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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5. 이상한 구조물.

by 이승준

우리 집 뒤에는 이런 구조물이 있다.

이 주변은 뭔가 좀 이상하다.


이 주변 도로가 꽤 애매하게 나있는데 쓸데없이 아주 가까운 곳에 같은 기능을 하는 도로가 두 개가 나있는가 하면, 쓸데없이 삼각형의 지형을 도로 한가운데 만들어 도로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놓았다. 만든 사람도 이 사실을 인지했는지 길 한쪽에 연석을 세워 차가 못 들어가게 막았고, 결국 이 곳은 한적함과 비효율, 쓸데없음에서 탄생한 복잡한 곳이 된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 구조물의 정체는 홍살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일본 사원 등에 세워져 있는 도리이와 비슷해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붉은 화살 문이라는 뜻의 이 홍살문은 한국의 전통적인 대문 형식이고 신성하거나 격식에 맞다 싶은 장소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온통 붉은색으로 칠해 잡귀를 쫓아버린다는 의미이며 것도 모자라 화살로 쏴서 없애버린다는 의미라고 한다.


출입의 의미보다는 지점의 의미가 더 강하고,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을 만큼 의미 있는 구조물이다. 그러다 보니 이 홍살문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도로는 계속 복잡해져 갔을 것이다.


연석은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하마비 대신 차에서 내려걸으라는 하차비를 대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획한 도로와 벌어지는 간극 사이에 삼각형의 지형이 생겼을 것이고.


알고 보면 예와 배려에서 나온 훌륭한 복잡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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