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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Mar 24. 2019

과속 택시를 타고 아이폰이 사고 싶은 이유

저는 ... 잠실의 줄리아에게 사주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줄리아쌤은 정말 최고였고... 믿음직했으며... 아 이정도면 사주 보는 의의가 있다... 싶었어요. 그리고 편백찜을 먹었고 좋은 카페에서 좋은 차와 호두정과를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피곤해서 택시를 탔죠.


사주를 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저는 아이폰이 사고 싶었어요. 왜냐면... 대부분의 통화를 녹음하고 나중에 문제될만한 것을 정리해놓는 삶에 지쳤거든요. 프리랜서는 삶에 굴곡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카톡과 메일 위주로 일하기도 하고. 택시에 탄 저는 동행에게 별 생각 없이 "아, 아이폰 사고 싶다!"라고 외쳤습니다.

조용하던 택시 아저씨는 갑자기, "애플에 삼성 부품 들어가는거, 아시죠!" 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거기서부터 동행과 나는 당황했습니다. "네...뭐 그렇죠..." 아저씨는 약간 신이 난 듯 애플이 망해간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집 근처 핸드폰 매장에 쳐들어가 아이폰이 사고 싶어졌습니다.


아무튼 아저씨는 5G를 대한민국이 먼저 만들었다든가... 롯데몰 어디에 그게 들어간 로봇이 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왜냐면 아저씨가 시속 110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저씨는 차선도 두어번 바꾸었습니다. 깜빡이는 안 켰습니다.

도시고속도로에 들어가자 저는 말없이 안전벨트를 매었고, 동행인에게도 수신호로 안전벨트를 매라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벨트 좀 매." 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아저씨가 무서웠습니다. 아저씨가 딱히 화를 잘 내는 사람 같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안 죽는다든가.. 그런 말을 들을 것 같았습니다.

목적지까지 1/3쯤 남았을까요, 아저씨는 갑자기 "거 내릴때 이름이랑 전화번호랑 집주소 좀 적어."라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우리는 바짝 얼어붙었습니다. 아저씨는 "나한테 감기 옮기면 어떡해. 하하."하고 웃었습니다. 우리는 약간 안심했지만 아저씨의 농담에 같이 웃기엔 속력이 너무 빨랐습니다.


목적지에 가까워졌을 때 아저씨는 어디서 내려줄까 라고 물었습니다. 아직 목적지까지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우리는 대강 저 앞에서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잠실의 줄리아가 말한 미래를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음부터는 피곤하더라도 지하철을 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폰 가격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어제까지는 갤10 체험장에서 하하호호하고 있었으나, 잘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이 아이폰으로 가득합니다. 아저씨는 어쩌면... 하늘에 있는 스티브 잡스가 보낸 요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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