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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an 22. 2021

악당 박 박사

작품 하는 중에 악당 무슨 박사!! 두둥!! 사악한 음모!! 매드사이언티스트!!! 이런걸 쓸 일이 좀 있어서 악당... 여기서는 그냥 박 박사라고 하자. 악당 박 박사의 실험실 장면 같은 걸 쓰고 있으려니까 웃음이 난다. 왜냐면 내가 아는 박사들은 일단 대단한 음모를 꾸밀 기력이 없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실은 보통 사람이 보면 우와~ 스럽지 않다. 그들의 연구실은... 그냥 컴퓨터가 있다. 그리고 보통 그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영어인지 기계어인지가 쭈루루루룩 뜨는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어떤 방? 장소? 거기는 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하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서 되게 후덥지근하다. 악당 박 박사는 책상을 쾅쾅 내려치고 화를 내지만, 대부분 연구실에서는 책상을 쾅쾅 내려치면 안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화난 교수가 재떨이를 던진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다. 아무튼 매드사이언티스트가 나오는 말도 안되는 장면을 쓰고 있으면, 주위의 선량하고 기력 없고 어제 하던 일을 오늘도 열심히 하는 주위의 선량한 사이언티스트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느낀다. 


ps. 나는 학부 시절에 컴공과 랩실에 가서 "그.. 안경쓰고 체크무늬 셔츠 입은 남자분을 찾고 있는데요..."라고 말한적이 있다.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앞에 선 남자분이 "여긴 전부 그런 사람 뿐이에요."라고 말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 그랬다. 굉장히 당황했었다. 아무튼 찾긴 찾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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