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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Apr 28. 2021

무모한 초콜릿

엄마가 잠깐 나간 사이 나는 지난번에 산 발로나와 벨코라도로 머그컵 한 개 분량의 초콜릿을 만들어야겠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아니, 엄청나게 해야지!도 아니고 그냥 뭔가 홀린듯이 호로로롤로 주방으로 가서 초콜릿을 무작정 녹였다. 


전에 친구랑 방산시장에 갔었다. 친구는 파이를 굽는 취미가 있어서, 같이 방산 시장에 가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중고등학교때 잠깐 베이킹 취미가 있었으나 버터 설거지가 싫어진 탓에 지금은 더 이상 뭘 굽지 않지만, 따라 간 김에 초콜릿을 샀다. 발로나 70%와 벨코라도 다크. 그리고 집에 있는 에소잔에 이따금 초콜릿을 녹여먹었다. 정향과 시나몬스틱과 팔각을 넣은 엄청 진한 초콜릿이었다. 우유도 쪼오오끔만 넣어서 마실 수는 없고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하는 정도로. 나는 진한 게 좋으니까....


그러다가, 근데 어차피 내 집에서 내가 만드는 건데 굳이 카페 용량만큼 만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많이 먹고 싶어!!! 라는 생각을 했지.. 그리고 난 어른이고 재료를 샀고 ... 원래 어른이 되면 감자칩 네 봉지를 먹어도 아무에게도 혼나지 않는거잖아! 


작은 머그컵이긴 하지만 초콜릿을 다 녹이고 나니 그때부터 조금 아 이거 괜찮은가 했다. 아, 이거 ...  아이 뭐 꼭 다 먹어야 하는건 아니니까... 


근데 다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게... 유튜브를 보다보니. 아 이래서 뭐 보면서 먹으면 안되는데. 하지만 누가 이찬혁 제스쳐에 지디 노래를 깔았는데 그거를 안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묘한 간지에 빨려들고 나니 초콜릿은 없었고 나는 당분과 카페인에 후려맞은 채 이것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 감자칩을 네 봉지 먹거나 초콜릿을 사발로 들이켜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만 업보는 자기것이에요.......... 하지만 잠시 즐거웠다... 해보고 싶었다...카페인을 너무 먹어서 눈 앞이 좀 반짝거리는 것 같지만 뭐 아무튼 오늘 일은 할 수 있을 것. 와 하지만 정말 핑글핑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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