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아저씨는 어딘가 조금 다르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 아저씨는 매일 웃고 있다. 웃으며 돌아다니고 누군가 눈이 마주치면 굉장히 오래 만난 사이처럼 툭 말을 던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집에만 들어가면 본인의 어머니와 큰 소리로 욕을 섞어가며 대화를 하는데 사이사이 그 특유의 웃음이 섞여있어 대체 저게 무슨 대화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아무래도 어딘가 불편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아저씨의 기행은 큰 소리로 하는 대화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다. 이 추운 겨울에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항상 골목길에 나와 서서 웃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이 지나가면 빤히 보다가 반갑다는 듯 말을 툭 던져보고는 하는 것이 내가 관찰한 주요 일상이다.
그러다 슬쩍 옆으로 돌아가 자기 집 담벼락에 소변을 본다.
가끔 이게 목격이 되면 처음엔 끔찍했는데 나중엔 혹시 집에 화장실이 없는 걸까? 아니면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걸까? 하며 혼자만의 생각으로 측은한 마음까지 살짝 들기 시작했다.
이 아저씨 집 옆에는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있는데 한 번은 이 곳에 있는 쓰레기를 죄다 길에 던져놔서 동네 사람들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아저씨는 거기가 자기 집 뒷마당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아저씨가 여기서 서성이고 있으면 건너편 집 아저씨가 나와 신경전을 벌일 때가 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가장 마찰이 심한 게 바로 주차 문제다.
우선 이 집엔 차가 없다. 그럼에도 집 옆의 담벼락에 주차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한 번은 아버지가 차를 댔다가 누군가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놓은 자국을 보시고 다시는 저곳에 주차하지 않는다. 이 좁은 골목에 주차할 자리 찾기도 어려운데 이게 뭐하는 짓이람, 하고 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집 앞에 알루미늄 포마이카 통과 작은 수족관 같은 게 턱 나와있다. 아무래도 주차를 막으려는 수작인가 본데 해도 해도 너무한 게 거의 도로 한가운데까지 나와있다.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 처음에는 우리 집을 포함란 동네 사람들이 발견할 때마다 담벼락 쪽으로 밀어버렸다.
그래도 잠깐이다. 어김없이 다시 도로 한가운데로 나와있다.
암만 차를 대는 게 싫어도 그렇지 이건 너무한 처사라며 짜증 날 때쯤 아무래도 동네 주민들과 이 아저씨는 2차전을 치른 모양이다. 수족관은 유리가 깨져 위험해 보여 치운 모양이고 포마이카 통은 담벼락 쪽으로 충분히 밀어두었다. 차도 없는데 저렇게까지 저 자리를 사수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저 집에 오는 차가 딱 한 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아저씨의 형이란다. 아저씨의 형이 차를 몰고 오면 곧바로 앞에 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반갑게 맞으며 집에 함께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자주 오는 건 아니고 어쩌다 한 번, 가끔 들렀다 간다고 한다.
아니 그러면 올 때 전화라도 주면 될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오려다 문득 전화는 있는지, 전화를 받을 정도의 정신은 있는지, 몇몇 생각이 빠르게 말을 삼키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이 아저씨가 언제 올지 모르는 형을 기다리며 형이 주차할 자리를 항상 맡아두고, 추운 날에도 나와 기다리다가 혹시 형이 오는 걸 못 볼까 봐 소변도 밖에서 해결하는 건 아닐까. 형이 주차할 자리 옆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게 싫었던 건 아닐까.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머뭇거리다 크게 용기 한 번 내어 말 던져보는 건 아닐까. 그러고서 본인도 멋쩍어 저렇게 실없이 웃는 건 아닐까.
찌그러진 포마이카 통 안에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돌이 가득 들어있는 걸 한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