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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Jun 02. 2018

아무도 안 알려줬던 출국 전 체크리스트 5

도난 2번, 분실 3번 해외범죄 피해자 역할 전문가가 말합니다

해외 주재원, 유학(초중고부터 석박사까지 포함), 워킹홀리데이, 교환학생, 어학연수, 해외인턴, 해외취업, 이민 등 한국을 잠시- 혹은 꽤 오랜 기간 동안 떠날 길이 많아졌다.

 이 중 나는, 배낭여행부터 시작하여 교환학생, 어학연수, 해외인턴, 해외취업 등 해외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래서일까? 아니, 내가 꼼꼼한 성격이 아니어서인지 어린 나이부터 위험한 일을 많이 겪어왔다.


 즐거운 추억만 가득했던 말레이시아 KL. 한달 살이 및 생애 첫 교내 어학 연수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아빠 카드가 든 내 지갑이 사라졌다. 현지 공항에 두고 한국에 와버린 셈. 스물 두살 나는 패닉 상태가 되어 연신 카드사에 전화를 하고 누가 돈을 꺼내서 쓴 흔적은 없는지 미친 듯이 신경 쓰느라 폭삭 늙어버렸다. 아빠한테 등짝 한대 맞은 것은 당연지사.


 교환학생이 끝나고 떠난 프랑스. 낭만의 도시 빠리에서는 술취한 갱스터들을 만났다. 한국 주폭 저리가라였다. 관광객과 여행객들로 가득찬 지하철 통로에서 그들은 폭동 비스무리한걸 일으키며 맥주 병을 연신 던져 깨뜨렸다. 그들은 지하철 열차 내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담배와 마리화나를 피워댔고, 이윽고 객실은 뿌옇게 변했다. 엄마 손을 놓친 미아들은 찢어질듯한 울음을 터트렸고, 빈 병이 벽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와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서로를 밀쳐댔다. 경찰의 공권력은 소용이 없던 '대혼돈'그 자체에서 나는 핸드폰을 도난 당했고, 함께 있던 친구는 지갑을 도둑 맞았다.(...) 당장 5시간 후 이스탄불로 떠나야 하는데 E-ticket 도 보여줄 수 없어졌다. 스물셋 나는 무서워 계속 울었다.


 병아리같은 동생과 단 둘이 떠난 오사카 여행. 처음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간 여행이라 걱정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런 웬걸, 집주인과 연락이 두절되었다. 새벽 한시,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 여자애들 두명. 오사카의 낯 선 밤, 우리 둘은 갈 곳 잃은 여행객이었다. 집주인을 깨워 집 열쇠를 받아야 하니, 무료 와이파이가 있을 만한 곳을 향해 터덜터덜 발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에 실 없는 농담만 지껄이던 스물 넷 나.


  재미있는 미국인들(지금의 남자친구 포함)과 만나 친해진 후, 혼자 현지 여행사에 등록하여 캄보디아 오지로 떠나는 길에 또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잠시 테이블에 두고 화장실에 갔다가 생긴 일이었다.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고 심장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당장 내일 태국으로 넘어가서 친구를 만나야 하는데, 그 친구는 나를 기다릴텐데 어떻게 연락해야하지...... 스물 다섯 나는 두려웠지만 울지 않았다.


 남자친구와 함께 놀러간 멕시코 칸쿤. 분명 미국인 신혼여행객들도 많고, 치안도 좋으니 걱정 말라고 했는데. 현지 버스를 타고 아주 먼 해안가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그새 우리 둘의 지갑을 몽땅 도둑맞은 사실을 깨달았다. 주머니를 탈탈 터니 현금 '2000원' 밖에 없었고, 우리의 숙소가 있는 시내는 100km는 넘게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모두 스페인어를 할 줄 몰랐고, 칸쿤의 현지인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했다. 너무 놀라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새파래진 남자친구 앞에서 스물일곱 나는 공포를 숨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가기 전에 어쩌라고?

 해외 범죄 피해자 롤 전문가, 불운의 아이콘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체크리스트 6개를 만들어 보았다. 해외로 떠나기 전에 꼭 체크하고 더 넒은 세상으로 향하길.


1) 너무나 당연한 요소지만 여권 사본, 이티켓 사본, (미국여행 중이라면)ESTA 사본, 추후 여권 분실에 쓸 지 모르니 여권용 사진은 꼭 챙기자. 특히 급한 메모를 적을 만한 싸구려 펜이나 포스트잇, 아니면 이면지라도 좋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기기가 없다면, 아날로그로 돌아가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캄보디아에서 핸드폰을 분실한 뒤, 태국에 넘어가기 전 나는 싸구려 컴퓨터방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서 생활 태국어(택시 아저씨, 여기 가주세요. 죄송합니다만 인터넷 좀 써도 될까요? 등등)를 미리 구글링하여 미친듯이 적어갔다. 또한 게스트하우스의 주소도 적어갔다. 태국어로 택시 기사에게 상황을 대략 설명하고, 게스트하우스의 주소를 보여준 뒤 나는 연락이 닿지 않는 나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친구들을 다행히 만날 수 있었다.

ESTA는 의외로 미국 입국 시 사본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본이 없었기 때문에 핸드폰을 뒤져서 보여주는 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고, 식은땀이 뻘뻘 나기 까지 했다. 종이 지도가 있으면 더 좋다.


2) 카카오톡 말고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여 한국의 지인/가족과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하자.(페이스북 메시지, 인스타그램 DM, 이메일, 스카이프 등등)

여자 혼자 해외여행/해외인턴 등등 을 한다고 하니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부모님과 3일에 한번 정도는 연락이 닿아야 당신들이 걱정을 안 하 실텐데. 휴대전화를 도난당한 후 카톡이 안 되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그때 엄마와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있는 것을 기억하고, 공항 컴퓨터 / 외국인 친구 핸드폰 /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아이패드 등을 통해서 내 페이스북에 로그인을 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카카오톡' 하나로만 한국 지인들과 연락이 되면, 나중에 카카오톡을 쓰지 못할 때 패닉에 빠질 수 있다. 무조건 다른 플랫폼 한 두개를 갖추자. 쉽게 로그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가장 좋다. 

 멕시코에서 단돈 2000원 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에서는, 스카이프를 통해 미국에 계신 남자친구 부모님에게 국제 전화를 걸어 비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국제전화도 가능하게 만드는' 스카이프 크레딧을 남자친구가 충전을 안했다면, 과연 어떻게 멕시코에서 돈을 송금받고 무사히 미국으로 갈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스카이프! 혹시 모르는 해외 국제전화 사용을 위해 미리 충전해두자 제발. (스카이프를 통해 나는 신한은행에 전화하여 내 체크카드를 정지시킬 수 있었다.)


3) 긴 여정을 생각한다면 꼭! 세금 납부 및 공인인증서 등 한국의 자잘한 (개빡치는 으로 읽는다) 일을 무조건 처리하고 떠나자. 특히 해외 인턴이나, 해외 취업자의 경우. 소득세나 자동차세, 연말정산 등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한국을 떠날 경우 한국에 남은 가족들이 매우 곤란해진다.

<1> 가족이 세무서를 방문해야 한다.

<2> 요구하는 서류를 가지고 가족 관계를 증명해야하며, 

<3>가족 관계 증명 후 남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공인인증서는 꼭 갱신하고 떠나자. 본인의 경우, 공인인증서가 만료되어 몇 개월 동안 앱을 통해 돈을 송금하거나 세금을 납부하질 못했다. (하아.....엄마 죄송해요) 당장 내가 한국에 있으면 10분 안에 처리 가능할 일을 몇날며칠 걸려서 주위 사람들이 대신 해결하도록 하는 일은 악몽과도 같다.


4) 카드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고, 현금은 많이 분산시켜 놓으면 놓을 수록 좋다. 그래야 체크카드 하나가 정지되면 어플로 다른 체크카드로 돈을 이체시켜서 돈을 인출하는 데 문제가 없다. 신용카드 하나를 분실한다면 한국에 전화하여 바로 정지시키고, 미리 갖고 있었던 다른 카드로 돈을 사용하면 된다. 체크카드 2개, 신용카드 1개 정도를 만들어 놓으면 혹시 모를 일이 생겨도(특정 나라의 은행에서는 특정 카드사의 카드가 인출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유비무환. 현금은 비상금을 생각하여 어느 정도는 캐리어에 몰래 숨겨 놓는 다거나, 주머니에도 조금 넣는 다거나, 백팩 앞주머니에도 좀 넣어놓고, 숨길 수 있는 곳에는 다 분산시켜서 두자. 나와 내 남자친구는 멕시코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들고 다니다가........ 한 방에 골로 갈 뻔했다. 절대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어 놓지 말자. 


5)짐은 가벼울 수록 좋고, 정보는 많을 수록 좋다. 

나는 친구들과 다르게 화장품과 비상약을 가장 적게 가지고 다니는 애였다. 고데기와 드라이기는 절대 안 가져갔다. 옷도 최대한 가벼운 걸로만 챙겼다. 여행이나 이주시, 짐은 무거울 수록 고되다. 대신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정보는 아날로그식으로 메모를 하고 또 아이클라우드나 이메일 (내게 쓰기)을 통해 두번 저장을 했다. 대사관의 전화번호라던지, 카드사 및 통신사의 비상연락처, (있다면) 해외에서 도움을 받을 만한 친구/친지들의 연락처와 내가 떠날 나라의 언어 몇 가지를 적었다. (태국어, 러시아어 등)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 정보 검색은 구글로 했다. 가능하다면 여행 책 신간도 중고로라도 구매해서 가져갔다. (책 내 지도도 있고, 맛집도 있고, 비상상항시 대처법이 간략하게나마 적혀있기 때문이다.) 혼자 떠날 시 도난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카메라는 최대한 저렴한 기기로 가져갔다.


6) 기타 : 손목시계!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된다. 시간을 살피면서 내 동선 및 소요 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가 없을 때도 시간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저렴한 옷과 저렴한 기기(휴대폰, 카메라 등)로 가져갔다. 분실 및 도난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자물쇠 같은 것은 한번도 구매를 안 했는데, 다음 여행부터는 비밀번호형 자물쇠를 차고 가려고 한다. (캐리어 보관 용, 게스트하우스 숙박용 등)

 화장품은 무조건 Two In One, Three in One 등 화장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아이템으로 챙겼다. 시간도 없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현지에서 구매 가능하니까.

 일반적인 매니큐어와 페디큐어는 오히려 다 지웠다. 험하게 돌아다니고 많은 것을 배우고 걷다 보면 다 지워지고 벗겨져서 흉하다. 차라리 젤 네일과 젤 페디를 받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여행자보험! 나는 어려서 여행자 보험의 존재유무조차 몰랐다. 그런데 해외취업을 하고 난 뒤, 내가 아플 때를 대비해서 꼭 보험을 들고 싶어졌는데 -  이게 정말 말처럼 쉽지 않다. 사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 이미 다쳐서 보험을 가입하고 싶은지, 치료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데 그냥 혹시 몰라 보험에 들고자하는 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다. 따라서 한번 한국 밖을 나오면 그 상황에서 여행자보험을 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미리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고 떠나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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