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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May 27. 2018

CASHLESS 시대, 싱가포르

한국보다 더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을 줄이야

CASH LESS. 

요즘 싱가포르는 전통적 의미의 화폐 그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추세에 발맞추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처음 CASH LESS 라는 공고를 붙인 사업장에 발을 들여놓은 곳은, 공차였습니다.

공차는 한국 브랜드인데, 이상하지요. 그 때는 싱가포르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이어서 변변한 카드도 없고(신용카드는 멕시코에서 도난당했습니다.....) 현금 밖에 없었는데, 현금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난감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공차는 키오스크 기계를 몇 대 들여놓았으며, 계산원도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현금은 일체 취급하지 않는다는 공지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습니다. 오로지 교통카드나, 신용/체크 카드나, 00페이 등만을 사용해야 본인들 프로덕트를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이었죠. 팀 시니어가 한 잔을 대신 사줬기에 망정이지 - 하마터면 민망해질 뻔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체크카드/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업체 자체적으로 현금은 전혀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면 길길이 날뛰는 몇몇 고객들 진정시키느라 장사가 잘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공차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자체가 CASH LESS라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듯 합니다. 지하철 역사 밑에 있는 조그만 카페도 그랩(우버 같이 차량 공유 서비스로, 싱가포르는 그랩과 우버가 통합되었습니다. 동남아의 강자인 그랩이 우버를 합병하여 우버가 사라지게 되었지요.) 페이 Grab Pay와 Fave pay(싱가포르의 티켓몬스터/그루폰 같은 서비스에서 시작하여 현재 알리페이까지 파트너사로 취급하는, 어마어마한 어플입니다. 현지인과 외국인까지 사용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등을 취급은 하지만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 등 한국에서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2020년까지 모든 교통수단 이용시, 현금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공공연한 정부차원 스피치도 있습니다. 호커센터(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야외 식당)에서도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호언도 있었습니다. 


EZ-LINK, NETS 등 굴지의 금융 서비스 회사는 이미 싱가포르의 CASHLESS 트렌드를 지지한다고 말한지 오래고, 싱가포르 TOP3 메이저 은행도 CASHLESS 물결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저만 외국인이니까 그 변화와 현상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지요. 


불의의 사고로(?) 카드를 모두 도난당했고, 재외국민의 위치에서 카드 재발급을 쉬이 할 수 없던 위치에 있던 제겐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00PAY(삼성,애플,구글,그랩,알리,페이브,페이나우 등등) 등을 즐겨 사용하고, 심지어 교통카드로도 대부분의 서비스 및 프로덕트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 속에 사는 싱가포리언들과 외국인들은 문제 없이 현금을 소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만족해 했습니다. 어차피 휴대전화가 있거나, 교통카드라도 하나 있을 테니 별 타격이 없는 것이지요.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하지만 않는다면. 물건을 소비하고 지불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시간이 단축되고 편한 것은 당연지사고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저에게는 처음에 불편하기만 했던 CASH LESS 트렌드가, 이미 5개 나라에서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네요. 

 https://blog.moneysmart.sg/opinion/cashless-payments-better-singapore/

스웨덴, (예상대로) 중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였습니다. 재밌게도 일본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은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빠른 속도로 알리페이가 시장을 먹어삼켰습니다. 길가의 중국인 거지가 기르는 강아지의 옷에도 큐알코드가 있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핸드폰의 카메라를 열어 큐알코드를 스캔하고 - 그 강아지와 주인에게 (?) 적선할 수 있을 정도로요. 


트렌드에 느린 저도 이 변혁의 물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또 돈이 없어(;) 아보카도 쥬스를 구매할 수 없어 쩔쩔매던 저에게. 싱가포르 카페 주인장께서는 그랩페이 사용을 추천했습니다. 그랩페이로는 10초만에 충전하고, 구매할 수 있다고 추천의 말을 달콤하게 하니, 차마 가게를 박차고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랩페이는 인스톨부터 지불 절차까지 직관적이었습니다. 그랩(차량공유서비스. 저는 콜택시 용으로 사용합니다.) 어플이 있다면 바로 인스톨할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았고, 제 카드를 연결하자마자 저는 1분도 되지 않아 아보카도 쥬스를 손에 쥐고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그랩 페이에 굳이 돈을 충전하지는 않았지만, 한번 카드를 연결했고 한번 구매까지 해보았으니 나중에 쓸일이 있으면 그랩 페이를 꼭 써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렇게 고객 경험이 무섭습니다. 


 CASH LESS라는 싱가폴 내의, 어쩌면 현 시대의 트렌드를 바라보는 마케터로써의 저의 관점은 이러했습니다. 


 1) 수요가 트렌드 및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란 생각만 해왔지만, 어쩌면 정부 주도의 트렌드가 수요를 창출해내거나 기타 사회 차원의 변화를 빚을 수 있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분명 많은 수의 싱가포르 국민들이 모여서 데모를 하여 '현금을 받지 않는 시스템'을 원한다고 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고객 차원에서의, 수익을 창출해내는 특정 마켓 차원에서의 니즈는 없었겠지만 TOP-DOWN 형식의 FLOW가 있을 경우에는 충분히 새로운 니즈가 생기고 비즈니스 모델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뜻입니다. 어찌보면 순서가 살짝 바뀌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는 갈래가 살짝 뒤틀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EX)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곳에서의 고객 경험을 통해, '00 페이' 등을 사용해야겠다는 니즈 생성 / 정부의 방침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 신속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응


2) 싱가포르라는 마켓이 IT 인더스트리 기업 차원에서, 매력적이고 성숙한 곳이겠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IT강국이라는 한국보다,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많이 싣고 있고, 거대 공룡 IT 기업들(애플, 인텔,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APAC 지사가 앞다투어 진출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이미 추측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CASH LESS라는 트렌드를 별다른 잡음 없이 국민들이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아마 나라가 도시국가이다보니, 컨트롤 할 규모가 작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CASH LESS 트렌드는 시골이나 개발이 덜 된 중소형 도시에서는 아직 도입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첨언하자면 제가 개발 전공자라거나 IT 관련 엔지니어라면 저는 해외취업을 할 나라를 선택할 때 싱가포르를 택할 것입니다. 이미 정부차원에서 IT 업계 성장의 발판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상황이고, 단발성이 아닌 여러 실험들을 통해 다양한 4차산업 관련 비즈니스와 연구들을 주도하려는 흐름이 보이니까요.( 이 곳도 여전히 블록체인,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3) Retail, Small business 종사자라고 할지라도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다면 좋은 성과를 창출할 지 모릅니다. 래디컬하게 현금을 아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의 니즈와 흐름을 파악하고 00페이/여타 싱가포르 내 뱅크와 파트너쉽 체결,  앱 내 리워드 및 홍보, 키오스크 설치를 통한 인건비 절감 등을 고려하며 차차 발맞춰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초기 투자 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만, ROI가 분명하다면 빠르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판단을 내릴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는 대체 왜 이러한 흐름에 풍덩 몸을 담근 걸까요? 그에 대한 대답은 이 기사에 나와있습니다.

https://dollarsandsense.sg/singapore-government-adamant-going-cashless/



 싱가포르가 CASH LESS라는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10년 안에 싱가포르는 성공적으로 ,전통적 화폐보다 디지털화된 재화를 주고받는 사회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중국은 알리페이의 질주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도시부터 변화하였지만, 싱가포르는 역시 정부 주도(?)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소득을 벌어야 하는 우리(외국인 근로자)는, 그래서 더욱 이 정부의 발표와 담화에 더더욱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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