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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Apr 10. 2018

[마케팅] 싱가포르 마켓에 대한 고찰

싱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싱가포르 마케팅 매거진에 연재되는 글은 추후 Market Research 관련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다른 글과 다르게 더 정중한 어투로 글을 적으려 합니다.*


- 싱가포리언들은 한국인들만큼, 혹은 그보다 더 불평 불만이 많습니다.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의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확고합니다. 본인들의 실수가 아닌데 mistreat 되는 상황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왜 내가 손해를 봐야하지?라는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입니다.


'나 조금 화가 났어. 얘기 좀 들어줘. 나 있잖아, 줄을 섰는데, 왜 내 뒤에 사람이 먼저 계산을 해? 진짜 참을 수 없어서 메일 보내는 거거든? 앞으로는 캐셔 교육을 전사차원에서 좀 시켜주길 바라.'

'땅바닥에 떨어트린 초를 왜 새 거로 바꿔주지 않고 그냥 박스에 넣어? 난 새 양초를 원했단 말이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 따로 연락했어, 이해 부탁해.(그 양초는 비닐 포장이 되어 있는 초였습니다. 바닥에 떨어져도 큰 이슈사항이 생길 일은 아니라는 말이죠.)'

'너희 매장은 너무 더러운 것 같아. 청소가 잘 안 되어있고, 알바생은 자기 일 하느라 너무 바빠서 내가 불렀는 데도 코빼기도 안 비치더라. 내가 부르면 와야 하는 것 아냐? 난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었어. 조치 해 줘.'

'나랑 내 친구는 너희 회사를 참 좋아해. 그런데 오늘 우리가 아무리 음식과 음료를 다 먹고 몇 시간 동안이나 떠들었기로서니, 너네 매장에서 일하는 알바생이 의자를 드르륵 끌고 갖다 놓더라? 지금 우리보고 가라고 눈치 주는건가, 싶어서 너무 불쾌했거든? 애들 교육 좀 똑바로 시켜줘, 단골 고객 놓치기 싫다면 말이야.'


 그러나 신기한 점은, 이러한 부정적인 피드백에 빨리(사람마다 '빠르다'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이 곳 기준 상 통상적으로 하루이틀 안에 해결될 경우 '빨리' 해결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답변을 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면 금방 기분이 풀어진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대답을 들으면 쿨하게 '응 그래 고마워. 빨리 대답해줘서 기분이 나아졌어. , '그렇게 말해줘서 참 고맙고, 너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랄게! 진짜 고마워!' 라고 대답을 합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초동대처가 한국보다 더 필요한 나라라는 말입니다. 재빠르게 수습만 잘하면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되고, 일이 덜 커집니다.


 더운 날씨가 사람들의 행동에 끼치는 영향도 어마어마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테이크 아웃이 자연스럽지만, 이 곳에서는 거의 하질 않습니다. 당연히 테이크 아웃 음식점이나 요리, 박스나 컨테이너에 대한 수요가 한국 대비 매우 낮습니다. 이유는 테이크아웃 해 봤자 더워서 상해버리거나, 다 먹고 처리할 쓰레기통도 마땅히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길바닥에 던지는 순간 어마어마한 벌금의 위협이 닥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냥 남기고 가면 남겼지 굳이 테이크 아웃에 음료를 담아서 가져가거나, 남은 음식을 집에 굳이 싸들고 가질 않습니다. 또한 덥기 때문에 지하도, 지하 쇼핑 센터, 지하 상가, 실내 통로 등이 매우 잘 발달해 있으며, 따라서 길을 잃거나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은 매장 방문객이 이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가장 이상한 점은 싱가포르 어르신들은 굳이 또 뜨거운 음료를 시켜서 드신다는 것입니다. 특히 차 종류. 본인은 아이스크림 / 슬러쉬 / 쉐이크 / 쥬스 / 아이스커피 / 소다 별별 차가운 음료를 마시지만, 나이가 많을 수록 싱가포리언들은 마실 것을 시킬 때 뜨거운 것을 선호합니다.

 당장 내 하루를 좌지우지 하는 날씨보다 '문화'가,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 행동 양식을 좌우한다는 사실에 놀랐지 않나요?

  싱가포리언들의 대다수는 중국계 싱가폴인입니다. 따라서 중국인들의 생활 양식과 문화적 동질성을 아직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찬 음료를 마시는 것은 속에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름지기 음료라면 뜨겁거나 따뜻한 것이 좋다라고 생각하는 중국 문화가 그대로 이식된 싱가폴에서는, 30도가 넘는 더위도 맥을 추지 못합니다. 물론 지금 바로 눈 앞의 찬 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야 있겠지만, 결국 습관처럼 구매하는 음료는 뜨겁고 따뜻한 티/커피 종류라는 것입니다.(실제로 그냥 HOT 아메리카노가 ICED 아메리카노보다 더 많이 판매됩니다! 한국 여름이라면 그 누구도 마시지 않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사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중동의 무슬림들이나 싱가포르 무슬림들도 히잡이나 차도르를 쓰는 건 그들이 더위를 못 느끼는 초인적인 돌연변이여서가 아닌 순전히 종교적인 이유임과 비슷합니다. 날씨는 많은 것을 바꾸고 큰 영향을 끼칩니다. 허나, 그보다 더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건 '사람'이 만들고 가꿔낸 문화나 종교라는 사실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한국과 비교하였을 때 훨씬 더 다양한 니즈, 다양한 요구가 많습니다. 다인종 다문화라는 것은 그만큼 각 문화권별/인종별/계층별 각각의 수요가 많다는 것이고, 그 말인즉슨 원하는 것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더 의미를 풀어서 쓰자면, 단일민족이자 단일문화권인 한국마켓보다 더 세세한 점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 중국계는 고기만두 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말레이시아 계는 무슬림이기 때문에 절대 돼지고기는 입도 뻥긋 안한다. 

 :: 인도계는 대체로(다는 아니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데 소고기에 대한 니즈가 있는 문화권이 또 있다. (한국, 중국 등)

:: 말레이시아 계가 좋아하는 향신료 듬뿍, 특유의 향 듬뿍 뿌린 제품은 그 식문화권에서 자란 이들이 아니라면 낯선 제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동북아시아 타겟을 놓치기 쉽다. 

::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두리안이나 잭프룻을 가공한 음식을 만들 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냄새가 너무 지독하기 때문입니다.

:: 채식주의자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도 항상 온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 종종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은 할랄 인증이 되어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리소스가 투입되어야 합니다. 시간과 돈, 인력.

 :: 약간 짜게 먹는 북미권 사람들에게는 늘 싱겁고, 늘 달게 먹는 현지인들에게는 밍밍한 맛이며, 살짝 쓴 맛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에게는 너무 달다는 평을 받기 십상입니다.


- 작은 나라고, 커뮤니티들의 크기와 깊이 자체가 우리나라에는 비할 수도 없이 조그맣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합니다. 우르르 가서 줄서서 먹고, 금방 인기가 식습니다. 또 어디 오픈했다고 하면 커뮤니티를 보고 줄을 서서 체험해봅니다만. 금방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신기하고 진귀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늘 많습니다. 워낙 다양한 나라들에 둘러 쌓여있고, 이민자 및 외국인들의 유입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문화적 개방성이 높은 편입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의적인 관심이 많지만 동시에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입니다. 북미권보다는 유럽, 미국보다는 영국을 조금 더 선호하는 느낌이 있으며 (주관적) 예전에도 글을 썼지만 주변국들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파면 팔수록,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싱가포르 마켓, 마케팅에서 가장 최우선되어야 하는 부분은 역시 '내가 속해 있는, 내가 타겟하는 마켓에 대한 이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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