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쟁이 Feb 10. 2023

잔치 잔치 열렸네

나의 엄마 (1)

2023년 2월 6일 월요일 오전 7시

엄마의 마지막 잔치가

열렸음을 알리는 초대장을 발송했다.

잔치는 2월 6일 단 하루.

장소는 대전 ㅇㅇVIP실.

잔치 준비는 자정부터 새벽까지 내내 했었다.

다만 초대장이 늦게 나와 발송이 늦어졌다.

갑작스레 열리는 잔치를 찾아주는 이가 있을까

염려할 겨를도 없이 잔치는 시작되었다.

엄마는 VIP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처음부터 VIP실에서의 잔치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

딱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주 작은 일반실과 VIP실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오글거리지만 VIP실을 선택했다.

그 공간이 어찌나 크던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아득했다.

형제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째깍째깍 시간이 흘렀다.

오전 10시 30분.

엄마는 다시 장소를 옮기셨다.

그곳에서 잔치가 끝날 때까지

당신의 손님들을 맞이하실 것이다.


시간이 계속 흘렀지만

손님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화환이 계속 들어왔다.

엄마의 잔치와 같은 잔치에서 보았던 화환들이다.

저게 뭐람 시간 지나면 다 쓰레기인데...

불필요한 사치라 여겼던 화환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붉은 자줏빛에 찰랑거리는 금술을 달은

벨벳 깃발도 계속 들어왔다.

그 큰 홀을 가득 에워싸고도 더 이상 세워 둘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오후 2시쯤 되었을까?

드디어 하나 둘 손님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한분 한분 얼싸안고 맞절을 하며 반가이 인사했다.

반가운 것은 맞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

아니 우린 오열하며 부둥켜안았다.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어마어마하게 넓은 VIP실은 가득 채워졌고

뒤이어 들어오시는 손님들은

빈자리를 찾아 서성거려야 했다.

그 손님들 중에는 아주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이도 있었고

병으로 제 몸 가누기도 힘겨워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찾아주신 분도 있었다.

남편은 얼굴 본 지 족히 20년도 더 되었을

나의 대학 선배들도 불렀다.

(남편에게는 동창이겠구나.)

1남 5녀 중 장녀인 올케는 친정 식구 모두를 불렀다.

부모님은 물론이거니와 동생들 부부 모두와

그들의 자녀들 모두가 잔치에 참석했다.  


꽃에 둘러싸여 있는 엄마에게로 갔다.

"엄마, 엄마.... 진짜 잔치구나. 다 왔네.

엄마 보여? 엄마 좋아하는 꽃도 많고

이 넓은 곳이 손님으로 가득 찼네. 우리 엄마 VIP래."


자꾸 눈물이 났다.

울음을 속으로 삼킬 수 없어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는 아무런 말이 없다.

자작나무 숲 너머 호수를 건너면 생명을 기억하는 성이 있다(2월 1일 그린 그림)

p.s. 지난 2월 5일 저녁 갑작스럽게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당연히 아직 많이 힘들어요.

      머릿속도 먹먹하고 부유하는 듯 싶어요.

      그래도 어제부터는 밥도 먹습니다.

      당분간은 엄마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제가 기억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요.

      제가 엄마를 애도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습니다.

      자꾸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