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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Jun 30. 2020

좋아한다는 것에 대하여.

reciprocate.

이제 마지막 글입니다.


고생한 제 자신을 축하하며 마무리지을 사진을 골라보았습니다. 맨 처음 올렸던 사진의, 그러니까 이 글덩어리들을 시작하기 가장 처음의 사진, adventurous의 열렬했던 구애의 결과물입니다. 제목은 현상하기도 전에 지었어요. 화답이라고. 참 예쁜 대답이에요.


저는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아주 많았어요. 자라면서 정말 다양한 카메라를 다뤄보기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전공 중에 디자인이 있었던 것도 한몫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필름 카메라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더 좋은 바디와 더 좋은 렌즈만이 최대 관심사였고 매해 발표하는 DSLR의 신작들이 주 관심사였지요. 사실 사진은 취미가 아니었고 잘 찍지도 못했거든요. 그저 기계가 신기했던 거죠.


그러던 언젠가 저와 취미나 취향이 비슷한 분이 저에게 요즘 필름 사진을 찍고 있다는 말을 해주었어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오랜 시간을 건너 잊고 있었던 작은 로망에 대해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작은 구석에 한 부분이었지만 불씨 하나 때문에 마음에 불이 번져버렸어요. 그 길로 바로 카메라를 골랐고, 롤라이는 운명같이 만났어요. 그리고 조금은 진심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카메라와 피사체의 작용과 반작용이 마치 구애와 화답의 과정 같다고 느낀 적이 더러 있었습니다. 필름은 디지털보다 좀 더 구애의 답을 듣는데 시간이 걸리는 오랜 화답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이의 설렘이, 절절한 구애에 대한 답이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는 그 설렘이 좋았어요. 동화 같고 어딘가 오래된 책 냄새나는 이야기 같은. 혹은 어쩌면 조금은 소심한 제 마음을 닮아 더욱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요.


저는 저를 닮은 걸 좋아하거든요.

reciprocate.

당신은 나에게 어떤 답을 줄까요.


https://www.instagram.com/p/B-a2CsTHygV/?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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