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보면 재미있지만 아직도 내겐 너무 먼
싱가포르 유학을 생각하거나, 싱가포르 취업을 고려 중인 사람들이 종종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싱글리쉬! Singlish : 영국식 영어를 기반으로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식의 억양에 짧고 간단하게 이야기 함. Hokkien, Bahasa Malay, Mandarin 등 다인종 사회답게 그들의 단어와 어투 및 억양이 모두 섞인 영어. 싱가포르 정부는 싱글리시 사용을 배제하고, 공공 방송 기관에서는 중국어 방언 방송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싱가포르식 영어 강좌도 개설되어 있고 싱가포르 국민들 중에는 싱글리시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영어 간략화 현상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위키피디아 출처)
싱가포르의 영어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이해가 쉽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특히 영어를 배우기 위해 싱가포르로 온다면? 백지에 파란 물감을 칠하면 푸른 색으로 물드는 것 처럼, 유학생들도 싫던 좋던 싱글리쉬를 배울거라는 것은 미리 생각해야 한다. 영어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라면 인정하기 싫지만 몇몇 한국사람들은 싱글리쉬를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영어의 억양이나 어투가 '영국식', '미국식'일 경우에만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매끄럽고 완벽한 영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어민들에게는 영어를 참 잘한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적재적소에 알맞는 단어와 어구, 자신감 때문이다. 따라서 싱가포리언들의 영어도, 우리가 아는 그 영어가 맞고 이들은 완벽한 영어 원어민이다. 누군가 싱글리쉬를 얕잡아보거나 비하하는 발언을 접할 때마다 짜증이 날 정도다. 하지만! 싱가포리언들도 인정할만큼 '싱글리쉬'의 독창성과 특이성 자체는 미국식 영어로만 교육을 받은 우리들에게는 이해가 어렵다.
심지어 런던에서 온 내 영국인 친구도, 싱글리쉬로 줄곧 이야기하는 푸드코트의 청소 아주머니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원어민인데도......) 아, 당연히 나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Yes, Yeah = Yah.
No, Nope = No lah.
I can't do that, Impossible = can not.
Okay, Alright, Ok = Ok lah, Okie
Don't tell anything that I said. = Don't say I say.
If you come here, then I will go another place, you got it?=You come I go ah?
Do you want to eat something ? = Makan ah?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싱가포르 식 영어 축약 현상. 매일 싱가포르 동료들과 마주하다보면 나도 어느새 lah와 meh, ah를 덧붙이고 있는 걸 느낀다.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다시금 미국식 영어로 돌아오지만, 늘 남자친구는 싱가포르 억양으로 금세 바뀌었다고 놀라워 한다. 그리고 특유의 된소리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데 , 애매한 미국식 발음보다는 차라리 눈 딱 감고 잘 하지도 못하는 영국식 발음을 쓰면 내 영어를 더욱 빠르게 이해시킬 수 있다.어차피 내가 아무리 미국식 억양이나 영국식 억양을 쓴다고 해도 한국에서 자랐으니 당연히 한국식 억양이 묻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싱가포리언들과 일하거나 놀 때는 의식적으로 그들이 쓰는 억양을 쓰는 등 배려를 해준다. 물론 싱가포리언들도 외국인들이 있을 때는 심한 슬랭을 자제하고, 중국어를 썼다가 영어를 썼다가 하는 일상적인 패턴을 자제하곤 한다. 처음에 공항에서 내게 싱가포르 식 억양이 억센 (지금 생각해보면 억세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백명씩 외국인을 만날텐데 최대한 싱글리쉬를 적게 쓰고 내게 말했겠지.) 직원이 한시간 가까이 질문을 했을 때, 짧고 간단한 질문들이었지만 너무나 생소한 억양에 당황해 쩔쩔매고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었다.
wah lau - (왈라오) 놀라움을 표시하며,“哇靠”라고도 한다.
sui - 「水」로도 표기하나 예쁘다,아름답다 등의 의미이다.
shiok - (시욬) 멋지다, 좋다, 최고다, cool 등의 의미이다.
Ta Pao - (따빠오) 打包 주로 테이크아웃 음식, 포장음식을 말할 때 쓴다.
Ang mo-(앙모) 앙모키오라는 지하철 역으로도 이미 알려진 단어. 紅毛, 붉은 털을 가진 사람 - 즉 서양인, 백인을 뜻하는 말.
chio-(치오) 예쁘다, 귀엽다 라는 의미로 쓰인다.
Blur-(블러) 영어와 비슷한 말로, 잘 모르겠다. 헷갈린다. 는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
Bojio-(보죠) 너 왜 나는 안 불렀어? 라는 은어로 쓰인다.
중국계 싱가포리언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확실히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알면 싱글리쉬도 쉽게 적응 가능하다. 중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슬랭 하나하나를 알아가고 있다. 심지어 중국어 유래 싱글리쉬만 있는 것이 아닌, 말레이 유래 싱글리쉬라는 큰 산도 있다.
싱가포르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는 통화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아예 로컬에게 오는 전화를 피했었다. 이해도 잘 되지 않고, 억양도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고, 무슨 말인지도 제대로 모르겠는데 말의 속도는 빠르고. 사소한 말도 이렇게 안 통하는데 취업 면접을 잘 볼리가 없었다. 이 곳에서 학부를 졸업하거나 대학원을 나온 사람들은 싱가폴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확연히 덜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오히려 싱가포르 친구들을 더 많이, 더 자주 만나는 방법이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거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로컬 교회에 나가서 목사님의 설교를 집중하며 듣기 시작했다. 심심할 때 구글로 싱글리쉬를 검색 해보고 하나하나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싱가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오히려 싱글리쉬를 알려달라고 졸랐고, 오히려 그들은 배우고 싶어하는 나를 의심 반 관심 반 신기한 눈빛을 보냈다. 여태 싱글리쉬가 궁금하니까 가르쳐달라고 한 외국인들은 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하나 배워가며 부딪히자 반년 가까이 체류한 지금은, 나이불문 싱가포리언이 내게 무슨 말을 하든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미국식 영어로 길게 말하는 것이 편하지만. 동남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어 축약화 현상을 몸소 체험해보니 언어학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싱가폴 동료들과 일하는 것도 덜 힘들어졌다.
구사하는 영어가 원어민 급이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싱글리쉬라서 못 알아듣겠어요.'라는 말은 나처럼 애매하게 영어를 어느정도 하는 사람들의 핑계이기 때문이다. 영어가 모국어라면, 정말 너무 심한 싱글리쉬를 쓰지 않는 이상 로컬들의 이야기를 다 이해 가능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히 진행된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가정 하에, 싱가포르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다면. 싱글리쉬에 얼마만큼 적응 할 수 있는지, 본인이 구사하는 영어가- 혹은 구사하고자 하는 영어가 꼭 posh 한 Queen's Enlish/북미 영어여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한번쯤 가져야 한다. 한국인이 처음 와서 다들 쇼크를 받는 부분은 날씨도, 음식도 아닌 바로 '공항 수속'부터 당장 시작되는 언어의 문제니까. 영어에 귀천은 없고, 싱가폴 영어는 '극복'의 대상이 아닌 '적응'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본인 생각보다 미국식 영어 / 영국식 영어만 배워온 한국인에게 싱글리쉬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싱가폴로 학생들을 유치하여 커미션을 받으려는 유학원의 말도 안 되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생각했던 유학생활이 아닌 삶을 지내야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글을 써보았다. 어차피 반 년만 로컬들과 부대끼며 지내면 싱가폴 비속어나 은어, 슬랭과 억양은 다 적응되고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 이 글은 광주에 위치한 아시아문화전당 - ACC기자단 해외팀 멤버로써 작성한 글로, ACC 기자단 블로그에서 더 유익하고 많은 컨텐츠들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