절에 피어 빨갛게 얼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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