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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an 17. 2021

트위터를 끊기로 했다. 완전히.

문제는 내가 말하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쓰는 걸 너무너무 좋아한다. 매일매일 뭘 시시콜콜한 것을 다 말하고 싶다. 이매역을 지날때마다 '이매망량'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든가, 처음으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렸는데 겁내 쓰고 맛이 없었다든가(물을 너무 콸콸 빠르게 부었다) 무엇이 마음에 든다거나 코로나 대책이 어쨌다든가 좋아하는 가게가 망할까봐 걱정은 되지만 돈이 없어서 거기까지 가질 못하는 일이나 방금 읽은 책이 좋았다거나 싫었다거나 여러가지를 전부 다 말하고 싶다. 그냥 지나가는 생각 한 줄 한 줄. 별 대단치 않은 것들. 


그래서 일단 말하기를 할 수 있는 다른 sns를 좀 찾아봤다. 굳이 누가 보지 않더라도, 그냥 기록 앱도 좋고. 트위터가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던 자잘한 욕구들을 여러가지로 나누어 보고 각각 그에 맞는 대응을 찾기로 했다. 


1. 말을 하고 싶다 

2. 뭔가 재밌는 것이나 새로운 소식이 보고 싶다 

3. 친구들의 소식이 알고 싶다. 


1번 같은 경우는 사진이 있을 때는 인스타를 쓰기로 하고, 그냥 글 뿐일때는 커넥트라는 어플의 피드 기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낯선 사람과 전화 연결 해주는 어플인데 굳이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커넥트 피드는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논쟁적이지 않은, 일상적인 공간이다. 물론 말을 하고, 재밌는 말을 했다는 등의 반응을 얻고 싶은 욕구도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관심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그냥 관심을 못 얻는 상태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독서 기록은 북적북적이라는 어플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웹소설도 다 있어서 기록하기가 좋다! 책이 없으면 직접 등록도 할 수 있다. 


2. 인스타를 보는게 차라리 낫다. 나는 정말 텍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사실 남이 올린 이미지를 그렇게 하염없이 보게 되지는 않는다. 이미지에서 내가 얻는 정보는 그냥 '아 예쁘네.' '고양이가 귀엽네.' '소바가 맛있겠네.' 정도가 끝이다. 트위터에 비해서 인스타에 올라오는 이미지는 내가 '이게 옳은가 그른가' '정말로 그런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네이버 시리즈에 연재되는 웹소설도 있고. 아직 전독시를 100화 언저리까지밖에 못 봤다. 썰리가 나랑 잘 맞긴 한데, 이용자가 적은지 업데이트가 자주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매일 쌓여있던 뉴스레터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보기로 했다. 이미 오렌지레터, 어피니 머니레터, 시사인 레터, 민우회, 그린피스를 구독하고 있는데 내가 그걸 얼마나 제때 열어보았는가... 


3. 친구들의 소식이 알고 싶어서 비계를 제한적으로 쓸까 고민했는데, 그러면 또 논쟁적인 생각에 휘말리고 말이 하고 싶고 남에게 무엇을 주장하고 싶어진다. 물론 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음을 편히 하자고 사회 이슈 전반에 신경을 끄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트위터는 플로우니까, 지나간다. 그러면 또 다른 이슈가 오고, 또 다른 이슈에 대해서 말을 하게 된다. 일단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이슈에 동시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팔로우업 해야 할 이슈들을 내가 그냥 분노로 소진하고 재치있는 말을 하는 재료로 사용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것은 2번의 노력으로 할 계획이고. 그래서 3번에 대해서는 친구들 누구? 라고 생각해보았다. 대부분 친구들과는 개인적인 연락처가 있기도 하고, 친구들 역시 트위터에 피로감을 느끼는 터라 거기에서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는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확인해보니 내 친구들의 트윗을 다 모으면 많지만, 개개인은 그렇게 많은 트윗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근황이야 매일매일 변하는 것도 아니니, 달에 한 번 정도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봐도 충분하지 않나 싶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의식적으로 웹으로도 앱으로도 접속하지 말자고 결심하니까, 시간이 생겼다. 보통 내가 하루에 해야 하는 일은 크게 1. 돈 버는 일(또 일을 하고 있지용. 회사랑 쫌 다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헤헷.) 2. 글 쓰는 일 3. 운동 4. 영어공부 5. 책읽기 6. 명상 정도가 있다. 대체로 하루에 1,2,3,4까지 하면 하루 잘 살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데, 제일 재밌게 하던 트위터를 끊고 덜 재밌는 것으로 대체하니 시간이 상당히 많이 생겨났다. 특히 주말에. 일단 세이브 원고가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법문도 듣고 책도 읽었는데도... 그래서 책을 더 읽을까... 오늘 원래 운동 쉬는 날인데 운동을 할까... 게임을.. 게임을 할까...? 이 시간을 뭘 할까 생각중이다. 지금은 책을 더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읽는 게 얼마만인가. 드디어 취미를 찾을 시간인가 싶기도 하다. 뭘 하지? 블로그를 한다면, 무엇에 대해서 글을 더 써볼까.... 고민이다. 어쩌면, 굳이 채우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있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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