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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Apr 23. 2019

[People]나는 왜 행복하게 싱가폴을 포기했나

진짜 싱가폴 호텔 취업 후기 10문10답

**에이전시를 통해 싱가폴에 왔지만, 결국 본인 힘으로 취업한 한국인. 30살, 늦지도 어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나이에 싱가폴 호텔 취업에 도전했고. 1년이 채 안 되어 행복한 발걸음과 더 큰 꿈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간 에반의 이야기. 싱가폴에서의 더 큰 경력을 그릴 수 있었으나, 도전의 길목에서 한국으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


하나. 동남아/북미/오세아니아/유럽 등 많은 나라들 중에서 굳이 싱가폴을 선택한 이유?

A : 당시 한국호텔에서 이미 컨시어지로 근무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해외로 나가고 싶은데 호텔 경력을 버리고 외국의 인재들과 승부를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했었죠. 그래서 호텔 산업이 가장 발달된 나라가 어디인가를 가장 먼저 살펴봤어요. 그러더니 여러 나라가 추려지더라구요. 미국, 캐나다, 호주, 싱가폴 등등.. 사실 미국도 도전했었으나 비자 받는 조건이 너무나도 까다로워 포기하게 되었죠. 호주나 캐나다 등은 사실 생각하지 않았어요. 냉정하게 봤을 때 직원 대 직원으로 일을 하기에 저의 영어실력은 그들보다 한참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인종차별도 한 몫 했구요. 그렇다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면서 호텔산업이 발달하였고, 한국인이 인종적으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어디일까?를 고려했을 때 답이 싱가폴로 나오더라구요. 때마침 읽었던 책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도 정말로 큰 몫을 차지했답니다. 책 속의 저자 엘리스씨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었고 그녀가 현재 싱가폴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싱가폴로 가서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어요. 와서 그 분과 실제로 만났고 예상대로 멋진 마인드를 가진 분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지금도 SNS로 계속 소식은 전해 듣고 있답니다. 


둘. 만약 시간을 돌린다면 무엇을 더더욱 준비하고 싱가폴에 가고 싶나요?

A : 아마 현지의 정보를 더욱 많이 수집했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에도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네요. 그리고 자신감을 더욱 가지고 싱가폴에 올 것 같아요. 맨 처음 싱가폴로 올 당시 저는 유학원을 통해서 싱가폴로 입국했죠. 나름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고 정보를 수집했으나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이 항상 뒤따르더라구요.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된다는 스스로에 대한 강박관념이라고나 할까.. 만일 지금 마인드로 싱가폴로 간다면 아마 절대로 유학원을 통할 것 같진 않아요. 유학원이 알선해주는 일자리는 대개 다 영어를 크게 쓰지는 않는 포지션 위주거든요. 만일 혼자서 직업을 찾을 정도의 배짱과 영어실력이 없다면 저는 싱가폴로 가는걸 말리고 싶어요. 가봤자 개고생이고, 설령 운좋게 취업이 되었다 하더라도 절대로 그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꺼에요.

힘든 날엔 쐬주죠,,,, 그거슨 진리... (인터뷰이와 전혀 관련 없는 사진임. - 인터뷰어)

셋. 싱가폴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A :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역시 저랑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우리 싱가폴 패밀리들과의 시간이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레2님의 루프탑에서 술을 마시면서 보냈던 하루하루는 정말로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넷. 지금은 한국에 있는 에반. 죽는 날 인생을 돌아봤을 때 싱가포르에서 일했던 경험은 어떻게 남을까요?

A :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절대로 제 선택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성장과 경험인 만큼 싱가포르에서 일했던 특별한 경험은 저에게 있어 성장이나 마찬가지인거죠. 죽는 날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만 뒤돌아 제 지난 경험을 떠올려 봤을 때 저는 분명하게 성장했을 것이기 때문에 아주 행복하게 제 지난 경험을 회상해 볼 듯 합니다. 


다섯. 호텔 업계 종사하고픈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나 나름의 팁이라면?

A : 부서마다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프런트에서 근무하시길 원한다면 영어공부를 철저히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만일 중국인이 주 고객층이면 중국어를, 일본인이 주 고객층이라면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죠. 하루 종일 그 나라의 언어로만 일을 하고 전화를 받고 메일을 주고받기에 언어능력이 필수랍니다. 프런트가 곧 호텔의 얼굴이니까요. 그리고 체력관리를 잘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부서마다 다르지만, 프런트 부서는 거의 3교대제로 돌아가거든요. 호텔마다 근무 시간표를 짜는 방식이 있습니다만 - 대부분 Shift Request를 먼저 받고 나서 근무 시간표를 짜기 때문에 불규칙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 스케줄에 맞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에요. 

  팁이라면 취업박람회나 설명회를 최대한 많이 다니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그리고 링크드인도 수시로 계속 체크하구요. 저 같은 경우에는 구직할 당시 링크드인 계정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항상 일촌 신청과 더불어 하루에 기본 5~10개 정도의 레주메를 계속해서 뿌렸던 것 같아요. 결국 잡았던 기회도 링크드인을 통해서 얻었던 기회였죠. 해외취업을 준비한다면 링크드인은 필수입니다. 


여섯. 싱가폴을 떠날 때 와 도착했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 본다면.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A : 싱가폴에 처음 왔을 때의 감정을 떠올려보자면 설렘은 크게 없었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이미 1년 하고 난 후였는지라 해외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고 있었거든요. 다만 미리 각오를 하고 오니 적응하는데 있어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싱가폴을 떠날 결심을 했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저는 마음이 너무나도 가벼워졌어요. 드디어 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대답을 얻었거든요. 제게 '싱가폴 취업'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싱가폴 취업이라는 목표가 생김으로써 저라는 사람이 계속해서 스스로 성장하려고 노력했던 이 모든 순간들이죠. 그리고 저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나 모임 등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같이 성장하는 것을 진정으로 즐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답니다. 그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되었죠. 현재는 영어회화, 독서모임 등에 가입하여 제가 그렸던 방향대로 살아가고 있고 아주 행복하답니다. ^^

힘든 날엔 바다져 ,,,, 따흑 ( 인터뷰이와 전혀 연관 없는 사진임 2)

일곱. 꿈과 현실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 하나요?

(예를 들어 꿈을 이루기 위해 싱가폴에서 정착하고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현실적인 급여나 복지의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당신의 선택과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 저는 솔직히 둘이 함께 상생하는 것을 가장 선호합니다만,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저는 현실을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현실적인 돈 문제가 해결되어야 꿈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만일 꿈을 가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분들(부모님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면 저는 그 분은 꿈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필요하면 벌면 돼요. 늦춰지는 것이 두렵다. 나이가 드는 것이 무섭다. 모두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어보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더욱 뚜렷이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절대로 쓸모없는 경험은 없습니다. 어떤 쪽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오로지 본인만이 알 수 있거든요. 운좋게 꿈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번다면 꿈과 현실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이겠죠. 한국에서도 독립적이지 못하면 싱가폴에서는 절대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감히 장담합니다. 


여덟. 싱가포르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모든걸 다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이엇나요?

A : 역시 현실적인 급여문제와 생활문제였던 것 같아요. 업무는 혼나면서도 어떻게든 익혔지만 급여는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솔직히 호텔업계.. 급여가 절대로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 때문에 저도 퇴사한 부분도 있구요. (그렇다고 호텔업계가 절대로 비전이 없다거나 하지 말아야 할 직종은 아닙니다. 연차가 쌓이고 경력을 인정받으면 급여 인상률이 정말로 빠른 산업이 호텔산업이기도 해요.) 

  호텔에서 일을 시작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솔직히 돈을 모으지 못했어요. 자괴감이 많이 들었었죠. 나는 이렇게 죽도록 일하는데 왜 돈을 전혀 모으지 못하는거지? 이게 정말로 내가 바라던 행복이 맞는가? 하고 출퇴근길 혹은 시간이 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정말로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싱가폴에서도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많은 Insight를 쌓았기에 전체적으로 제 싱가폴 경험을 되돌아 봤을 때 저는 성공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힘든 때엔 교회져 ,,,, 주여 ㅠ ㅠ (인터뷰이와 1도 상관 없는 사진임 3)

아홉 : 에반에게 '멋진 마인드'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A : 저에게 있어 ‘멋진 마인드’의 정의란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용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사실 한국에서 사회초년생이 외국에 나가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란 쉽지 않잖아요. 요즘은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여전히 많은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봐요. 당장에 수입이 끊기고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공포를 불러올 수 있을 거라 보거든요. 실제로 호주에 맨 처음 도착했을 때 저도 심각한 멘탈 붕괴를 맛 봤었죠. 다행스럽게 잘 극복해냈지만 지금도 그 때 생각을 가끔 하면 아찔하곤 하답니다. 청년들이 도전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고 한 번 실패하더라도 너그럽게 포용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누가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누구든 어려움에 직면하기 마련이고 그 과정을 이겨내는 자만이 승리의 열매를 맛 볼 수 있는 것이죠. 실패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본인이 좌절하지만 않으면 기회는 언제든 다시 올 것이라 봅니다. 

 

열: 어떤 인사이트를 쌓았다고 자부할 수 있나요? 공유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 저에게 있어 Insight란 곧 “경험”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다양한 환경에 던져놓고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이런 환경에 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지, 저런 환경에서는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죠. 만일 제가 돈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면 저는 싱가폴로 가지 않았을 거에요. 한국에 있으면 의식주가 해결되는데 굳이 사서 고생할 이유는 없었겠죠. 하지만 저는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경험”이라는 선택을 함으로써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저의 행복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답니다. 이 대답은 6번 질문과도 연결될 것 같네요. 결국 제가 얻은 인사이트는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깨달음”인 것 같습니다. 


열하나: 취업박람회 및 설명회를 다니면서 어떤 정보를 수집했고, 어떤 사람들과 만나서 어떻게 첫 관계를 쌓아갔나요? 레쥬메를 뿌릴 때의 팁이 있나요?

A : 싱가폴에 나가기 전 한국에 머무를 당시에도 정보는 꾸준히 모았어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월드잡’이었죠. 국가에서 운영하는 단체라 사기 칠 염려도 없고 가장 신용 보증이 되어 있어서 믿고 많은 정보를 얻었었죠. 그리고 월드잡에서 자체적으로 강연도 많이 하고 무료 자소서 첨삭 서비스 및 영문이력서와 커버레터까지 봐준답니다. 그것도 공짜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정보는 많이 수집하면 할수록 좋아요. 그 당시의 저는, 정보를 얻으러 서울까지 왔다갔다 했어요. 당시 부산에 살고 있었고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지라 상당히 부담됐었지만 그만큼 해외취업이 간절하니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이라면.. 월드잡에서 만난 분들을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다만 저랑 취업하고자 하는 방향이 달라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지는 못했죠. 대신 저는 기업의 실무자 분들을 뵙거나 인사담당자분을 만날 때면 항상 명함을 받아서 수업이나 강연 후에 제 이력서를 그분들 메일로 보내곤 했답니다. 기업의 가장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분들이잖아요. 제가 링크드인을 추천해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링크드인만큼 기업의 실무자를 가벼운 분위기에서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어요. 메일을 얼마나 정성껏 썼느냐에 따라 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죠. 자신한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세요. 레주메를 뿌릴 때는 우선 제가 지원하고자 하는 포지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그 기업에서 어떤 인재를 뽑고 있는지는 JOB DESCRIPTION이나 REQUIREMENT 부분을 보면 상세히 나와 있어요. 꼼꼼히 읽어보시고 내가 지원해볼만한 포지션이다 싶으면 이력서를 넣어 보는 거죠. 그 외 만일 호텔 산업을 목표로 준비하고 계신다면 저는 직접 방문해서 이력서를 넣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호텔은 상시채용이 거의 대부분인지라 언제 공석이 날지 알 수 없거든요. 운이 좋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면접을 볼 수도 있죠. 저는 싱가폴에서 구직할 당시 호텔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가서 한나절 동안 계속 이력서를 뿌리고 다녔던 것 같아요. 대표적인 지역으로 ‘센토사 섬’, ‘오차드’, ‘탄종파가’, ‘래플스 플레이스’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간절하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욱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먼저 해외취업을 해본 선배로써 조언이나 팁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건투를 빕니다.


에반의 링크드인 : https://www.linkedin.com/in/evanseo/


술 없인 살 수 없는 달콤쌉싸름시큼텁텁짜릿한 싱가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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