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름 Aug 05. 2018

[해외취업] 영어로 마케팅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통 받기 위해 태어난 인생같아요 ....!

참 신기하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18살, 패션잡지 에디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갈색 머리 소녀는 몇 년 후 IT 업계에서 마케팅 일을 시작했다. 지난한 시간들. 바보같은 실수들. 멱살잡고 내 자신을 후두려 패고 싶을 만큼 창피했던 배움의 조각들. 


고백하자면 한국에서도 마케팅은 쉽지 않았다. 재미와 어려움이 다같이 겹쳐 더욱 자극적이었던 직무였다. 열정? 그보다는 직무 자체에 대한 중독이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다른 나라, 다른 마켓에서 마케팅 일을 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었다. 미진한 구석 투성이다. 실제로 나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물을 때마다 '마케팅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하지, 당당하게 '마케터'라고 한 단어로 정의내리지 못한다. 

 매주 자문자답을 하며, 내 일에 적성이 맞는 지,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이 있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 중이다. 이러한 자문자답을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영어. 영어!!! 한국어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거나 말장난을 하고, 칼같은 맞춤법에, 톤앤 매너를 지켜 일관적인 브랜딩하는 것에 변태처럼 희열을 느꼈던 나인데...... 싱가포르에서 영어를 통해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두세배는 더 어렵다.

 태생적으로 부족한 언어 실력과 그 문화권에서 나고 자라지 못해 뒤떨어지는 센스, 마켓 이해도를 어떻게든 보완하기 위해 내가 노력하고 있는 방법들.


1) 좋은 표현들이나 캐치프레이즈들은 꼭 사진을 찍는다. 

시욕카치노라니요 ㅜㅜㅜㅜㅜ.. Shiok은 싱가포르 슬랭으로, 오직 싱가포르에서만 한정 메뉴로 판매한다는 정체성을 그냥 딱 한눈에 드러내는 멋진 위딩에 박수.

 길을 걷다가 보이는 기상천외한 표현들과 워딩, 문구들. 캐치프레이즈들. 그건 이미 원어민인 이들 눈에 봐도 완벽하고 메시지 전달이 제대로 된다는 소리. 내가 아무리 머리 굴려서 크리에이티브한 캐치프레이즈 만든다고 해도 콩글리시일 확률이 매우 높다. 문법이 틀리거나,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되거나, 한국식 정서가 짙으니 싱가포르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등등. 그러니 차라리 길을 다니면서 언뜻 보이는 홍보문구들을 정리하여, 나중에 그 정보를 기반으로 내 방식대로 디벨롭하고 변형하여 홍보 문구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사진을 찍어 나만의 드라이브에 보관하거나 메모를 덧붙여 나중에 꼭 쓸일이 있도록 나만의 빅데이터를 정리해두기 시작했다. 


2) 최종 점검은 꼭 원어민 친구들에게 검수를 받는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정관사 및 부정관사. 'The'를 써야할 곳에 'A'를 적어서 몇백짜리 실수를 제대로 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내가 담당 중인 프로덕트 홍보물이 릴리즈 되기 전이었다. 내 선에서 파이널 체크를 하다가 실수를 깨달아서 대형 사고를 치기 전 수습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비용을 집행한 상황이었고, 내 실수로 인해 돈 몇 백이 날아가버린 셈이었다. 미안하고 창피하한 나는 그 전날 열과 성을 다해 출근하기 싫어 온 몸을 비틀고 꽈배기를 만들고 온 세상이 암흑천지로 변하는 흑마법을 겪었다(.......). 한번 대차게 데인 뒤로 중요한 부분의 영어 및 메시지 최종 점검은 꼭 원어민 친구들과 함께 한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업무는 내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라면 꼭 최종 검수를 받고 이상한 부분을 집어내어 최종 수정하는 단계를 거친다.


3) 슬랭 및 문화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SNS를 활용한다.

외국인인 내가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이 나라의 문화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점에 있다. 싱가포르에서 거주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한국과 가까운 동북아시아 나라도 아니다. 당연히 이들이 사용하는 재미있는 슬랭이나 어구, 히스토리는 듣자마자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나라로 치면 - 의정부고 졸업사진 촬영 때 학생들이 '김민희 / 홍상수 커플' 코스프레를 했다라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그런 상황. 외국인들은 히스토리 및 전후관계 상황 파악이 어려우니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타겟은 2030 여성이니, 이들에게 맞춘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려면 그 전에 무조건 타겟 오디언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니 2030 싱가포르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인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특히 인스타그램) 을 자주 들여다보고, 내 주변 로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포스팅에 좋아요를 많이 눌렀는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싱글리쉬도 틈틈이 찾아보고 혼자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 입버릇처럼 싱글리쉬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 주변에서 도와주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도 'On Trend'라고 적혀있는 영상을 억지로라도 시청한다. 싱가포르에서 팔로워가 많은 계정은 팔로우를 했고 가끔 어떤 영화나 책이 베스트인지도 찾아보고 있다. 위키피디아나 박물관을 찾아 싱가포르의 역사에 대해 파고들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나라와 문화, 마켓 자체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고 있다.


4) 그래, 이미 안 된다면 (?) 비주얼로 승부한다!

나는 이미 출발선이 다른 상황에서 레이스에 뛰어든 셈이다. 자유자재로 언어를 부리는 마술을 보여줄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비주얼에 더 신경을 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도 더욱 타겟이 좋아할 만한 트렌디한 이미지로, 이미지 가공 시에도 요즘 유행하고 타겟이 좋아할 만한 톤앤 매너로, SNS 운영을 할 때도 그 전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이미지를 떠올리며 더욱 개선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업무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 한국 직원들은 몰라도 로컬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때는 줄글보다는 이미지와 비디오를 더욱 활용한다. 


5) 멈추지 않는 공부

브런치를 통해 구독자들과 싱가포르 마켓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하면서 나도 동시에 공부를 멈추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인터넷 서치로 시간 날 때마다 마켓 인사이트를 뒤져보고, 마켓 리서치를 하며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면서 휘발되기 쉬운 정보들을 머릿 속에 켜켜이 접어서 정리한다. 또한 마케팅 일을 하는 여러 업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업계 / 직무 내 지식을 공유하고 나누며 또 한번 배운다. 아무래도 싱가포르에서 나보다 더 오래 일하며 마케팅 일을 한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알 수 밖에 없으니. What's happening?이라는 질문에 나보다 더 깊고 뾰족한 대답을 줄 멋진 사람들 천지이니, 그저 나는 겸허한 마음과 열린 귀를 가지고 대화에 참여하면 되는 것이다. 


신속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선물하고자 바다 건너 남쪽 나라에서 귀하에게 전자편지를 발행 중입니다. 

 2배 더 많은 정보를 3배 빨리 얻고 싶다면, 4초 만에 신청하고 밤에 받는 이 편지를 구독해주세요.

 (제가 결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밤에만 편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a_TSCZVjz95k5KmTPDG4AWGZ1AokQx5HMb4WhRIYZb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