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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Apr 22. 2018

[해외취업] 왜 싱가포르인가?

지구상 수많은 나라 중, 내가 선택한 첫 번째 나라

*글이 늦어졌습니다. 바쁘기도 하고, 항상 다음번 거취(Next Step)을 고민하는 건 어느 나라에 와도 똑같나 봅니다. 여러 생각과 수많은 이벤트 때문에 브런치 글에 대한 애정에 반비례해서 글을 쓰게 되었네요. ㅜㅜ*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싱가포르에 올 계획은 전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미국에서 취업하여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 사람들과 한국에서 많이 엮일 일이 많았다. 미국인들과 계속 우연히 만나게 되고(심지어 카자흐스탄에서 지낼 때는 옆 방 룸메가 캘리포니아 아이였다!) 연락을 주고 받고, 심지어 미국인 남자친구까지.. 두게 되며 미국에 대한 환상이 주체 못할 정도로 몸집을 키워갔다. 아, JYP 박진영의 미국 진출 병보다 훨씬 증상이 중했다. 경력은 커녕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결국 비자를 못 받게 되어 포기했지만. 그러나 해외에서 취업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았고, 2016년 12월 -  재미로 한번 가서 일해 볼 만한 나라를 추려봤다.


1)싱가포르

2)홍콩

3)독일


이미 졸업 전에 스타트업을 시작했던 내 상황에서,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나 영국- 캐나다 등에 건너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리어를 망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다음 기회에'라는 생각을 하고 워킹홀리데이로 갈 수 있는 나라는 접어뒀다.(그런데 워킹홀리데이라는 선택지를 미뤄서 나중에 쓸 수 있는 지금, 오히려 이게 더 잘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규직 직원이 되어, 정규 워킹 비자를 받고 한국인들이 이미 꽤 많이 일하고 있는 나라는 저 세 군데였다. 심지어 지금도! 저 나라에서 학부를 졸업했거나 살아보지 않았던 한국 토박이들이라 해도 갖은 노력 끝에 정착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나중으로 미뤘고, 미국이나 영국처럼 비자받기가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곳은 제했고, 프랑스나 스웨덴, 일본처럼 그 나라 말이 요구되는 나라도 역시 선택하지 않다보니 결국 영어를 많이 쓰고 이민자를 받는 데 큰 거부감이 없는 나라 셋이 나왔다. 


 그 중 결국 최종적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는 이러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카자흐스탄에서 교환학생일 때, 싱가포리언 넷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그나마 우정을 쌓았던 건 여자아이 두명. 굳이 따지자면 아주 많이 친하진 않았지만, 교환학생 시절이 끝나고도 연락을 주고 받고 한국에 놀러오게 되면 꼭 만나서 밥을 먹는 등 인간적인 교류를 지속적으로 주고 받았다. 예의바르고 영어도 잘 하던 (싱글리쉬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착한 그 친구들을 보고 싶어서 싱가포르를 고려했다. 당연히 싱가포리언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도 좋았던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말레이시아에서 단기 어학연수 및 여행을 하며 매우 좋은 친구들을 감사하게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시리아, 말레이, 중국계 말레이, 몽골, 차드(아프리카) 등등 여러 국적의 친구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었던 학교 답게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깨울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지내면 이 친구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싱가포르 취업을 결정한 것도 솔직히 있었다.

*이미 브런치 내에서 유명한 Alice Jeon,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책을 접하게 되었던 팅키 언니(글로벌 언니의 솔직한 열정토크) 등 싱가포르에서 당당히 한 명의 사회인으로 지냈던 한국 여성들을 통해 싱가포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생겼다.

* 말레이시아 여행 중, 그냥 심심해서 하루 이틀 정도 들렀던 싱가포르. 그 여행 덕에 이 곳에 대한 추억이 항상 아름답게 남아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그냥. 지금은 그냥 반 로컬 준 여행객인 내가,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짧은 일정 탓에 완벽히 관광객 코스만 들렀고, '여기가 어딘가.. '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밤과 골목들은 그냥 지금 생각해보면 CBD area, Lau Pa Sat, Sentosa 등 다들 들르는 곳이었다. (그래도. 내게 싱가포르의 아름다움 그 이상을 선물해준 Ken Toh 씨 이 글 좀 보면 연락 좀 주시길. 본인 덕에 제가 여기서 밥 벌어 먹고 사니까, 은혜 좀 갚읍시다.)


조금 더 거대한 담론을 논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매우 깨끗한 나라. Nanny State라고 우스개소리로 전락하는 때도 있지만 강력한 법치국가답게 치안이 매우 좋고 거의 모든 곳이 깨끗하다. 한국에서는 밤에 집 앞까지 따라온 취객 및 대낮 성추행 등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늘 밤길이 불안했는데, 이 곳에서는 단 한 번 도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물론 대신 나도 한국에서보다 두배로 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것은 다 장단점이 있는 법이니. (길가다 실수로라도 쓰레기를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어쩌다 담배 한 번 피운다면 무조건 '지붕이 없는 곳'에서 피운다. 지붕이 있는 '야외'여도, 흡연하다 민간 조사관에게 걸리면 무조건 벌금이다. 지하철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절대로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

*세금을 많이 걷지 않는다. 내가 일했을 때 한국에서는 국민 연금, 4대 보험 등등 이것 저것 유리지갑의 숙명으로 인해 고통 받았으나 싱가포르는 그렇지 않다. 비자마다,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이 부분은 스킵! 어쨌든 친 기업 정서로 인해, 세금을 많이 거둬 북유럽처럼 그 이름도 화려한 복지에 쓰는 노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인이 취업하기 가장 쉬운 나라 중 하나. 이것은 객관적으로 '쉽다'는 말이 아닌, 경력도 적고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한국인이 그나마 해외취업하기 수월한 나라 중 하나라는 말이다. 아시아 본부, 헤드쿼터, 지사 등이 많이 있는 싱가포르이기 때문에 한국 마켓을 담당할 사람이나, 코리안 스피킹이 요구되는 직무가 타국에 비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의 질을 세세하게 따지지 않고 취업 가능성의 양만 본다면(커스터머 서비스, 한국 음식점 서빙 등의 일 까지 모두 합친다면) 선택의 폭은 아주 많아진다.

*영어도 중국어도 모두 가능한 나라. 


아주 큰 커리어 패스를 생각해볼 때) **NEXT STEP**

*한국에서 3년 경력을 쌓고 다른 나라로 이직할 때보다, 싱가포르에서 3년 정도 경력을 쌓고 다른 나라로 이직할 때가 당연한 말이지만 훨씬 이롭고 수월하다. 그건 상식적인 로직이다. 본인이 한국의 인사담당자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똑같은 경력과 직무를 가진 외국인 두 명이 하나의 포지션에 지원해 경쟁한다고 생각해보자. 한 사람은 폴란드나 브라질, 러시아에서 3년 일했던 외국인이다. 다른 한 사람은 미국이나 영국, 호주에서 일했던 외국인이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 인터내셔널한 환경과 영어 베이스인 나라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인지상정. 싱가포르에서의 경력은, 진위여부와는 상관 없이 '어느 정도영어로 의사소통은 되겠거니'하고 만들어줄 수 있다.

*로컬도 많지만 외국인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또 처음이다. 노동력이 부족한 도시국가의 특성 상, 이민자들을 데려올 수 밖에 없고 - 이 속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스토리와 배경, 꿈과 야망을 가진 사람들은 내 인생에 큰 힘, 자양분, 도움, 동기가 될 수 밖에 없다. 태어나서 나고 자라며, 잘 살던 본인 나라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여 삶의 터전을 일구어나가는 것은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힘들다. 정착한 지 반년도 안 되었지만 벌써 '요트를 몰고 다니는 동유럽 출신 억만장자' ,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하는 영국 출신 DJ' , '중국집, 중동 요리, 태국음식점, 인도 음식점을 경영하며 동시에 세계적 IT회사의 마케팅 총괄 매니저' 부터 '부모님 사업이 망해 갑작스럽게 가난에 맞서야 하는 이십대 학생','잘 다니던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새롭게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미대 시간 강사로 일하다 잘못된 선택 끝에 졸지에 백수가 된 구직자','한국에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젊은 주재원들' 등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옆 동네 호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호주는 대륙이지만 어찌보면 섬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급 인재를 영입하고 데려오는 것이 다른 대륙보다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고, 싱가포리언들이나 혹은 싱가포르에서 커리어를 잘쌓은 인재들이 호주로 이동하는 편이 많다. 나는 굳이 이야기하자면 다음 목적지는 호주나 영국을 생각하고 있는 데, 이런 나만의 말도 안되는 상상을 풀어놓으면 다들 '그래. 놀랍지도 않네. 싱가포르는 징검다리야. 이 곳에 최종 정착하고 싶어서 오는 사람은, 과장 좀 보태서 아무도 없지. 다들 다음 스텝을 위해 잠시 오고 떠나고 하는 그런 곳이더군.'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쉬워보여서, 인터넷에서 보면 남들 알아서 척척 다 하니까, 생각보다 할만 해 보여서 싱가포르에서 첫 스타트를 끊는 것보다는. 본인이 하고 많은 이 세상에서 취업하고 싶은 나라가 어째서 싱가포르인지에 대해 단 하루라도 고민해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모래알처럼 수도 없이 많은 이 세계의 도시들 중에, 어째서 싱가포르로 오고 싶은 것인지. 도대체 이 남국의 무엇이 당신을 손짓하고 불렀는지. 왜 이 곳이어야 하는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이 곳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어쨌든 삶은 끝없는 물음의 연속이고, 좋은 물음은 좋은 삶으로 결국 이끌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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