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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Mar 31. 2020

마른하늘에 날헬기

heli in a pool

수동 카메라가 요구하는 미덕 중 하나는 순발력이에요.


뭔가 피사체가 보인다! 하면 잽싸게 꺼내서 타다다닥 맞춰서 찍어야 해요. 그 타다다닥이 조금 느리면 찍을 거리는 영원히 도망가버려요. 그래서 제가 아직까지 길고양이들을 못 찍었어요. 왜 제 손은 그토록 느린 걸까요.


그런 저도 언젠가 반드시 한 번은 찍어보고 싶은 사진들이 있어요. 그중 하나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비행체 하나를 선명하게 담아내는 거예요. 줌도 안 되는 렌즈 일체형 카메라로 너무 큰 꿈이 아닌가 싶을 때도 가끔 있지만 저는 결국 이 사진을 찍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머리 위로 요란하게 헬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어요. 속으로 아 되게 낮게 난다! 이건 기회다! 하면서 잽싸게 카메라를 주머니에서 꺼내면서 나도 놀랄 손놀림으로 타다다닥 맞췄는데 웬걸요. 헬기가 그새 저 멀리 날아가버리네요. 하는 수 없이 다음 기회를...이라고 생각할 때 한 대가 냉큼 뒤따라 날아오는 게 아니겠어요?


heli in a pool.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수영장 같은 하늘에 헬리콥터 하나가 점처럼 콕 박혀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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