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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Mar 05. 2021

건강이란 얼마나 인위적인 상태인가

다이어트를 2년 넘게 하고, 유지어터 생활을 하면서 드는 생각인데 건강은 결코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시간과 노력 혹은 돈을 들여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편하게 앉으면 척추가 비뚤어지고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영양 성분을 신경쓰지 않으면 몸이 나빠지며 먹고 싶은대로 먹었다가는 위가 상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알고 신경쓰지 않거나,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아무렇게나 먹고 움직임이 줄어들면 건강은 쉽게 고꾸라진다. 


현대 사무직의 하루 생활에서 건강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다. 심지어 정상체중 역시 상당히 노력이 필요하다. 야채를 생으로 먹으면 비타민과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겠으나, 생으로 야채를 먹는 것은 소화에 상당히 부담이다. 건강에 좋으려면 야채를 살짝이라도 익혀서 먹어야 하는데 이 경우 수용성 비타민은 파괴된다. 다이어트를 하고 식사량을 '권장량'에 맞게 줄이면서 내 입술은 트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미량 영양소를 '먹어서' 섭취하려면 꽤 많이 먹어야 하니 종합비타민제 한 알은 나를 좀 도와줘야 했다. 


조깅을 하면 몸에 꽤 충격이 오고, 이 지속적인 충격은 헤모글로빈을 파괴할 수도 있다. 빈혈이 오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달리기를 하거나 몸에 충격이 오는 운동을 할 때는 철분을 챙겨먹기가 권장되며 철분은 꽤 비싸다. 단백질은 또 어떠한가. 생각없이 먹던대로 먹으면 하루 칼로리의 6~70% 이상을 탄수화물로 먹게 되는 수가 있다. 하루 세끼 밥에 야채절임으로 된 밑반찬을 먹으면 탄수화물을 짠 맛으로 넘기는 식사가 되는데 이것은 건강한 식사와는 거리가 멀다. 계란후라이라도 부쳐 먹어야 한다. 게다가 탄수화물을 배부를 때까지 먹으려면 꽤 많이 먹어야 하는데 이 또한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사람들은 현대인의 생활이 자연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원시인이 아니게 된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지났다. 자연스러움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 현대인은 앉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는 노력해서 건강한 게 좋고 이 상태가 상당히 만족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강한 상태가 자연스러우며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건강하게 되니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내가 해봤는데~ 같은 이야기다. 건강한 생활을 해보니까 이게 당연히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람은 원래 건강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건강에는 상당히 많은 것이 포함된다. 병이 없고, 적당히 근육이 있고, 지방이 적고, 잘 움직이는 신체. 그건 좀 30대 평범한 남녀와 비슷하다.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평범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는 것처럼 건강도 비슷하다. 


신체는 원래 그렇게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고 겉 모양도 그렇게 매끄럽지 않다. 대체로 피부엔 뭐가 나기 마련이고 몸은 썩 아름답지 않은 지방 배치나 뼈대 때문에 생각보다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다. 20대 초반이나 10대 친구들도 관절 어딘가에서 소리가 난다. (엑스레이를 한번 찍어보는 걸 추천한다. 그냥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가서 소리나는데 뭐 이상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면 얘기해줌. 막상 찍어보면 또 별 거 아닐 수 있고 그렇게 안 비싸다)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건 좀 영어공부 꾸준히 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몸이라는 일회용품을 죽을때까지 써야 하니까 건강에는 영어공부보다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지만, 건강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자원이 많이 들어가는 인위적인 상태인거라고. 돈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난이도가 더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건강을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상태이고, 건강을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서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그럴 일은 없겠으나, 내가 어떤 전통적인 타입의 대기업에 경력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치자. 내 커리어를 위해서 나는 입사를 하겠지. 그리고 연봉도 엄청 올라갈 거다. 그러면 그 올라간 연봉으로, 나는 PT를 끊어야 할 것이다. 커리어를 지속하려면, 그리고 그 많은 일을 해내려면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머리를 쉬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시간을 스케쥴에 구겨넣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체력이 떨어져서 커리어를 지속 못할 수가 있다. 인간의 의지는 샘솟지 않는다. 더더더더더더더더 의지를 쥐어짜서 일도 열심히 하고 자율적으로 시간도 내서 운동도 하는 사람을 상상해보자. 그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다. 


매일같이 야근을 시키면서 건강관리도 자기 관리라고 주입하는 회사나, 뚱뚱한 것은 관리의 실패라고 이야기 하거나, 라면이나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에게 '저러니까 살이 찌지' 같은 이야기를 하거나, 무엇보다 지금은 더 이상 사라지고 없는 자연스러운 생활방식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건강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아주 평범한 아이도 요즘은 어릴때부터 이런 저런 학원을 다닌다. 코로나로 인해 실내생활의 비중은 더 높다. 도대체 언제의 생활로 어떻게 돌아가라는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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