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름 Aug 19. 2018

[해외취업] 레퍼런스 체크, 네놈은 대체

이직 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평.판.조.회

한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후보자를 경력직으로 채용하거나 할 때 - 레퍼런스 체크는 왕왕 행해지곤 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외국계 기업에 많이 행해지긴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도 65%에 달하는 기업이 평판 조회를 한다고 대답했을 정도.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는 레퍼런스 체크가 한국보다도 더욱 잦게, 자연스럽게 행해진다.


레퍼런스 체크란?

경력직 채용 시 거의 마지막 과정이다. 최종적으로 합격 통보를 내리기 전, 지원자의 직무 능력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을 평가한다. 상황에 따라 취업 합/ 불합 여부까지 결정지을 수 있다. 우리 말로는 평판 조회라고 부른다. 대부분, 지원자의 예전 직장 상사 및 동료를 대상으로 질의 응답이 진행된다. 기본적인 백그라운드 체크 (범죄 사실, 학력, 자격증 유무 여부 체크)하는 것을 떠나, 업무상 장단점이나 업적, 평판, 커뮤니케이션 및 근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된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개인 이메일도 쓰지만 가끔 회사 공용 이메일 수신함을 들여다 보게 된다. 대부분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 사항, 급한 처리를 요구하는 고객의 메일 등이 수신함에 쌓이게 된다. 매일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몇 십개씩 쌓이는 수신함에서 눈길을 잡아 끌었던 것은 두 가지. 


1) 안녕하세요? 저희 회사에 00회사에서 일했던 ㅁㅁ이라는 사람이 ** 포지션에 지원을 했습니다. 자사는 현재 그 후보자를 채용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진행 중입니다. 채용을 확정짓기 전, 레퍼런스 체크를 하기 위해 메일을 보냈습니다.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ㅁㅁ님의 근태 및 전반적인 업무 퍼포먼스는 어땠는지 확인 가능할까요? 통화 가능한 연락처를 답장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안녕하세요. 지금 그 회사에 레이첼이라는 스태프가 이직하여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레이첼은 원래 저희 회사에서 2년 가량 일하던 직원이었습니다. 다만 그녀가 회사를 퇴사하게 된 이유가 회사 내 기물을 도둑질하였고 -  자사는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레이첼을 해고하게 되었다는 점'을 경고드립니다. 그녀의 불법 적인 행위 (도둑질)는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레이첼이 이러한 모종의 사유를 숨기고 취업을 했을 것으로 판단되어 메일 보내니 참고하세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나는 HR부서에서 일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하이어링 프로세스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으로써 추후에 어떻게 일이 흘러갔는 지는 모른다. 다만 그 이메일이 관련자들의 수신함으로 동시에 송부된다는 점, 저런 무시무시한 메일을 읽은 사람이 절대 나 하나는 아니라는 점에 비춰볼 때 HR 부서의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으리라고 추측할 뿐. 아직도 궁금하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레퍼런스 체크를 하면 검증된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개인 차원에서는 역기능과 순기능이 양날의 검처럼 도사리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레퍼런스만을, 축복처럼 듬뿍 받는 사람도 많겠지만 재수 없게도 전화를 받은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거나, 대충 답변을 하거나, 누명을 씌운다거나 하는 변수를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업무 태도가 굉장히 태만하고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결코 좋은 평판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나는 일반적인 평범하고 성실한 직원을 말하고 싶다.


일례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성격도 좋던 나의 동료의 케이스가 있다. 그녀는 사내에서 억울한 일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자진 퇴사를 하게 되었다. 싱가포리언이기 때문에 외국인들보다 훨씬 쉽게 이직이 가능하기에, 그녀는 퇴사하고 2주도 되지 않아 다른 회사를 구한 듯 보였다. 그러나 생각하지도 못했던 암초가 하나 있었으니.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와중에, 레퍼런스 체크를 하기 위해 직전에 몸담았던 회사(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에 전화를 한 것이다. 답변은 당연히 굉장히 부정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 없지만, 퇴사하고나서까지 을인 신분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함께 일하기 괜찮은 사람이라고, 채용해도 좋을 만큼 열심히 할 사람이라고, 제3자 입장에서 봐도 억울한 일이 있었을 뿐이라고 도와주고 싶었지만 나에게 레퍼런스 체크 제의가 들어온 것도 아니라 아무 방도가 없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한국계 회사에서 일을 하면 상사의 말도 안되는 꼰대질, 퇴사를 배신으로 간주하는 머저리같은 분위기, 갑질 등등 때문에 퇴사 후에도 아주 좋은 레퍼런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상사와 아주 좋은 관계를 쌓는 것은 동료와 좋은 사이로 지내는 것보다 힘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영어 숙어로도 남아있는 -Don't burn your bridge. 등을 보면. 동서양 막론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노력하는 성숙한 태도가 요구된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지쳐 퇴사하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너무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수 있지만, 책임감 없이 회사를 대책없이 바로 그만둔다거나, 어마어마한 깽판을 쳐놓고 도망치기 전에 딱 한번만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직하거나 퇴사 시, 지원한 직장에서 전 직장에 연락을 취해 평판 조회를 한다 해도 아무런 걸림돌이 없을 만큼 좋은 관계를 상사와 동료, 부하 직원과 갖추는 상황이다. 오히려 칭찬과 격려, 추천사를 받는 다면 이직 시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해외에서 이직하거나 새로운 회사와 관계를 쌓을 것을 염두에 둔다면 레퍼런스 체크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의식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속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선물하고자 바다 건너 남쪽 나라에서 귀하에게 전자편지를 발행 중입니다. 

 2배 더 많은 정보를 3배 빨리 얻고 싶다면, 4초 만에 신청하고 밤에 받는 이 편지를 구독해주세요.

 (제가 결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밤에만 편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a_TSCZVjz95k5KmTPDG4AWGZ1AokQx5HMb4WhRIYZb4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 직원들과 일하는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