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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담당은 힘들어요.

boom mic.

by 이승준

예전에 독립 영화사에서 영화 한 편을 찍은 적이 있어요.


학교 교수님이 하는 곳인데 저는 학생이어서 그때 엄청나게 착취당했죠. 사람이 없어서 혼자 여러 가지 포지션을 맡아야 했어요. 그중에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저는 마이크였다고 말해요.


마이크는 진짜 힘들어요. 화면에 들어가면 안 되거든요. 항상 양팔을 높게 들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해요. 만약에 배우랑 카메라가 이동이라도 하잖아요? 그럼 마이크는 죽어나는 거예요. 발소리 안 나게 맨발로, 무릎은 살짝 굽히고 양팔은 여전히 만세 자세로 걸으면서 혹시 다른 소리 안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청각에도 초집중을 해야 해요.


말 그대로 전신 운동, 아니 전신 노동이에요.

boom mic.

으, 이제 안 들 거예요.

boom mi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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