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링 두 개가 집에 있다. 어깨와 승모 운동에 쓰려고 샀는데 다리에 끼우면 알이 빠진다는 광고를 보고 어제 다리에 한번 끼워 봤다. 요가링을 다리에 끼운 채 발목을 까딱거려보니 종아리 근육이 눌렸다. 시원하긴 한데 그것으로 알이 빠질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알이 뭔지도 모르겠다. 걷고 뛰다 붙은 종아리 근육이라면 내가 걷고 뛰는 한 계속 있을텐데...? 몸을 조각내서 '너의 이곳이 사실은 문제야. 거기가 못생긴 파트야. 그걸 고쳐야 해.' 라고 말하는 광고는 원래 계속 있었다. 그 중에서도 종아리 알 광고는 역사가 깊은 것 같다. 해결이 안 되는 부위니까. 원래 다리에 피로가 많이 쌓이거나 부종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면 마사지의 효과가 있겠지만, 알이 빠진다는 건 역시 모르겠다.
어릴 때는 두꺼운 허벅지가 엄청 고민이었다. 다른 애들은 앉아도 허벅지가 가만히 있는데, 내 허벅지만 양옆으로 푹 퍼져서 의자를 꽉 채웠다. 알고보니 나는 키가 작아서 다리가 더 짧은거였다. 그러니까... 쟤네는 발이 땅에 닿고 나는 안 닿는거지... 그걸 몰랐지 뭐야... 종아리에도 알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 종아리는 뒤에서 보면 네모지다. 네모진 종아리가 가는 발목으로 이어진다. 그걸 수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 이유는 내가 루키즘과 공포 마케팅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어서가 아니다. 그냥 다른 문제가 더 많아져서다.
몸이 약간 틀어진 게 느껴진다. 오른쪽 아래 허리가 자주 뻐근해진다. 오른쪽 고관절에서 소리가 난다. (전부터 그랬다. 병원가서 엑스레이 찍었는데 의외로 큰 문제는 없었다. 몸의 우측이 앞으로, 전체적으로 틀어져 있다고 했는데 치료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어깨는 늘 아프다. 모니터 앞의 사무직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건강검진에서 당수치가 높게 나왔다.(다시 검사하니 이것도 오케이였다. 난 완전히 정상이라고 한다.) 게다가 한동안 엄청 비만이었다. 세세하게 몸을 나누어서 어디를 더 예쁘게 만들 정신까지는 없었다. 일단 건강상의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야 했다. 모든 게 다 불편해졌으니까.
정상 체중으로 돌아온 지금도, 나는 내가 그렇게 확 살이 쪘던 게 몸을 엄청 옥죄고 항상 긴장하면서 밥 먹은 후폭풍 같아서 그런 다이어트를 안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 평생 체중을 유지하고 살았더라면, 이미 집안에선 요가링을 끼고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다리 알에 집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살이 쪘던 게 전화위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각자 경험과 그로 얻은 결론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미의 기준이 엄청나게 타이트한데 거기에 내 몸이 꼭 들어맞을 확률은 굉장히 낮다. 돈이 아주 많으면 고치기 쉽겠지만 대부분 그렇지도 않다. 그러니까 여러가지 다이어트 보조제나, 다리 예뻐진다는 신발 장사 같은게 되겠지.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해서 몸이 예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이 그렇게까지 몸을 만드는데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내가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마름 탄탄이면 좋겠고, 다리도 길지는 않지만 길어 보이면 좋겠고, 별로 예쁜 뼈대는 아닌데 근육을 어떻게 잘... 해서 몸매가 좋아 보였으면 좋기는 하겠는데.... 그냥 중요한 자리에 옷을 잘 입자.'정도다. 그렇게 예쁜 몸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 물론 자기 만족이지만 자기 만족을 다 채울 수는 없고, 몸은 잘 안 변한다. 그렇게까지 예쁜 몸을 갖고 싶은 것은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100% 달성 가능한 목표는 아니었다.
누구나 예쁜 몸이 갖고 싶다. 거기에 어디까지 시간을 쏟을 것인가는 개인의 문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외모에 대한 압박이 심한 사회에서, 이게 정말 내 욕망인지, 아니면 생각해보니까 별로 신경 안 썼는데 밖에서 주입당한 게 절반쯤 되는지, 밖에서 들어오긴 했는데 그래도 지금 내가 이것을 원하는지, 얼마나 원하는지, 그걸 좀 생각해보는 게 좋은 것 같기는 하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욕망은 절대 안 채워지는 것이므로 크기를 줄이는게 차라리 빠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