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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an 17. 2019

아등바등 사는 건 꼴사나워 보일까?

그래서 안 할 거야?

장염에 걸려서 이틀 고생한 끝에, 조금 나아졌다고 이것저것 먹었더니 그게 다 된통 얹혀서 어제까지 온종일 고생이었다. 몸이 아프니까 괜한 생각이 들고, 모든 것이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통증 때문에 머리쓰는 것은 하나도 할 수가 없어서, 앉아서 취업 팁 같은 것을 내내 읽는데, 그런 게 다 나를 공격하는 말처럼 들렸다. 

얼마나 꾸준하고 전략적으로 해당 직무를 위해 준비해 왔는지가 중요하다든가,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든가, 학벌은 중요하지 않아도 학력과 학점은 중요한 요소라든가 기타 등등 모든 것이 다 '그래서 너는 안 될 것이다' 라고 들렸다. 

준비 기간이 짧고, 직무에 대해서는 공부중이긴 하지만, 내가 블로그에 쓰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눈에 굉장히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짧은 기간에, 약간은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초심자의 꼴이 우습지 않을까 싶었다. 누군가는 보면서 완전히 헛짚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무언가 대단히 눈물겹지만 헛된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마디로 멍청하고 불쌍하고 꼴사나워 보일 것만 같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 안할건가? 싶었다. 이 말은 원래 '애매한 재능'이라는 유행어 때문에 생각했던 것이다.  주기적으로 트위터에서 그런 이야기가 돈다. '애매한 재능은 잔인하다. 진입해서 보니 최고가 될 수도 없고 무르기엔 늦었다. 애매한 재능은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이 내용을 보고 처음에 든 생각이 그거였다. '그래서 이제 안 할 거야? 그런 힘빠지는 얘기 왜 하는데?'

천재가 아니라서, 재능이 애매해서 이제 안 할 건가? 천재가 아니면 내 작업은 무의미한가? 천재가 아닌 나는 그냥 여기서 주저 앉을 것인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데에 만족할건가? 애매한 재능이 만드는 불행에 잠겨서 멈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천재가 한 명 존재하는 것과 내가 작업물을 내는 것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저런 얘기를 한 사람도 그냥 징징대본거지 그렇다고 뭘 그만두려고 하는 소린 아닐 것이다. 

아등바등 사는 게 부질없게 느껴지고, 남 보기 우스울 것 같고, 서툴러서 부끄럽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그거야 말로 큰일이다. 

고양이만큼 귀엽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살 수가 없다.

게다가 멀쩡한 몸과 멀쩡한 정신으로 생각하니, 누가 날 우습게 볼 것 같지도 않다. 

예를 들어, 글은 쓰면 는다. 다들 처음 쓸 때는 자기가 한글도 쓸 수 있고 글씨 써서 문장도 만들 수 있으니까 나는 글을 쓸 수 있어 하고 소설을 시작한다. 심지어 나쁘지 않게 쓴 것 같다. 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엉망진창이다. 작가가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과 독자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의 격차를 인지하지 못한채로 글을 쓰기 때문에, 전개는 듬성듬성하고, 대사는 작위적이고, 결말은 시시하다. 무료 연재란에 보면 그런 글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들을 비웃는 마음으로 본 적이 있던가? 그렇지 않다. 그건 누구나 겪는일이니까.

나는 70편 넘는 연재를 버틴 중학생 하나를 알고 있다. 대단히 재밌는 글은 아니었고, 단점이 많았지만 챙겨보면서 한번씩 응원하는 덧글을 달았다. 응원하고 싶었다. 그 나이에 연재를 70편 넘게 하는 것은, 자기 이야기를 완결 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완결까지 자기 글을 끌고 나갈 끈기가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 사람은 아주 빠르게 좋은 작가가 된다. 스킬은 금방 따라갈 수 있다. 

앞서 간 사람들은 뒤에 있는 사람들을 비웃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비웃는 건 그냥 지나가는 남이다. 그런 남을 굳이 상상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몸이 안 좋고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자꾸 떠오른다. 날 비웃는 가상의 이상한 사람들이 수십명씩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우리 엄마가 늘 말했듯 남들은 나에게 그런 관심이 없다. 나는 내 일을 하면 된다. 매일매일 그렇듯이. 

제 갈길을 가는 펭귄. 사실 그냥 내가 펭귄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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