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에 다닌다

by 김반짝

나는 이런저런 글쓰는 직업들에 지겨워졌다


나라장터 제안서도 쓰고 싶지 않고


아무도 안 보는 공공기관 홍보영상 시나리오를 하는 것도 싫어졌고


작은 게임회사에서 작가가 되고 싶었던 사장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것도 싫어졌고


(이런 곳에서 협업이라는 것은 내가 그의 뇌와 연동된 손이 되어 글을 대신 써주는 것을 의미했다)


무성 애니메이션 구성 작가를 하면서 언어를 봉인받는 것도 싫어졌고


앞부분만 다르고 뒤의 섹스씬이 전부 똑같은 포르노 대본을 찍어내는 것도 싫어졌다


월급이 언제나올지 모르는 것도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르는 것도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회사도 망해버리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던 회사에서도 잘려버리고


그 모든 것이 지겨워 콜센터에 들어갔다


콜센터는 일단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고


나를 3개월 써본다음에 자를지 말지 결정한다고 하지 않고


해본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고


남들이 다 싫어하는 일이지만 의외로 나랑은 잘 맞는 면이 있고


그래서 콜센터를 다니고 있다.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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