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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May 06. 2018

[해외취업] 탈조선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

우선 시간의 문제. 일단 의지의 문제

 해외에서 근무하거나 취업을 하고 싶다면, 꼭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현지에서 대학 졸업 후 구직하는 상황도 포함) 바로 취직에 성공하는 것이 최고의 길이고 가장 운이 좋은 케이스인걸까? 대학을 졸업한 뒤 해외 취준을 실패하여 어쩔 수 없이 고국으로 돌아간다면, 세상이 다 무너질 정도로 망한 일인걸까? 몇 번의 시도 끝에 잘 되지 않는다면 절망한 채 아 해외취업은 내 커리어 패스, 내 길이 아니네 하고 단념해야 할까? 


 동의하지 않는다. 동의할 수 없다. 적어도 아주 많은 케이스들을 접하는 요즘은 더 그렇다. 여기서는 싱가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을 만나고 접하게 된다. 외국에서 일하는 서로가 궁금해 하는 질문. 과연 여기까지 어떻게 흘러들어왔고 그 다음 방향은 어디로 정했는가-하는 질문이다. 


(1) 한국 대학 졸업 후, 잠시 이력을 쌓고 온 경우 - '나.'

*대학 졸업 전부터 스타트업 운영- E commerce 기업 인턴 - 중소기업 입사, 마케팅 담당 - 싱가포르 관광비자로 입국하여 구직 성공 - (2019년 정도에 싱가포르에서 이직을 하여 남느냐, 영국/호주로 떠나느냐 고민 중)

나는 요즘 싱가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에이전시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관광 비자로 입국하여 내가 원하는 직무를 구한 케이스다. 두달도 되지 않은 기간 안에 취업을 확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한국계 대기업인 이유도 ^^;ㅗ 있지만 원래 경력이 일년 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로컬 기업, 미국 기업, 일본 기업 등등 면접은 열번 정도 보았고  최종 합격한 곳은 세네곳 있었다. 

 *한국에서 직업을 구해서 싱가포르로 온 경우. -'H' 요즘 가장 친한 한국 친구이다.

특이 케이스이지만 종종 이런 경우도 있다.  관광 비자를 소지한 채 입국하는 것이 아닌, 애초에 한국에서 구직 성공한 뒤 해외로 취업.  한국에서 유관 경력 및 전 직장의 네임밸류를 잘 엮어, 스카이프 면접을 다 통과하여 소프트 랜딩하는 행운.

(2) 한국 대학 졸업 후, 무경력으로 싱가포르 취업에 성공한 경우 - 'A' , 'B'

대학 졸업 전 인턴 경험 밖에 없고 정규직 입사한 적이 없지만, 졸업 직후 싱가포르 관광비자로 들어와 로컬 기업의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포지션을 꿰찬 'A'. 아마 한국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황일 것이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데 바로 시간 낭비 하지 않고 해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셈이니까.

대학 졸업 후 인턴 경험 등도 없지만 4개 국어가 가능한 점을 살려서 테크니컬 번역가로 취업한 'B'. 화려하고 성공적으로 안착. 

 모두 에이전시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싱가포르에서 직업을 구했으며,  CS나 F&B 호텔조리 쪽이 아닌 곳의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다.

(3) 유학 후, 졸업 하여 바로 직업을 구한 케이스

*싱가포르에서 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직업을 구했다. '빅 4 회계 법인' , '로컬 기업 마케팅 부서' 로 각각 취업에 성공한, 내가 참 좋아하는 한국인 자매의 케이스.

*싱가포르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마찬가지로 직업을 구했다. '로지스틱스' 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다.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겨우 직업을 구했다. 그 이름하여....... 어마어마한 여자들의 꿈의 회사. 초봉이 내 연봉의 두 배다. 뉴욕에서 일한다.

(4) 한국에서 잠시 일하다가 해외 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주재원이 되어 온 경우

많다. 

일단 팅키언니 - 솔직한 글로벌 언니의 열정토크 - 의 저자도 싱가폴 브랜치로 오게 되어 인생 2막을 열었다.

한국촌에도 이러한 글들이 많다. 연봉 0000을 받다가, 싱가포르로 이직을 하게 되었거나 주재원이 되어 연봉 0000를 받을 예정인데 현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는 류의 글들이 정말 많다.

미국도 마찬가지. 비자 받기가 매우 어렵지만, 또 갈 사람들은 주재원이 되어 잘도 간다.

홍콩도 역시 마찬가지. 싱가폴만큼 비자 받기가 쉬운 편이고. 한국 금융권에서 억 소리나는 연봉을 받는 이들이 홍콩을 잠시 거쳐가는 경우 / 혹은 뿌리 내리는 경우가 있다. (절친한 친구 친언니의 이야기.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금융권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안 되어 홍콩으로 가게 되었고, 젊은 나이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말한 이야기는 대부분 한국에서 0~3년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싱가포르 및 타국에서 일하기까지의 히스토리를 예시로 설명한 부분이다. 내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해외 취업 - 속된 말로 탈조선 에 완벽한 시기는 없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함이다. 가끔 '내 나이가 이러이러한데 해외 취업을 하는 데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들을 받는다. 경험과 경력이 미천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다.


(1) 고등학교 졸업 후 해외를 여행하며 일하는 삶. (호주 워홀 - 싱가폴 직장 생활 - 호주 직장 생활)

동년배로써, 같은 여자로써 참 멋지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브런치 작가님의 글

https://brunch.co.kr/@travel-heather/88

무엇을 하던 간에 장난이라도 나이로 규정짓는 문화는 한국밖에 없다.

'내 나이가 00인데~' '내 나이가 계란 한판인데~' '내 나이가 이제 반오십인데~' 

나이 언급 진짜 이제 그만. 우리 모두의 오늘은 우리가 살아온 날 들 중에서 가장 어린 날이면서, 동시에 가장 오랜 날이다. 


(2) 나중에 해외취업을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은 천천히 생각하자.

최근에 읽고 큰 영감을 얻은 브런치 작가님의 글.


https://brunch.co.kr/@909090k/90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다. 당장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는 한국을 떠나기 전 쫓기는 듯한 기분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행기만 타고 바다를 건너면 내 가치를 알아줄 천국이 있는데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러한 말도 안 되고 무서운 물음들이 꼬리를 물고 달려들었었다. '졸업을 했으니 당장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무조건 꼭!' 이라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는 것은 좋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과해서 제대로 주변 정리를 하지 못한 채 한국을 등졌었다. 아쉽다. 이 분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나름의 방향성을 가진 채 갈피를 잡았다면 좋았을 텐데.


(3) 유학 후 현지 취업에 실패한 케이스

이 경우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 싫든 좋든. 애초에 한국 취업을 생각했다면 괜찮지만. 현지에서 취업을 하고 싶었으나 실패하여 리턴하는 경우, 정신적 충격 및 실망감이 매우 크다. 살인적인 유학비 / 생활비를 몇년 간 다 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원하는 직장에서 만족스러운 직무를 이행한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처참함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특히 이 경우에 대해 내가 첨언하고 싶은, 한 지붕 밑에서 지내고 있는 두 테넌트 분의 경험은 이러하다.

* 미국에서 열 세살부터 스물 셋 까지 자랐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스폰서가 되어줄 회사를 구하지 못하고) 미국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원하는 대로 미국에서 일하지 못하여 상심하다가 싱가폴 기업의 오퍼를 받고 싱가포르 행을 결정한다. 오랜 기간 싱가폴에서  다국적 기업 마케팅 - 세일즈 직무를 모두 경험하며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 결국 호주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의 오퍼를 받고 인생 3막을 시작한다. 

** 10대 때, 가족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 그 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을 졸업한다. 마찬가지로 스폰서가 되어줄 회사를 찾지 못하여 한국으로 리턴한다. 그 후 우선 한국에서 4,5년간을 일하다가 삼십대가 되어 싱가포르로 이직을 하게 된다. 그 후 한국에서도 매우 유명한, 다국적 기업의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며 싱가포르에서 성공하게 되고 영주권까지 얻는다.

  

 유학 후, 현지에서 뿌리내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 모든 유학생들을 다 받아줄 만큼 이민에 관대한 나라? 딱 잘라 말하는 데 이 세상에 없다. 싱가포르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해버리고 다시는 해외취업을 생각하지 않거나, 그냥 희미한 옛 꿈 정도로 치부해버리며 행동하기를 거부한다면. 그 꿈은 '아련한 꿈' 정도로 밖에 남지 못할 것이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몇십 년이 걸리더라도 강하게 원하는 목적이 있다면 시간은 그저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강렬한 동기는 강력한 행동을 낳는다.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해보고 싶거나, 타국으로 이민을 가고 싶거나 유학을 떠나고 싶거나 할 때.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너무 어린 나이도 없고. 단지 지금이냐 나중이냐,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해외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만이 해외취업의 정석은 아니다. 30대에도, 40대에도, 20대에도, 심지어 10대에도 ! 해외에서 일할 기회는 항상 있다. 


 한국에도 좋은 회사는 분명 존재하고, 한국에서의 경력이 추후에 도움이 된다면 한국에서 일하며 지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저 목표를 잃지만 말았으면 한다. 꿈을 잊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돌아가든 상관없다. 늦더라도, 꼴찌라도, '언젠가'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까. 떠나기에 완벽한 시기는 없다. 단지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벽한 마음의 준비'를 갖춘 당신은 있어야 한다.



- 해외에서 일했던, 현재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케이스입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니셜을 사용한 점, 정확한 회사 명을 밝힐 수 없는 점 양해해주세요. 홍콩과 미국에서 취업한 분들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싱가포르에서 만나 친분을 쌓게 된 멋진 분들의 히스토리입니다. 저는 또한 해외 취업의 환상을 심거나 제 답만이 정답이라고 소리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삶도 있다, 저런 인생도 있다는 여러 선택지들을 전달해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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