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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Jun 25. 2019

싱가폴 직장 에티켓

한국보단 널널하더라......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싱가포르 직장 에티켓. 싱가포르 거주 경력이 2년도 채 되지 않고, 경력이 미천하니 외국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사회 초년생 및 입싱하여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팁일지도. 


1) 싱가폴에선 출-퇴근 시간에 그리 빡빡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10분 이상, 30분이나 늦는 경우가 잦아지면 곤란하다.

 한국에서는 정말 1분도 늦어서는 안 되었다. 2017년 까지 나는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 대규모 스타트업, 작은 스타트업, 중소기업에 인턴부터 신입 사원까지 오만 곳에서 굴렀다. 그러다 싱가포르로 넘어왔다. 큰 규모의 스타트업을 제외한 모든 회사에서는 1분도 늦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30분 일찍 와서 업무를 '준비'하고 회사 책상을 '정리'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장려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출근시간보다 일찍 오면야 당연히 환영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태도를 '종용'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히려 5분, 10분 늦는 것 정도는 눈감아주고 넘어가는 편이다. 물론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30분 씩 늦는 내 동료가 있었는 데, 3개월 차 정도 되자 보스들이 한 마디씩 하기 시작하다가 호되게 혼이 난 적이 많았다. 

턕씨개 늦게 와서... 어젯뱀 잼을 못재서,, 갭재기 교통체증이 심해새.. 따흑

2) 인종차별적 발언은 절대 금지. 

 내가 가장 아끼고 가까운 동료. 그녀는 속히 말하는 '못 사는 동남아' 나라 출신의 싱가포리언이다. 부모님은 PR이시고, 동료는 싱가포르에서 나고 자란 시민권자이자 싱가포르 사람이다. 우리는 몇 달정도 함께 고생하며 거의 죽마고우 수준에 이르렀다. 술 진탕 먹고 그 동료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나는 사이랄까. 동료의 조카 아가들이 가장 친애하는 한국 이모랄까. 그만큼 친해지자 서로 김치를 먹네, 코가 낮고 눈이 작네 하며 서로 까불고 놀리지만. 회사에서는 절대로 농담하지 않았다. 함부로 누군가의 race를 가지고 장난쳐선 안 된다.

 나의 상사이자 그녀의 상사인 A. 재미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상사이지만, 선을 넘을 때가 있었다. A는 내 동료의 인종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수위 넘는 농담을 던져댔다. 

'이것 좀 도와줄래? 아, 물론 네가 00 국가에서 왔다고 내가 지금 심부름 시키는 건 아니다? 알지?'

'너 쓰레기 봉투 묶는 모습 너무 잘 어울린다야. 역시 00 출신 답네. 하하하하하'

 내 동료는 지속적으로 수치심과 분노에 괴로워했다. 결국 그녀가 회사를 퇴사하는 날. 그녀는 모든 발언들을 한데 모아 리스트업 한 뒤, 빅보스 (내 상사의 직속상사)에게 메일을 보내고 HR에도 찔렀다. 모든 이들의 반응은 한결 같이 나의 상사가 정신나간 잘못을 저질렀고 징벌적 처분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넷플릭스에서는 N단어 (흑인 비하 발언)을 한 차례 회식 장소에서 썼다가 1주일도 안 되어 즉각 해고 당한 사례도 있다.


3)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호하되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싱가포르는 연중 고온 다습한, 정말이지 빡칠 정도로 더운 나라다. 에어컨을 아무리 튼다고 해도 출퇴근 시간의 더위와 바깥의 어마어마한 기온은 저절로 !%!#$!#^!!#&$. 그래서인지, 정말 보수적인 회사들 (증권사, 공무원)이 아닌 이상 꽤나 캐주얼한 복장은 괜찮다.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 커리어우먼들은 깔끔한 원피스에 플랫 슈즈, 샌들에 숄더백이나 토트백 차림이다. 남성들은 반팔 셔츠에 슬랙스, 로퍼를 착용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폴로셔츠 - 티셔츠에 슬랙스까지 입는 경우도 잦다.  

 아주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근무환경에서 일할 경우 이야기는 급속도로 달라진다. 패션계, 예술계, 신진 IT 스타트업 등. 배꼽을 내놓고 다니거나, 홀터넥에 쪼리 차림, 후드를 입고 야근을 하는 개발자 등등 다양하다. 직무에 따라서도 다르다. 패션 IT 스타트업에 근무한다 해도, 사람을 만나야 하는 영업직이나 어카운트 매니지먼트 일을 하는 경우에는 이 정도로 훅훅 까고(?) 다니진 못한다.

비즈니스 캐주얼 대략 이정도? 반팔 원피스에 캐주얼한 느낌

4) 병가, 재택근무, 휴가 사용이 자유롭다. 대신 미리 알려만 주기.

한국에선 병가도 1년에 한 번 사용할까 말까였다. 눈치가 너무 보였고, 실적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잔소리를 들을까봐 싫었다. 여기서는 아프면 아프다고 당일 아침에 말하고 익일에 진단서를 끊어온다. 아이를 돌봐야 한다거나, 집에 급한 사정이 생겼거나, 혹은 정말 회사에 가기 싫거나(?) 한다면 재택근무도 자유롭다. 대신 할 일은 다 하면서 여유를 누려야지, 안 그랬다간 정말 1주일의 기한을 주고 해고당하는 경우도 잦다. 

어쨌든 무단 결근, 무단 지각, 예정에 없던 재택근무 및 병가 통보는 싱가폴에서도 반기지 않는다. 당일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미리' 팀과 상사에게 언질을 주거나 시스템에 등록을 해야만 한다. 


5) 싱가폴 정치 상황, 싱가폴 총리 등 민감한 주제 피하기

 잘 사는 북한이라는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싱가포르는 리콴유 전 총리의 리더십이 모든 걸 다 해버린 나라다. 외국인으로써 싱가포르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와 비난은 회사에서 자제하자. 겉으로 드러내놓고 반감을 표시하진 않겠지만, 의외로 이 부분에서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애국심이 상당한 나이 많은 싱가포리언들 앞에서 정부를 욕하거나 싱가폴 전 총리 및 총리 일가를 모욕하고 조롱하거나 싱가포르 에 대한 비난을 하는 것은 쓸데 없는 화를 자초하는 셈이다. 생각보다 굉장히 예민하다. 


6) 말레이시아/인도계 싱가포리언

싱가포리언이지만 인종은 말레이 계인 사람들이 있다. 혹은 말레이시아에서 넘어와 근무 중인 말레이 사람들도 있고. 보수적인 이슬람교도일 수록 이성간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만약 히잡을 쓴 말레이시아 여성과 처음 만났을 때, 벌컥 악수를 해버리거나 신체적 접촉을 하는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 보수적인 인도계 남성들도 여자와 손을 잡고 악수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꺼리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계 싱가포리언인 내 동료는 애연가에 금발 탈색 애호가에 크롭티, 찢어진 바지 등등을 잘만 입고 다니지만. 술은 결코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돼지고기도 일절 멀리한다. 팀 디너를 가질 때마다 그녀를 생각해 우리는 두 배로 신경을 썼다. 남자 팀원이 있을 때 그녀는 개의치 않아했지만 혹시 모를 신체적 접촉을 꺼려하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고자 배려했다. 

다 사람 사는 동네지만... 생각보다 다른 점이 많다.  현실과 이상은 역시 다르다. 

기타) 회사에 두리안 같은 것 가져오면 ......... 맛있게 먹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민폐다.

사내에서 너무 많은 것을 공개하지는 않는게 좋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숫자에 밝고, 아닌 척 하지만 의외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으며 좁은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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