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보였거든

그래서 그렇게 살아보기로 했어

by 이경아

2022년도 겨울이었을 거야.

내가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내 사랑"이라는 영화를 봤던 때 말이야.

손그림을 그리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가당치 않은 일이라 아예 밀쳐두었거든.

그저 포토샵으로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분히 만족해야만 했던 그때 이 영화를 본 거야.

게다가 픽션이 아니었어. 찾아보니 진짜로 있었던 일이더라고.


영화 속 주인공은 몸도 불편했고 아주 가난했어. 불행이 가득했지. 굳이 살아야 하나 싶으리만큼.

그런데 그녀가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는 거야.

아주아주 비좁은 집에 얹혀살다시피 하는 그녀가 나무 판때기 위에 싸구려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거야.

온통 눈으로 덮인 그곳에서 추위로 곱은 손가락을 호호 불어 녹이면서 그림을 그리더라고.

이따금 그림을 팔기도 했지. 아주 싼 가격에. 동네 마트에서 말이야. 그 돈으로 물감을 사서 또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림을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 아니야.

그림을 그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는 거야.

저렇게 좋을까? 너무 가난한데, 그래도 좋을까?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 내 상황에 내 형편에

너무 큰 사치라 생각되었거든.

그리고는 나중으로 미루어두었어.

나중에...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2023년 2월 내 엄마가 죽었어.

팔순 다 되어가셨고 지병도 있으셨으니 죽음이 낯설지 않은 거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날이 바로 그 날일 줄은 아무도 몰랐어.

아마 당신도 몰랐을 거야.


"올봄에는 꼭 해 봐요."

봄이 왔지만 그 봄을 즐길 엄마는 없더라고.

나도 엄마랑 함께 하기로 한 봄을 잃었던 거고.

죽으면 다 끝이더라.

어쩌면 말이야, 내가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재고 재었던 그 순간이 끝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2023년 4월

곧바로 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흔히 말하는 디지털 드로잉 말고 색연필이나 붓을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야.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식탁 한켠에서 말이야.

가족 모두의 공간이다 보니 잠깐 그림 그리고 치우기를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해야 했지.

그림만 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 많이 바쁘게 움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드디어... 2024년 1월, 첫 번째 개인전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너무도 운 좋게도 그 이후로 여러 번의 작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하게 되었지.


그런데 사람은 너무도 간사하고 얄팍해서...

아니 나 말이야.

처음 그 마음을 자꾸 잊게 되더라고.

욕심이 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스스로를 힘들게 해. 자꾸 괴롭히더라고.


다음 주부터 두 번째 개인전이 시작되거든.

마음이 복잡한 거야.

나를 다스려야 하는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이 전시를 하는 까닭이 무얼까?

곰곰 생각했지. 영화 "내 사랑"의 주인공 "모드 루이스"의 미소가 떠오르더라고.

아~ 맞아.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거지?





2025년 1월 서대문구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의 작은 개인전 (우린 행복할 수 있을까?) 일부 모습

2025년 1월 서대문구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의 작은 개인전 (우린 행복할 수 있을까?) 일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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