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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Jun 10. 2018

Airbnb로부터 배운 CS와 고객경험

너란 녀석, 에증비앤비.

 나와 세살 터울인 동생녀석은 2015년 가을, 오사카로 여행을 떠났다. 오사카도 처음, 자매 여행도 처음, 번개 여행도 처음, 에어비앤비는 더더욱 처음이었던 우리에게는 큰 시련이 도사리고 있었다. 

 밤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오사카. 열쇠가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던 집주인은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내려도 연락이 되질 않았다. 새벽 1시 반. 설상가상 공항에서 구매한 유심칩은 작동을 하지 않아 인터넷 연결이 전혀 되질 않았다. 지나가던 노신사 및 눈이 똘망똘망했던 청년, 지하철 역무원에게 차례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곳을 아느냐고 쩔쩔매며 물어보길 몇 번. 젠틀한 노신사분께서 본인의 포켓 와이파이를 빌려주셨지만, 에어비앤비 집주인은 몇 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울고 싶었다.


 동생과 불안함에 떨며 새벽 3시, 오사카의 텅빈 밤거리를 걸었다. 곧 육교에서 술취한 일본인 직장인 무리들을 맞닥뜨리고 (안녕하세요? 너희 한국인이야? 어디에서 왔어? 서울 출신이야? 등등) 잠든 대머리 노숙자가 물병을 또르르 굴려서 공격하는 등 일련의 사건을 겪자. 집주인이 기적처럼 일어나서 우리를 맞아줄 지 모른다는 호기는 사라지고 동생을 안전한 곳에 재워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동생은 조용히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두손두발 다 들고 오사카 시내에서 가장 커보였고 좋아 보이는 한큐호텔에 들이닥쳤다.

 1박에 20만원이 넘는(....) 무려 3인실 (.....)을 결제했다. 속상했다. 화가 치미는 객체는 첫번째, 그 어떤 정보 없이 자버린 무책임한 일본인 집주인장이었고 두번째, 급박한 상황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던 에어비앤비였으며 세번째, 계획 없이 동생을 데려온 나에 대한 분노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오사카는 그래도 예뻤다. 특히 교토. 

 그 후 무사히 일본여행을 마치고 맛있는 것과 좋은 것만 '배'와 '눈'에 담으며 한국에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통장 잔고와 에어비앤비 메시지함을 확인했다. 일본인 집주인장은 'Sorry, I was asleep' 몇 단어로 상황을 종결지었다. 그 어떤 일말의 죄책감이나 사과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확인한 통장 잔고는 역시 0에 수렴했고, 모든 것들을 확인하자 즉시 에어비앤비 고객센터 이메일을 찾아냈다. 


  Airbnb는 달랐다. 편리한 웹페이지 및 모바일 웹의 UX/UI는 물론이고, 친절하게 CS 이메일 주소를 알려놓은 것이 아닌가. CS 전화번호나 메일 주소를 숨겨놓거나 작게 적어서 찾기 어렵게 해두는 타 여행 관련 업체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영어 및 한국어 두개로 메일을 작성했다. 영어로 '어쩌고 저쩌고 해서 $200 넘는 돈을 날리게 되었다. 자격 없는 호스트는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나와 내 동행은 그 집에서 묵은 적 없으니, 번거롭겠지만 환불을 원한다. ' 라고 이야기했다. 화를 삭이고 차분하고 유려하게 한국어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환불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가정한 상황이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에어아시아로부터 환불을 받기까지 4개월이나 걸렸던 전적이 있고 홍콩익스프레스의 전화상담원과 한번 통화해보겠다고 30분 기다렸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도 생소한 S7 에어라인은 상담원이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라(!) 러시아어가 가능한 키르기스스탄 친구를 통해 항공권 변경 문의를 했다. 이처럼 최악의 고객경험을 해왔기에 에어비앤비도 연락이 전혀 없을 줄 알았는데. 메일을 보내고 그 다음날 바로 답장 메일이 칼같이 왔다.


 메일의 내용은 이러했다.

'00님, 먼저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상황을 이해하였으며 현재 호스트에게 연락을 취한 상황입니다. 숙박을 하지 않으셨으니 당연히 00님의 계좌에 환불을 해드릴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좋지 않은 고객 경험을 하셨다니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가능하시다면, 한큐호텔에서 묵었던 것을 증명 가능한 영수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실 수 있나요? 확인 후 그 또한 보상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환불도 어려울 것이라고 반신반의하던 찰나.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우선 영수증을 찾아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일본어로 나와있는 영수증이라서, 과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돈의 액수가 적혀있으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에어비앤비는 확실히 여행 및 숙박업계의 스타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며칠 뒤 금방 답장이 왔다. 실제로 일본 호스트로부터 환불처리가 빠르게 완료되었다. 에어비앤비측에서는 사과문을 다시 보냈다. 또한, usd200 에 달하는 에어비앤비 크레딧을 주었다. 호텔에서 묵었던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액수였다.

  <1>결과적으로 나는,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2>오히려 최상의 고객경험을 한 덕에 브랜드 및 서비스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아졌다.

 <3>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높은 호감도를 바탕으로, 그로부터 2년 후 에어비엔비 호스트까지 등록하여 돈을 꽤 벌기까지 했다.

  다른 여행 관련 사업체 및 여행 업계의 전반적인 트렌드는 우선 고객이 돈을 지불했으면, 고객 서비스는 개나 줘도 괜찮다는 풍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왜 에어비앤비는 동종업계의 대형 플레이어면서, 커스터머 서비스에 엄청나게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고 고객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일까?


 . 에어비앤비 측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굳이 고객관리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커스터머서비스를 확실하게 빌딩해두었기에 '브랜드'에 관한 고객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게 설계했다. 타 여행업체와는 다른 고객경험을 선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 경우, 오히려 브랜드 로열티 및 충성도가 올라갔던 계기가 되었다. 내가 받았던, $200에 달하는 에어비엔비 크레딧은 바꿔말하면 세계 어느 곳을 가던 에어비앤비에서 숙박비를 대신 지불하겠다는 약속이다. 20만원이 넘는 돈? 일반인들에게는 적은 돈이 아니다. 에어비앤비에 대해 정이 떨어졌더라도, 울며 겨자를 먹으면서라도 사용하게 된다. 그 말인 즉슨, 최악의 후기를 남기고 다닐만한 위험 고객군들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에어비앤비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게 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에어비앤비는 그만큼 서비스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크다는 말이고.

'한번만 더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본다면, 너는 좋아할 수 밖에 없을거야. 생각이 달라질거야. 그러니 캐쉬로 너에게 보상해주진 않을 테지만 그냥 우리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줘!'


 (이것은 마치 SPA 브랜드로 청바지 쇼핑을 하러 갔고 -> 청바지의 품질 때문에 화가 난 채 환불을 하러 갔는데-> 환불을 원하는 고객을 잘 달랜 뒤 ->돈을 직접 줘서 이미 쥐고 있던 현금을 소진하는 방안을 택하지 않고, 재구매 및 재방문, 고객 행동 유도를 위해 그에 해당하는 가격의 무료 청바지 구매 쿠폰을 선사한 셈이다.)


 연락도 잘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만드는 타 여행 관련 업체와는 다르게 신속한 문제해결방식 및 리워드 방식을 통해 고객 경험을 혁신했다. (혹시 몰라 말하지만 나는 에어비앤비와 그 어떤 일말의 커넥션도 없다.) 오히려 불쾌한 고객 경험을, 커스터머서비스를 통해서 확 뒤집는 반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을 뿐. 에어비앤비는 고객의 소리 및 Pain Point를 직접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그들 및 고객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케팅 일을 하다보면 결국 잠재 고객 및 '고객'과의 접점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서비스 및 프로덕트에 불만이 있는 고객이 있다는 점은 즉, 어떠한 컨텐츠건 간에 '피드백'을 갖고 있는 고객이 있다는 말이다.물론 블랙컨슈머라는 존재를 주의해야 하는 것도 맞다. 모든 피드백을 100% 일률적으로 서비스 및 프로덕트에 접목 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작은 기업부터 대기업까지, CS에 신경을 쓰다보면 오히려 고객과 더 눈높이를 맞추고 한 차원 높은 단계의 고객경험을 마련할 수도 있으며 동종업계에서 남다른 위치를 선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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