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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4. 유난히 리어카가 많다.

by 이승준

우리 동네에는 노인들이 많다.


적당히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다 보니 노인들이 많다. 어쩌면 아파트는 답답하고 복잡해서 주택을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파트 없고 작은 집들 많으며 시장과 적당히 가까운 우리 동네는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날 좋을 때 한 바퀴 걸어보면 반드시 노인들 두셋이 모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의 오가는 사람은 없는 동네 골목이지만 오간다면 꼭 노인들이다.


그런데 밤에는 다르다. 이렇게 폐지 실려있는 리어카나 작은 손수레, 보행을 도와주는 기구 같은 것들이 골목길 여기저기 자주 보인다. 아마도 낮에 보였든 그들이 주인인, 해가 지고 쉬러 들어간 집에 같이 들어갈 수 없어 주변 골목길에 대충 세워두고 들어갔을 것이다. 움직임 없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건 사실 낮과 큰 차이 없다.


아마도 느린 주인을 만나 해 떠있는 낮에는 휘적휘적 돌아다녔겠지.

묶여있는 노끈과 적당한 폐지, 홈이 꽤 닳아있는 타이어와 여기저기 녹슨 몸체.


이 질감과 느낌이 우리 동네를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정가고 이쁘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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