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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Jun 28. 2018

싱가포르 사회초년생 한달 생활비 대공개

만년 유망주 / 기대주 

 입싱 전 나의 큰 고민은 백수 상태인 상태에서 과연 한 달에 얼만큼의 생활비를 쓸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고민은 현실이 되어서, 모아둔 돈은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직장인이 된 지금도 생활비를 지혜롭게 꾸려가는 게 쉽지 않다. 오히려 한국보다 두 배는 더 어렵다. 한국에서는 자취를 하면서도 온갖 것들을 다 활용하여 (다이소, 아름다운 가게, 떠리몰, 친구들의 기부 등등) 저축이 쉬웠다. 월세로 말도 안되는 돈을 내면서도 월급의 반 이상은 거뜬히 저축 가능했다. 

 싱가포르의 월세도 장난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받는 월급과 내가 한국에서 일년 남짓 직장생활을 하며 벌었던 돈은 비슷하다. 그런데 왜! 싱가포르에서는 저축이 이렇게도 어려울까. 한국에서 했던 거에 비해 훨씬 조금밖에 돈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1.집세

나는 운 좋게도 집세로 큰 돈을 지출하지 않는(?)편이다. 방 4개짜리 콘도에서 방 한칸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화장실은 다른 사람 한 명과 나눠쓴다. 내가 지내는 방도 상당히 크다. 친구 세 명과 같이 낭낭하게 이불을 깔고 잘 수 있을 정도다. 수영장, 짐, 바베큐 시설, 미니 도서관, 카페 등이 있는 클럽하우스도 무료로 이용가능한 이 콘도의 집값은 총 $590. 그러나 한달에 두번 정도 필리핀 메이드분이 와서 청소를 싹 해주고 가는 비용이 든다. 그걸 다 포함하여 $630. 

확언할 수 없지만 룸메이트가 있는 HDB의 경우 $300-500을 지불하고, 룸메이트가 없는 콘도 방 한칸의 경우 $700-1000, 룸메이트도 없고 화장실도 다 방안에 따로 있는 콘도 방 한칸의 경우 $1100-1400 정도이며, 아예 집 하나를 다 빌리는 경우 최소 $1800-$4000, 혹은 그 이상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2.식비

요리를 못 하는 나의 곰손에 감사하며. 나는 잘 하지 못하는 것에 흥미가 없고, 흥미가 없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악마의 덫에 걸렸다. 따라서 요리를 잘 하지 않고 집에서 뭘 해먹는 것에 대해 큰 귀찮음을 느낀다. 아침뿐만 아니라 저녁도 시리얼로 가끔 때우는 경우가 있고, 콘도 밑 클럽하우스의 카페에서 볶음밥과 피자, 샌드위치 등을 다 팔기 때문에 주말에 가서 그걸 사온다. 평일 점심은 동료들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커피 값 포함 $10 정도 지불한다. 가장 큰 문제는 주말 저녁........ 클럽에 가거나 펍, 바에 가는 순간 최소 $50을 지불하게 된다. 안주 하나, 맥주 하나 시켜도 세금 포함해서 $30이 금방인데, 집에 가는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잡아야 하니...... 밤이 깊어질 수록 나의 통장의 시름도 깊어진다.


3.교통비

MRT 및 버스의 가격은 매우 합리적이다. 거리에 비례하여 교통비를 청구하는 이 나라 특성 상, 멀리까지 출장 갈 일이 딱히 없기 때문에 교통카드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많지 않다. 

그.러.나 지금 알게 된 사실은. 나는 쓸데없이 택시비를 너무 너무 많이 지출해오고 있었다. 물론 회사에서 어느 정도 보조해주고, 합당한 이유로 택시비를 청구해주면 배상해준다. 그렇지만 일단 내 스스로 택시비를 굉장히 저렴하다고 여기고 있는 문제 상황이 있으니, 이틀에 한번 꼴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내 저열한 습관을 당장 때려잡아야겠다. 심지어 그랩(우버) Silver 회원으로 승급했다는 메시지가 와서 가슴이 철렁했었던 게 엊그제다.


4.보험

싱가포르에서 보험을 들고 싶은데 아무래도 불안정한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이다 보니, 포기했다. 대신 한국의 실비보험은 꾸준히 돈을 내고 있다. 큰 돈은 아니고, 오만원 남짓한 돈. 꾸준히 빠지고 있지만, 이것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 지속적으로 지출하고 있다.


5. 문화생활 및 미용, 의복

화장을 잘 안한다. 한번 할 때 제대로 풀메이크업을 하지만 별 일이 없으면 그냥 눈썹, 선크림, 립 정도만 신경쓰고 나간다. 그래서 화장품 욕심도 거의 없다. 머리도 기르고 있는 중이라 자를 일이 없다. 동네 미용실에 가서 소름돋는 가격을 발견하고 몸소 확인했다. 커트 = $2.5. $25가 아닌, $2.5 ...... 태어나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런 가격. 물론 머리를 잘 자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상한 부분 다듬는 정도라 내 마음에는 쏙 들었다.

영화광이니까 영화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관람한다. 신발이 가장 큰 문젠데, 비가 오고 습하고 걸어 다닐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신발을 사도 금방 망가진다. 그냥 망가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걸레짝이 되버릴 정도여서 무조건 버려야한다. 


6. 의료비

해외에서는 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아프면 안 되겠다고 뼈저리게 깨우친 의료비. 한국에서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만 여긴 아니다. 저번 주였다. 사랑니 근처 잇몸이 너무 아프고 입을 벌릴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큰 마음 먹고 동네 병원에 갔다. 물론 이 동네 병원도 온 동네에 도움을 요청한 뒤, 추천받아서 방문한 병원. 

 저렴하고, 서비스 좋고, 퀄리티 있는 시술을 받았는데, 세상에 $200......... 내가 한 것이라고는 의사 선생님과 상담, 엑스레이 1번 촬영, 스케일링, 약 처방 이었다. 이것도 다른 병원에 비하면 절반 정도 가격이었는데. 사랑니를 지금 당장 빼야한다고 하면 나는 정말 주말에라도 티켓을 끊어서 갔다올 생각이었다. 오히려 그게 더 저렴하니까.


7. 저축

.........

적다. 너무 적다. 세 배는 해야지.


8. 기타

한국을 딱히 방문할 계획은 올해 없었다. 그러나 매복사랑니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받았고, 외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티켓을 구입했다. 늦게 구입을 해서인지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괜찮다.

올해 또 발리 가는 티켓을 너무 늦게 사서 의도치 않게 과도한 지출을 해버렸다. 


더 소름 돋는 것은 내가 지금 세지 못했으나 확실히 요리조리 새어나간 돈이 있다는 것. 핸드폰 충전비 (곧 통신사를 바꿔서 더 저렴하게 더 많은 데이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 군것질 비, 일 년에 한두번 하는 젤네일 등등. 

조금 더 물샐틈 없이 가계부를 작성해야겠다.


사회초년생의 싱가포르 한달 생활비 및 소비처 공개. 아주 넉넉한 액수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만큼, 아니 한국보다 조금 팍팍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못한 연봉의 조건으로 취직하여 꿈을 향해 달려가는 셀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에 불평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싱가포르 물가가 조금이라도 내려가기를 기도할 뿐. 현실은 세계에서 가장 물가 비싼 도시 1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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