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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Aug 15. 2019

차량공유가 싱가폴을 바꾼 5가지 방식

그저 차량만 공유하는 것은 끝난 것 같네요

몇 주 전, 길고 잔인한 씨름 끝에 정부가 최종적으로 발표한 안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정리하고 정의 내린 법안은 '차량 공유' 스타트업인 '타다'에게는 어떤 자리도 내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무서울 정도로 질주하고 있는, 태어난지 10년도 되지 않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저 그런 반짝하고 사라진 모빌리티 서비스가 아닙니다. 공기처럼 싱가폴 어디에서나 존재할 정도로 판 자체를 뒤엎고 있는 그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GRAB'은 동남아시아에서 차량 공유로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모빌리티 관련, 차량 공유에서 더욱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하나도 모른다면 우선 이 기사를 참조하셔도 됩니다.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8081301185000071&mode=sub_view


 저는 실제로 생활에서 겪고 느끼고 놀라웠던 부분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이젠 좋은 기사에겐 팁도 줄 수 있다.... ㅋㅋㅋㅋㅋ/비즈니스 계정을 추가하여, 나중에 회사 증빙용으로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개정되기도 하였다. 

1. 별점제가 선사한 서비스질의 향상. 그랩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동남아에 확장한 뒤, 수많은 사람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잠시 거주했던 저 포함)은 그들 삶이 변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과거 동남아에 사는 사람들은,  택시기사들이 극도로 불친절하며, 외국인에겐 온갖 바가지 씌워대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때때로 강간 및 강도 등의 강력 범죄까지 생기는 택시 이용에 큰 불편을 겪어왔었거든요. 특히 외국인이자 어린 여자였던 저는 택시 기사들의 갑질과 사기꾼 기질에 어찌나 질리고 무서웠는지, '친절한 택시 기사 아저씨'를 만나면 그 날 그분의 번호나 명함을 저장해서 추후 콜택시로 이용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최악의 고객 경험을 선사하던 동남아 택시들은 현재 90%가 자취를 감추고 없습니다. 바로 '별점'제가 운용되기 때문이지요. 별점이 낮은 그랩 기사를 배정받는다고 해서 승차 취소를 하는 승객들은 잘 없답니다. 하지만 별점이 즉 평판이 되는 서비스에서 그랩 기사들은 행동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불쾌한 언사를 하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기사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잠깐 언쟁이 붙고 난 뒤, 하차 후 별점을 낮게 주고 그에 대한 상세한 이유를 적어 앱 내에서 송부할 수 있습니다. 괜히 싸움이 붙어 시간을 낭비하고 그로 인한 폭력이나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죠. 그랩 내에서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고객에게, 커스터머 서비스 담당자가 따로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하고 기사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서비스 품질 향상에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2. 현금에서의 자유로움. 카드나, 그랩 페이 등을 등록해 두면 따로 현금을 번거롭게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돈을 낼 수단이 당장 없어져서 곤경에 처할 일도 없습니다. 또한 일반 택시 및 택시 기사에 따라서 다르지만, 갑작스레 신용 카드는 받지 않는다는 기사의 말에 허겁지겁 atm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정해진 거리에 정해진 요금이, 등록된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지갑을 두고 출근길에 나섰을 때, 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랩 앱을 켜서 편하게 출근했습니다. 어차피 국토가 작은 도시국가라, 물가 대비 택시비가 많이 들지도 않고요. 카드가 이미 등록되어 있겠다, 스마트폰 터치 몇번으로 그랩을 잡았고 이는 극강의 편리함으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등 제가 여행을 간 모든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그랩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랩 푸드까지도요! 출장을 간 말레이시아에서 배가 고파 그랩 푸드를 사용해 샌드위치를 시켜 호텔에서 먹었고, 공항 택시의 바가지가 무서워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와이파이에 연결하여 그랩 택시를 잡고 목적지로 향하는 범국가적 편리함. 너무 편해서 조금은 소름끼치도록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핀테크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자 하는 그랩은, 이제 승차공유에서만 머무르는 스테이지는 완벽히 벗어났네요.

3. 교통 필수 앱으로 자리잡는데서 그치지 않은, 배달 서비스 및 그랩페이 출범. 로컬이든 외국이든 간에 전부 사용하는 싱가폴 필수 앱 그랩. 여기서 그랩은 그랩푸드 및 그랩페이를 운영하기까지 합니다.

 그랩 푸드는 배달의 민족, 배달통처럼 -  배달 서비스입니다. 원하는 음식을 시켜 먹는 그 서비스, 맞습니다.

 그랩 페이는 애플페이, 삼성페이와는 약간 다릅니다. 카드가 직통으로 연결되어있는 페이 서비스와는 달리, 그랩 페이에 일정 금액을 충전하여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랩푸드와 그랩페이는 '그랩' 만큼 폭발적인 No.1 서비스로 아직 자리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두 가지 결이 다른 서비스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네요. 말마따나 '그랩' 계정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갖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그랩 공화국이 될 듯 합니다.

 이는 사실 영리하게 계산된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게 되면 거대 데이터, 즉 추후의 타겟 및 빅데이터로 추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동하는 거리와 니즈가 몰리는 시간대 등 여러 유의미한 데이터를 뽑을 수 있습니다. 몇 년간 차곡차곡 쌓인 여러 빅 데이터들과 운영 상의 노하우, 최고의 인력들을 모아 다음 단계의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이죠. 싱가포리언들은 그랩을 통해 10년 전과는 다른 세상을 목도할 수 있겠네요. 

그랩 앱 내에서 채팅이 가능한 기능이 있어서, 특별히 할 말이 있으면 텍스팅을 해달라는 요청과 주의를 동시에 환기시킨다

4. 장애인 고용. 급하게 미팅 장소에 나가느라 그랩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혹은 읽어도 믿지 못할 정보라는 판단 하에, 뇌가 그 정보를 흘려보낸 걸 수도 있고요. 큰 SUV가 저희 집 로비에 들어섰고 이내 저는 차에 몸을 구겨넣고 인사를 했습니다. 

"Hi, Good morning! How are you doing today?"

"..........."

불친절한 그랩 기사인가?  조금 당황한 저에게 기사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귀에 대고 손짓을 했습니다. '무슨 말이지?' 이해를 못하는 제 얼굴을 보더니, 이번에는 등 뒤에 걸린 패널을 가리켰습니다. 

"Hello, I'm deaf"

그랩을 이용한 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랩을 이용한 날들 중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때였습니다. 청각 장애를 가진 차량 기사. 우리나라에선 가능한 그림일까요? 당장 고령의 택시 기사들의 안전운전 문제를 거론하며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요. 그랩이라는 회사 자체가 장애인을 발벗고 고용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부수입 혹은 주수입을 평등하게 제공하는 창으로써 기능하는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당장 직업을 잃어 먹고 살 길이 없지만 자동차는 있어 종종 수입을 올려보고자 하는 실직자, 일반 택시 기사이기도 하지만 그랩 앱에 따로 등록을 하여 그랩 손님 및 일반 손님까지 태우고 싶어하는 기사, 은퇴하여 정기적 수입이 없지만 소일거리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초로의 노인들, 운전 능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정당하게 부수입을 올리고자 하는 장애인 등. 그들 모두는 그랩의 검사 및 테스트를 통과하여 정식 그랩 라이센스를 따고 도로에 나섭니다.  

5. 펫 프렌들리 - 반려동물에게도 이동성을 선사하다. 아직은 베타 서비스입니다. 몇 주전 야심차게 출발한 그랩 펫 이야기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양이도 길러보았고 한국에는 여전히 사랑하는 강아지가 있는 제게 이 서비스는 유독 흥미로웠습니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만큼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기에 사실 한번도 사용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아픈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급히 가야한다거나, 먼 거리로 나갈 이벤트가 생겼지만 자가용이 없어 부모님에게 늘 부탁을 하거나, 부모님의 차를 사용할 수 없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할 때마다 발을 동동거렸던 경험들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여전히 당혹스러웠던 경험들이 이어졌었거든요.

 카카오택시를 불렀을 때도, 일반 택시를 잡았을 때도, 강아지 가방 및 안전 장치를 다 하고 데려갔으나 내리라고 고성을 질렀던 기사 분들이 많았습니다. 카카오택시가 잡히자 아저씨에게 연락을 드려, 반려동물과 같이 승차할 예정인데 괜찮느냐고 묻자 요금을 더 내라시던 경험(그 때 대학교 새내기여서 뭘 잘 모르는 것 처럼 보여서였을수도.), 가는 내내 백미러로 강아지와 저를 노려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고 퉁명스러우셨던 분들, 중간에서 아무래도 불안해서 못 가겠으니 여기서 내려줘도 괜찮겠느냐고 하시던 경험. 강아지와 함께 있는 것을 보자, 도로 한복판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저를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하던 야속한 택시들.

 그랩 펫은 사용자와 제공자(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랩 드라이버)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특정 행선지로 향하는 상황'이라는 전제에 동의를 하고 난 뒤 일어나는 재화의 교환을 스무스하게 이어줍니다. 가격은 1.5배 정도로 비쌉니다. 기사를 찾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랩 펫 서비스의 진정한 의미는'서비스 탄생' 그 자체에 있습니다. 돌발상황 및 반려동물과의 라이딩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불안한 택시 기사와, 절박하지만 딱히 운송 방법은 없고 거절만이 횡행하는 불편을 감내해야만하는 특정 승객. 그랩은 영리하게 틈새시장을 뚫어냈습니다. 펫 시트, 냄새 제거 스프레이, 마이크로파이버 수건, 반려동물 전문 핸들링 서비스 등을 그랩 측에서 무료로 기사에게 제공합니다. 강아지, 고양이 뿐만이 아닌 토끼, 거북이, 친칠라, 기니피그, 햄스터, 물고기 (!) 개구리 (!) 까지 그랩 기사는 차별없이 운송해야 합니다. 그랩은 반려동물의 이동성까지 확대하는 고객 경험을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택시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승차 공유가 갖는 의미는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도 의심치 않고요.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인 이 흐름 앞에서,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양보할 해법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요?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한 그랩은 이미 동남아시아 내 모든 이들의 삶을 바꿀 정도로 판도를 넓혀가고 있으나, 한국은 새로운 마켓과 고객 니즈를 발견하고 신대륙을 발굴할 수 있는 신사업조차 시작도 할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랩 관련 글을 한 3주 째 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괜찮은 글을 써야할 것 같다는 부담감과 욕심에 자꾸 늦어지네요.

*저도 아직 20대이고, 경험도 일천하고, 지혜롭지 않고, 자기혐오와 불안감에 빠져서 우울하고 힘들 때도 있어요. 다짜고짜 도움을 요청하실 때, 내민 손을 붙잡을 여력도 없는 날들도 가끔 있다는 걸 이해해주세요.

*곧 설문조사 참여해주신 분에게 메일 보내겠습니다. 한 분 한 분 너무 감사드려요!!!!!카톡을 제대로 안 써서 기프티콘도 못 드려서 마음이 아픕니다.

*2분이면 끝나는 컨텐츠 설문조사 참여 부탁드려요 <3 흑흑

https://forms.gle/doGpmASSaVv8vqb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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