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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an 19. 2019

다이어트 보조제 광고 싫어요

자기 혐오로 장사하지 마세요

보조제 광고 좀 그만 보고 싶다. 20대 여성 타깃이라서인지, 아니면 내가 평소에 다이어트 관련 영상을 잘 찾아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스타 페북 트위터에 온통 다이어트 보조제 광고로 가득하다. 발에 끼우는 링이며, 복대, 코칭 어플 등 다이어트 광고는 많지만 그 중 보조제 광고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다.  


보조제 광고라는게 대충 어떻게 생겼냐면, 먼저 오늘 우리의 모습이라며 음식을 잔뜩 쌓아놓고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자기네 보조제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보통은 천연 성분이라고 한다. 블랙 맘바 독도 자연산인데요.) 배가 불룩한 비포 사진과 판판한 애프터 사진, 혹은 이미 충분히 마른 비포와 빗장뼈가 도드라진 애프터를 보여준다. 


첫번째로 '우리 이러잖아 ㅋㅋㅋ'라는 식의 과식 사진은 별로 재밌지 않다. 별로 공감가지도 않는다. 

이 짤만 몇 번을 봤다.

과장이 재밌을 때도 있다. 어쩌면 '으 맞아 나 또 저렇게 게걸스럽게 먹었어 ㅠㅠ' 하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고, '앜ㅋㅋ 맞아 ㅋㅋㅋ' 정도로 가볍게 반응할지도 모른다. 지금 너에겐 문제가 있고, 우리 제품이 그것을 해결해 줄게! 라는 메시지를 주기엔 간편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이 옳은가? 반응이 심각하고 가볍고가 문제가 아니다. 다이어트 광고에서 제시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 주는 메시지는 '많이 먹는 것은 추하다.'는 것이다.


병적인 폭식은 보통 홀로 외롭게 이루어진다. 이 사람들은 타인과 있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아이스크림을 퍼먹거나 감정적 문제를 음식으로 해소하려는 습관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잘 먹지 못하는 문제가 선행되어 폭식이 따라붙는다.


식사의 이미지가 왜곡되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먹방은 '많이 먹는 것이 보기 좋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퍼트린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대리만족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먹는 것이 보기 좋은 것이라는 메시지보다는 마른 몸이 보기 좋다는 메시지가 훨씬 강하고, 길게 지속되어 왔다. 오히려 '나'는 말라야 하기 때문에 먹는 것을 참고 먹방을 보는 것이라고 보는 게 훨씬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보조제 광고에서 제시되는 신체 이미지는 평범하게 일을 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도달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니다. 어느 bj가 58에서 50킬로로 살을 뺐다, 50에서 43이 되었다. 그들의 키가 어느정도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한 사람은 170, 한 사람은 160정도였다. 170에 58킬로에서 50킬로로 살을 빼는 게 건강을 위해서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이어트 보조제의 고객을 정말 살이 찐 사람으로 한정하면 당연히 불리하다. 그러니 이미 충분히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겁을 주고 위협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살쪘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마른 사람들이 더 마르고 싶어하게끔 불가능한 이상을 제시하면 보조제를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다.


여자들이 스스로의 신체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스스로를 미워하고, 식사 마다 자책을 하게 만들고. 이걸 조장하는 걸 그만 둬야 한다. 그래서 보조제가 덜 팔린다면 보조제를 덜 팔아야 한다. 보조제 회사는 뭘 먹고 살란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극단적인가? 170에 50킬로는 극단적이지 않은가?  10대 여성들은 이번달 말까지 자기가 40킬로대에 진입을 못하면 알티한 사람에게 5만원을 입금해주겠다는 등의 트윗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극단적이지 않은가? 


나는 현재 158센티에 73킬로가 나가는 비만이다. 19세에는 43킬로였고, 3년전만 해도 40킬로대 후반에서 50을 왔다갔다 하다가 16년 6월에 갑자기 살이 쪄서 계속 그 무게로 살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한가? 초절식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하루에 5~800칼로리를 먹었다. 이렇게 되면 하루 종일 음식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을 하더라도 머리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음식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한계가 오면? 하루 종일 음식 생각을 하는 상태에서 인내심이 다 떨어지면? 보조제도 약도 소용이 없다. 먹는 것을 못 이긴다. 


다이어트 산업은 이렇게 돌아간다. 마름에 집착하게 해서 병적인 상태를 만들어 놓으면, 필연적으로 그 후엔 비만이 따른다. 그러면 더더욱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그러는 동안 다이어트 산업에 열심히 돈을 갖다바치는 것이다.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비만을 사회적 문제로 지적하려면 마른 몸매에 대한 숭배를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이제 그런 보조제 광고는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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