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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Sep 01. 2019

소규모 해외스타트업 매니징?!  

매니징은 태어나 단 한번도 배운 적이 없는데요;

아직 어린데.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인데. 일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 하는데. 큰일났다. 나보다 열살은 더 많은 외국인들을 관리하는 팀장이 되란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의 팀으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필리핀에서 와 싱가포르 남자와 결혼한 싱가포르 영주권자 릴리, 말레이시아-파키스탄 혼혈인 싱가포리언 마스, 말레이시아 - 중국 혼혈 싱가포리언 하즈. 


눈 깜박할 새 그들의 매니저가 되어 있는 나. 부담감을 느껴 짓눌릴 시간도, 혼비백산할 겨를도 없는 작은 스타트업. 우선 퇴근 후,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내가 나름의 리더로써 팀을 리딩할 수 있는 방법은 


1) 그들의 업무 진척도를 확인하고

2) 디렉션을 주고 때때로 의사결정

3)(신입직원이 한 명 있기 때문에) 본인 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계속적인 피드백과 교육을 제공

4)정해진 KPI와 타임라인을 공유하고 채찍질과 당근을 주는 일련의 사항들 

정도였다.


 매니징을 배워본 적도, 한국에 있을 때 '대리'나 '과장'급의 직함을 단 한번도 달아본 적 없는 내게 과분한 요구이자 무거운 왕관이었다. 나는 우주의 기운을 끌어담아 내가 보고 배웠던 해외파/국내파 매니저들의 매니징 스킬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평화로워 보이는 싱가포르 강..이 곳을 중점으로 피터지는 다국적 기업들의 격전지가 펼쳐짐

1)커뮤니케이션

우선 객관적으로 나를 판단해봤다. 간단했다. 내 영어 실력은 싱가포리언들보다 못하다. 문법 실수도 잦고, 작문은 완벽하지 않으며, 내가 하고자 하는 뜻을 100% 전달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영어는 완벽하지 못해도 '커뮤니케이션은 완벽하게 이뤄내보고자' 하는 목표를 필두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비대면적 소통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일부러 슬랙을 남기거나, 왓츠앱/문자를 남기고 이메일로 족적을 남겼다. 1:1로 구두로 말한 지시사항 및 컨텐츠는 무조건이었다. 더블 컨펌을 하겠으니 내가 이해한 부분이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무조건 한번은 되물었다. 회의록은 짧게라도 정리했다. '최대한 빨리 너 편할 때 완료해줘'보다, '8월 22일 4시까지 이메일로 전송해줄래?' 라고 숫자와 기한을 명확히 했다. 말로 이해가 어려운 것들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벽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시각화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미친 듯 활용하여 설명했다. 왓츠앱/슬랙으로 다시 한번 그들의 이해와 나의 이해가 일치하는 지 확인했다.외국인 동료가 귀찮을 수도 있지만 잘 따라와주는 감사한 우리 팀원들......


2)데일리 리포팅

내 일만 관리하면 끝이었던!팀원으로써의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내 일이 끝나더라도 다른 팀원들의 태스크 진행사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빼먹은 것은 없는지, 하루 일과 중 알아야 할 부분이 따로 있는지에 대해 퇴근 전 마다 물었다. 그러다보니 다들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나 또한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었다. 내가 선택한 차선책은 퇴근 전, 오늘 한 일에 대해 짧게 2분 정도 공유하는 것이었다. 대신 텍스트화로. 구글 닥스를 쓰던, 트렐로를 쓰던, 가볍게 슬랙이나 왓츠앱을 쓰던 활자화시켜서 공유하게 부탁했다.

 그러자 좋은 변화가 생겼는데, 첫 번째는 본인들도 오늘 했던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람과 자부심, 혹은 미흡한 점을 느끼며 자연스러운 동기부여가 가능하다는 점. 두 번째는 무의식적으로 일을 대충하고 적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특유의 인정욕구가 발동되어 본인이 했던 업무와 일과에 대해 한번 더 고려하는 시간을 갖는 점. 세 번째는 꼬치꼬치 하나하나씩 캐물어가며 마이크로매니징하지 않아도 매니징하는 입장에서 일의 진척사항과 이슈, 페인포인트 들을 파악하게 된다는 점이다.

3) 트렐로/구글/드랍박스/등 무료 툴 활용

팀이 생성되었다고는 하나 예산이 편성된 것은 아니었다. 프로젝트 기반, 임시로 생긴 팀이기 때문. 그렇기에 무료 툴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했다. 요즘 쓰는 툴은 트렐로/ 구글 Gsuite /드랍박스 정도이다.

트렐로 - 제대로 된 오피스 잡이 처음인 마스를 위한 툴이다. 그녀는 30대 후반 싱글맘으로, 중학교 때부터 마약에 손을 대어 중독되는 등 나쁜 길로 빠졌던 과거가 있다. 여러 역경을 거친 후 그녀는 아이들과 단란하게 지내는 삶만을 꿈꾸는 중이다. 우리 회사는 싱글맘을 돕는 싱가폴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그 단체의 소개로 인해 마스를 인턴으로 채용했다. 첫 출근 날 그녀는 왓츠앱 PC 버전도 어떻게 오픈하는지 몰라 10분을 쩔쩔 맸었다. 

 따라서 그녀에게 슬랙,지라,아사나 등의 빠르고 복잡한 툴은 무리였다. 하루 제대로 날을 잡는 수밖에. 트렐로 카드를 하나씩 생성해주고, 사용법을 일러주고, 처리했던 업무 일과와 작은 프로젝트 들에 대해 적어내려가는 등 기초적 부분을 교육했다. 구글닥스를 쓰는 방법, 드랍박스로 컨텐츠를 공유하는 방법 등. 영어로 협업 툴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은 식은땀이 날 정도로 어려웠지만,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동생에게 요즘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일들을 하고, 새로운 것 배운다고 자랑했어요. 매일 퇴근할 때 내가 했던 일들을 적어가는 거 재미있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가르쳐줘서 고마워요.'라고 이야기하자 고생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졌다. 

구글 - 행아웃을 통해, 리모트 워크를 하는 릴리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왓츠앱 영상통화로는 불안정하지만 행아웃은 그런 걱정이 덜하다. 구글 캘린더는 회의 시간, 특별한 이벤트 생성, 휴가 일정, 재택 근무 일정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게 사용한다. 협업에 구글 드라이브는 필수!

드랍박스 - 여러가지 이미지 및 동영상, 컨텐츠 들을 올리고 누구나 액세스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파트너 사의 이미지/컨텐츠 등을 다운로드 받을 때도 사용할 정도이다. 드랍박스 페이퍼도 종종 회의 의제 등에 사용한다. 드랍박스의 컨텐츠 및 정보들을 클라우드에 연동하여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4) 득/실, 실수 등에 있어 두루뭉실하게 넘어가지 않기

사실 싱가포르에서 일하며  생긴 컴플렉스가 하나 있는 데, '가름은 같이 일하기 너무 좋아. 말도 순하게 하고 참 착하고, 일을 열심히 해서.'라는 평가다. 내 성격의 장점은 그저 그런 직장 동료에서 친한 친구로 업그레이드 되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리더로써, 보스로써, 매니저로써 기능하기에는 타격이 컸다. 

 따라서 억지로라도 '이러 이러한 부분 관련 00님이 실수를 저질러서 업무에 차질이 생겼어요. 다음부터는 꼭 한번 더 신경써주세요. 그 전에 특정 문제로 인해 이런 일이 생겼다거나, 추후 예상되는 다른 이슈가 있으면 저에게 말해주세요, 같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일부러 용건만 이야기하고 그들의 실수로 생성된 이슈에 실망했다는 점만 팩트를 제시하고 있다. 갑질을 하며 선을 긋는 개념은 싫지만 득실을 알려주고 동기를 부여해 나가야 하는 과정에서 이 점은 필수라고 하니.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 상 이 부분이 어렵지만 나도 힘들게 배워가고 있다. 그러자 팀원들도 내가 '갑질'을 하고 '폭언'을 한다고 여기기보다, 실수와 잘못, 잘 해낸 성과 등을 일러주지만 비난은 않는 동료라 여기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프로젝트 성 팀이 분해되고 다시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갈 테다. 하지만 지금 느끼고 배우는 여러 가지 챌린지들이 10년,20년 뒤에도 나의 영양분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 라고 하며 12시간 후 출근 할 나의 월요일을 머릿 속에서 지그시 지워보려 노력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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