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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Jun 22. 2018

싱가포르에서 친구(인맥)만드는 열 가지 방법

모든 인연을 소중히

오랜 기간 이직이 안 된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다른 업계의 매니저 두 분을 만났다. 각각 30대 초반, 40대 초반으로 영어가 완벽하고 싱가포르에서 5년 이상 거주한, 빛나는 이력서의 소유자인데도. 왜 인 것 같냐고 묻자, 그 둘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거짓말처럼 동일했다.  

“요즘 외국인의 취업 및 이직은 Referral(내부추천)이 아니면 안 돼. 그러니까 더 어렵지.” 

싱가포르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테고, 각 업계의 다양한 이들과 교류하고 네트워킹을 해왔을 것이 분명한데도 이직이 어렵다니. 다른 회사로의 입사 자체가 이렇게 쉽지 않았던 적이 없다니! 그 말인즉슨, 싱가포르에 무작정 와서 구직하려는 사람들이야말로 코너에 몰리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자신을 서포트 해줄, 도움을 줄 그 누구도 없으니까.

  

2017년의 나처럼 친구도, 가족도, 친척도 없는 상황에서 싱가포르로 와서 구직을 한다면? 혈혈단신, 이 작은 나라로 오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친구 및 인맥을 만들까?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고민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본, 나만의 인맥 만들기 가이드 대 공개. 상황 별로 정리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굳이 특정 사람들을이용하여 취업문을 뚫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어떻게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만드는 지에 대한 소개라고 받아들여주길.)

 

포멀한 상황 

1.     컨퍼런스나 전시회, 강연 등에 참석

목표로 삼은 직무가 개발자 및 인공지능 관련 업무라고 가정해보자. 싱가포르에서는 그러한 직무 관련한 컨퍼런스나 유명인의 강연 등이 무조건 개최된다. MICE의 나라이기도 하고, 이벤트 천국에다가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영어가 가능한’ 인재들이 몰려오는 나라이니. 따라서 인공지능의 미래/딥러닝 중급자 코스/ TED 싱가포르 등의 컨퍼런스나 전시회를 구글링해서 찾아보고 참석하자. 마케팅, 사업개발, 이벤트 기획 등도 마찬가지다. 유관 강연이나 전시회 혹은 컨퍼런스에 돌아다니면서 눈도장을 찍고, 옆 사람과 이야기하며 명함을 교환하거나 하자. (명함이 있다면.) 단점: 구직자 신세에서는 자기 소개할 때 다소간의 민망함을 감수해야 한다. 먼저 말을 걸 용기가 매우 많이 요구된다. 상황에 따라 꽤 큰 액수의 참가비가 요구되기도 하며, 실무에 종사하고 있는 현직자가 아닐 경우 입장이 제한될 수도 있다. 


2.     링크드인을 통한 네트워킹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차게 구성해야 하는 링크드인. 이 서비스를 통해서 실제로 좋은 친구를 만들었다. 요약하면, 13개 국 언어가 가능한 캐나다 인과 링크드인 일촌을 맺었고 -> 그 사람과 언어 공부에 관한 사담을 나누다 -> 싱가포르로 가서 구직하리라는 계획까지 털어놓았더니 -> 그의 친구인 스코틀랜드 사람을 소개받았다. DJ도 취미로 하면서 동시에 사업개발 팀 매니저라는 직함을 가진 요상한 스코틀랜드 사람은, 싱가포르에서 기반을 다진 지 10년 정도 되어가는 중이었다. 결국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캐나다인’의 소개로 인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스코틀랜드인’을 또 소개받은 셈이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그 스코틀랜드 사람은 웃긴데 심지어 지적이어서, 지속적으로 친분을 다지게 되었다. 주변에 좋은 자리가 나면 알려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을 정도로. 즉, 링크드인은 공적인 SNS이긴 하지만, 그 것을 통해서 얼마든 가까운 사이로 발전 가능하다. 구인구직 네트워킹라는 개념을 다 떠나서, 링크드인 자체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점을 인식하길 바란다. 단점 : 공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까지 그 단계를 넘어가기 힘들 수 있다.

 


캐주얼한 상황 

3. 잘 알려진 Meet-up. 

생각보다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나는 한번도 참가해 본 적 없지만, 주변 한인들은 종종 나가는 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딱이라고. 주제별로 밋업 파트가 개설되어 있으니, 사이트에 가입한 뒤 원하는 모임에 등록하여 참석하면 끝이다. 언어 교환 모임, 일본어 모임, 한국어 모임(!), 짝찾기 모임 (싱글 남녀들을 위한 모임이라고 한다.), 블록체인 모임, 비트코인 투자 모임, 요가 모임 등이 있다. 나는 스케이트보드 모임을 물색 중이다. 단점: 구직하러 가는 사람들이 밋업에 많이 가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장 큰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가 여기 있다. 그 누구도 밋업을 무겁게 여기고 나가지 않는다. 현지인들도, 외국인 근로자들도. 따라서 밋업에 나가서 진지하게 구직한다고 말해도, 관련 도움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반면 좋은 친구를 빠르게 사귀고 싶다면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만약 밋업 통해서 구직 도움 받으신 분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 

4. Internation.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외국인들 간의 교류 증진 목적을 위해 개설된 밋업 같은 사이트라고 한다. 꽤 유명한 듯 하다. 단시간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연령대도, 성별도, 국적도 다양한 이들이 모여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곳이라고. 단점: 마찬가지로 밋업처럼 진지한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구직한다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 질지 모른다. '똑같은 자기 소개'를 '앵무새'처럼 하면서 옆 사람과 소통하는 데에 따르는 현자타임이, 진하게 다가올 지도 모른다.

5. 클럽이나 바, 펍 등.

 팁이랍시고 이렇게 써도 될까 싶은데 의외로 놀면서 옆 테이블과 친해지는 경우가 있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 등을 물색하러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 없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놀러 갔는데 의외로 일대일로 이야기하며 친구가 되는 그런 케이스. 음주가무를 즐길만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오래 할 수는 없지만, 대신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에 따로 만난다거나 아니면 술기운에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다. 난 이렇게 만난 백만장자 사업가와 아직도 종종 안부를 묻고, 서로 구상하는 사업에 대해 조언을 주는 등 친구가 되었다. 단점: 불쾌한 경험을 할 수도 있으니 알아서 선을 잘 그어야 한다. 나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다행히 그 사실을 일부러 꺼내고 대화의 시작점을 발화했다. 또한 처음에는 장소의 특성 상 깊은 우정을 맺는 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6. 한국촌.

 한국인들과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안다. 지금은 덜하지만, 해외에서 한인들과 엮여서 좋지 않은 결말로 귀결되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입싱 후 아무 연고가 없어 외롭고 힘들던 나날을 보내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늘 하루 성대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 후 곧 바로 한국촌에 취업 스터디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쓰기에 이르렀다. 주변에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입 한번 벙긋 안하고 구직활동만 했었는데, 그 상황이 한계점까지 이를만큼 버거워지자 한국인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한국촌에 글을 올렸더니 좋은 또래친구들을 만났다! 현재도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고 서로 주변의 멋진 사람들을 서로 소개시켜주는 등 늘 힘이 되는 이들. 단점 : 그 어떤 한국인들과 엮이는 게 죽어도 싫다! 이런 사람들일 경우에는 쓰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기상천외한 방법) 

8. 온갖 SNS 동원.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간혹 글을 적어내렸다. 싱가포르 구직 활동에서 겪었던 일상의 단상 및 싱가포르 입국 전 해외취업을 준비했던 일들 등. 그렇게 블로그에서 소통하다가 댓글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실제로 만남이 성사된 적이 많았다. 같은 고민을 나누고 블로깅이라는 동일한 취미를 가져서일까? 예상보다 힘들이지 않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그룹이라거나 인스타그램 해쉬태그 등을 통해서도 먼저 다가가,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하여 친구가 된 경우를 꽤 접했다. 아, 브런치로도 한 분을 만났다! 단점 : 조금 복불복일 수 있다. 질이 안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아예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다거나 할 수도 있다. 만남이 성사되기 까지의 리소스를 많이 투입해야 한다. 

9. 카우치 서핑. 

원래 카우치 서핑은 여행자에게 공짜로 자신의 방 한칸이나 마루의 소파를 내주는 식으로, 여행자와 호스트 사이의 문화교류를 이끄는 사이트이다. 쉽게 말해서 에어비앤비인데 돈은 내지 않는 서비스라고나 할까. 나는 굉장히 빨리 시작한 셈으로 2013년부터 카우치서핑을 시작하여, 많은 외국인들을 우리 집에서 재워주고 나 또한 전혀 모르는 외국인의 집에 가서 몇 번이나 현지인처럼 생활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내가 렌트한 방이 있으므로 굳이 남의 집에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특정 도시에서 열리는 모임이나 이벤트 등에 참석할 수 있으니 ‘일요일 아침 요가 모임’ 이라거나 ‘봉사활동’,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의 가이드를 해주는 등 ‘모임’ 그 자체에 초점을 두었다. 단점 : 정말 이렇게 복불복일 수가 있을까?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주 오랜 기간 서로를 도와주는 인연을 발견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여행, 새로운 사람 만나 친구 만들기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활동한다. 

10. 그냥 말 걸기. 

외국 생활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잘 모른다는 것. 지하철 환승역 안에서 길을 잃어 그냥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고, 행선지가 똑같자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가며 그 사람의 명함을 받았다. 알고 보니 자신의 소규모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간간이 생존 신고를 서로 하며 잘 지내고 있다. 또한 그냥 심심하길래 말 걸어서 친해진 사람이 사실 초대형 다국적 IT 기업의 기자라던가 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일 어찌 될 지 모른다. 심심하면 옆에 사람한테 외국인 신분을 이용해서 말을 걸어보자. 단점 ; 이 또한 상대가 누군지 아예 그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카우치 서핑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자신에 대해 숨길 수 있으니까. 


그 밖에 종교가 따로 있다면 종교활동을 하러 간 곳에서 인맥을 형성할 수도 있고,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업계 사람들과 친목을 다질 수도 있다. 스터디를 따로 만들 수 있고, 동호회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프랑스어 학원을 다닌다거나, 발레를 배우러 다니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옆집 윗집 아랫집 사는 사람들과 인사하다가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직장동료, 하우스메이트들과의 친분은 쌓기 싫어도 쌓을 수밖에 없고. 한번에 끝나는 단기간의 인스턴트 식 인연보다는, 사실 진하고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 외노자의 숙명이다. 싱가포르에서 지낸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나도 이 문제만큼은 정답을 찾아 헤매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환경이지만, 동일한 상대와 쭉 연락을 이어나가고 오랜 기간 우정을 두텁게 만들기에 힘든 나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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