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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an 26. 2020

아무것도 하지 않은 휴일

어제는 종일 폰을 쥐고 자다깨다 하면서 지냈다. 음식도 엄청나게 가볍게 먹고, 내내 잤는데도 열한시쯤에 일찍 잤다.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휴일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너무 아까워하면서 큰일 나는 줄 알고 지냈기 때문에 어제 같은 휴일은 오랜만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은 정말 소중하구나. 


오늘도 사실 할 일은 많이 있다. 웹소설을 계속 써야 하고 회사 일도 할 게 있어서 내일은 연휴인데도 출근해야 한다. 하지만 어제의 여유가 아직까지 조금 남아서, 나는 천천히 하지 뭐 하고 마음을 놓아버린 채 노트북과 시집을 들고 나왔다. 시집은 1년에 한 권도 채 읽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한 편도 안 읽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시집이 읽고 싶었다. 감정이 응축된 짧은 글이 읽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 시집도 사실은 작년 여름쯤에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샀고 한 번도 안 들춰보았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데, 인풋을 넣지 않은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계속 짜내기만 해서야 소진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 애니 몇 편을 보고 영화를 보고 트렌드 파악을 위해서 인기있는 웹소설 도입부를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체를 보고 작품이 나에게 주는 감정을 온전히 느껴야 하는 때다. 


일로 글을 쓰고 일로 글을 읽으니 조급함이 아주 없을 수는 없다. 의무감이 있는 상태에서의 작품 읽기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은 충분히 쓸 수 있고, 그래야 한다. 2월 말까지 한 권을 써 내는 정도로 하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속도를 붙여야겠지만. 


조금씩 천천히 하자. 그만두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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