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난 싫어...
여기저기서 복숭아 냄새 난다는 향수 광고가 많이 보인다.
늘 그렇듯 나는 또 우웩 싫어, 라고 생각한다. 또 뭐가 그렇게 싫은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싶지만 그냥 그 모든게 다 싫다. 누군가의 여자친구이긴 한데 복숭아 냄새 나는 여자친구이고 싶지는 않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조금 있고, 뭐 복숭아만 먹여 키웠다는 도낭전설 생각도 나고 그렇다. (애초에 사실일 리가 없지만)
복숭아에 얽힌 이미지가 뭔지는 너무 잘 알겠는데, 내가 아마 그게 유난히 싫은건 그 이미지가 아직 미성숙하고 연약해서일것이다. 나는 미숙함과 소녀스러움이 섹시함으로 치환되는 게 싫다. 그건 소아성애자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회 전체가 다 자라서 성인이 된 여자를 못 견뎌 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상대가 중고등학생이면, 그들이 아줌마 아줌마 하면서 나를 모욕하려고 애쓰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이 자라서 고작 25세가 넘었다고 꺾였다 소리를 듣거나, 30세에 상폐녀 소리를 듣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아줌마'를 모욕적인 단어로써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었으면 했지만 애초에 인터넷에서 중학생과 무슨 진지한 대화를 하겠는가. 아무튼 그 아이들이 대뜸 아줌마 아줌마 하고 악을 쓰는 것은, 사실은 어리다는 이유로 모욕을 당해서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것은, 어린 여자는 좋은거라고 배워왔겠지. 그런 종류의 성적 물화를 아이들은 쉽게 자기 가치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옛날 내가 오타쿠 여자애이던 시절에, 남덕들이 나를 '현실 로리'라며 우오오 어오오 하던 것을 내심 찬사로 받아들였듯이. (다행히 별일 없이 그 시기를 보냈다) 나한테 아줌마 아줌마 하던 그 아이들도 사실 그렇게 취약한 것이겠지.
그런 이유로 다 큰 성인여자들에게까지 소녀소녀 복숭아복숭아 하는 싸구려 향수를 팔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여성 개인이 자신이 복숭아 향수가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취향일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복숭아 냄새 나는 여자한테 혹하는 남자는 나는 좀 멀쩡한 놈 같지가 않다.
그러니까, 여성 개인이 자기를 예쁘게 꾸미는 것은 자기 취향이거나 개인 취미일 수 있는데, 풀메이크업 한 얼굴만 보고 번호를 달라는 남자는 못 믿을 놈이 아니겠는가. 내면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겉모습에 영향을 받는거지만, 정말 딱 '겉모습만' 보는 사람을 어떻게 믿겠는가.
ps. 그리고 사실 그 복숭아 냄새에 정말로 남자들이 혹하는지는 사실 전혀 모르겠다. 내 경험상 시각 외에 그들의 오감이 그렇게 대단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걸 본 적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